미국 플로리다주(州) 올랜도에 있는 게이 나이트클럽에서 12일(현지시간) 발생한 총기 사건 등 미국에서 유독 대규모 총기 참사가 발생하는 원인 중 하나로 CNN은 모방범죄 현상을 지적했다.
CNN은 이날 최근 발표된 미국 총기 대학살 연구 결과들을 인용, 미국에서 이례적으로 공공지역에서 발생한 대규모 총기 사건이 늘고 있음을 지적했다.
미국 앨라배마대학의 애덤 랭크포드 형사행정학 교수가 지난해 미국 사회학협회 연례회에서 발표한 이 연구결과에 따르면 지난 1966~2012년 미국에서 4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한 대규모 총격사건이 90차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에는 지난 2012년 발생한 콜로라도주 영화관 총기 난사와 코네티컷주 뉴타운의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 난사도 포함됐다.
이 연구결과에서 같은 기간 전 세계 172개국에서 발생한 대규모 총기 난사는 총 292건이고 이 중 미국이 90건으로 전체 3분의 1인 31%를 차지했다.
랭크포드 교수는 이날 CNN에 "연구결과 발표 당시 사람들은 이 집계에 거의 놀라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의 사건을 철저히 조사해 다른 국가의 사건들과 비교 분석한 결과, 몇 가지 공통점과 세계에서 발생한 사건과의 차이점을 찾아냈다.
미국에서는 직장이나 학교에서 있으면 대규모 총기 사건으로 사망할 가능성이 높지만, 세계의 경우 군사시설 근처에서 총기 사건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다. 미국 사건 중 절반 넘게 테러용의자는 1개 이상의 총기를 소지한 반면 테러용의자는 보통 총기 단 1개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총기 사건 1건당 평균 6.87명의 희생자가 발생했고 나머지 171개국 평균 사망자는 8.8명이었다.
랭크포드 교수는 미국의 대규모 총기 사건에서 비교적 사망자가 적은 이유에 대해 미국 경찰이 정기적으로 이 같은 사건에 대처하는 방법에 훈련되어 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그는 CNN에 "다른 국가에서 경찰은 이 같은 사건에 대해 대응하는 속도가 미국보다 느리다"며 "다른 국가의 경찰은 이 사건에 대응할 때 준비태세 덜 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미국의 대규모 총기사건 발생의 원인은 무엇일까?
랭크포드 교수의 연구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테러용의자 대부분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일부 다른 연구에 따르면 미국의 대량 총격사건은 급증한 반면 정신질환자는 크게 늘지 않았다.
하버드 대학의 공중보건학 연구와 노스이스턴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지난 2011~2014년 공공지역에서 발생하는 대규모 살상이 3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버드 대학 연구에서는 이 시기에 대규모 살상이 평균 64일마다 발생해 평균 200일마다 발생했던 이전 29년보다 급증했다. 반면 미국에서 전체 살인사건 발생률과 총기 폭력사건 발생률은 지난 20년간 크게 줄었다.
이에 범죄 전문가들은 대규모 총기사건이 모방범죄로 전염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대규모 살해 사건 또는 대규모 총기 사건이 발생하면 또 다른 사건이 약 2주 안에 발생해 감염 잠복기간이 약 13일이라는 연구결과도 있다.
랭크포드 교수는 "다른 나라에 비해 미국에서 총기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어 미국의 모방범죄 효과가 더 심각하다"며 "총기 접근성이 대규모 살상의 주요 예측 변수"라고 지적했다.
그는 호주의 사례를 예로 들며 총기 규제 법 개정에 따른 변화를 증명했다. 호주는 지난 1987~1996년 대규모 살해 사건이 4차례 발생해 총기 소지에 대한 반대 여론이 일고 엄격한 총기 규제 법안이 의회를 통과했다. 이후 호주에서 대규모 살해사건이 발생하지 않았다.
미국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총기 소지자가 많다. 미국에서 유통되는 총기가 2억7000만~3억1000만개로 추산되고 있다. 미국인구가 약3억1900만명이 이라 거의 1명당 총기 1개를 소지하고 있는 셈이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