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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성애보다 직업 중시하는 여성은 반쪽짜리 인간" 에르도안 발언 파문

입력 2016-06-09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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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성애보다 직업 중시하는 여성은 반쪽짜리 인간" 에르도안 발언 파문


"모성애보다도 자신의 경력을 위한 일자리를 더 중시하는 여성은 반쪽짜리 인간"이라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발언이 파문을 부르고 있다고 미 NBC 뉴스가 8일 보도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 5일 이스탄불의 사바하틴 자임 대학에서 행한 연설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기 때문에 엄마로서의 역할을 다 하지 않는 여성은 자신의 여성성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었다.

이러한 그의 발언에 터키 국민들은 물론 세계의 진보주의자들과 인권단체들로부터 격렬한 비난이 쏟아졌다. 이들은 터키가 에르도안 대통령 치하에서 보수적인 이슬람 국가로의 길을 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에르도안은 "모성애를 거부하고 가사일을 거부하는 여성은 직장에서 아무리 성공을 거두더라도 결국은 자유를 잃을 것이며 반쪽짜리 인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30일에도 "누구도 신의 일에 개입할 수 없다"며 무슬림 가정은 가족계획 또는 산아 제한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었다. 에르도안은 제왕절개 수술에 반대하고 가족계획을 반역 행위와 동일시하며 여성들은 공공장소에서 웃으면 안 된다는 자신의 생각을 관철하기 위해 강한 무슬림 믿음을 동원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그의 보수적인 생각은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 터키 초대 대통령이 구축한 터키의 세속주의 기반과 충돌하고 있다.

터키의 저명 작가 엘리프 샤파크(여)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발언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잘못된 것"이라며 경악했다. 샤파크는 NBC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에르도안 대통령과 그의 정의개발당(AKP) 정부는 지난 몇 년 간 반여성 발언을 강화해 왔다"며 터키에서 세속주의가 무너지면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훨씬 많은 것을 잃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야당인 공화인민당(CHP)의 사이엑 보크 의원(여)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반여성 차별적 발언은 터키 사회를 좀더 이슬람화하기 위한 계획의 일환"이라며 여성들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이슬람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초 작업이라고 말했다.

에르도안은 지난달 30일 터키 국민들은 더 많은 자녀를 낳아 후손을 늘려나가야만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그의 발언은 쿠르드 여성들이 터키 여성들보다 두 배에 달하는 자녀를 출산하는 현 추세가 몇 십년 간 계속되면 현재 전체 인구의 30% 미만인 쿠르드계가 터키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쿠르드족은 지금도 분리 독립을 요구하며 끊임 없이 테러 공격을 일으키고 있다. 민족주의자인 에르도안은 쿠르드계가 수적으로 터키계를 앞설 경우 결국 분리 독립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을 경계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샤파크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반여성 차별 발언에 대한 반대를 지금 분명하게 하지 않으면 앞으로 터키 여성들은 현재 누리고 있는 권리들마저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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