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총장 등장에 안철수, 안희정, 손학규 치명타
김무성, 오세훈 등은 오히려 활동 공간 열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방한을 계기로 '반기문 대망론'이 탄력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이를 놓고 정치권의 유력 대선주자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반 총장의 등장으로 지지율 타격을 입은 주자가 있는가하면, '반기문 대망론'에 따른 반사이익을 기대하는 주자도 있다. 반기문 때문에 '울고웃는' 형국이다.
가장 치명타를 입은 대선주자는 단연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라고 볼 수 있다. 안 대표의 지지층은 이념적 중도 성향을 중심으로 좌우로 퍼져 있다. 그런데 반 총장도 중도 성향 지지층이 두텁다. 이 때문에 반 총장이 부상하면서 안 대표의 중도 성향 지지층 중 적지 않은 사람들이 반 총장 쪽으로 선회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이 같은 모습을 반영하듯 안 대표의 지지율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를 반 총장이 흡수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충청대망론'의 한 축을 담당했던 안희정 충남도지사도 또다른 피해자로 꼽힌다. "불펜 투수로서 몸을 풀고 있다"며 사실상 대권 도전 의지를 드러냈던 그는 더이상 충청대망론을 주장하기 어렵게 됐다.
충북 출신의 반 총장이 충청대망론의 주인처럼 이미지가 각인되면서 상대적으로 안 지사의 충청주자 주장은 빛이 바래졌다. 충청권 내부에서도 지역출신 대권주자 중 더 가능성이 큰 잠룡에게 지지를 보내기 때문에 반 총장에 가린 안 지사는 상대적으로 뻘쭘해진 상태다.
중도층과 충청권 민심몰이에서 치명타를 입은 안철수, 안희정 두 사람 외에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도 손해를 본 케이스다. 강진에 칩거했던 그가 총선 이후 야권의 큰 행사에 연이어 모습을 드러내면서 '정치권 새판짜기'란 화두를 던져 주목을 받았지만 반 총장의 방한으로 이내 묻혔다.
지난 5·18 광주 민주화운동 36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뒤 일본을 다녀온 이후 뚜렷한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는 점도 이와 무관치 않다. 다시 때를 기다려야 할 형편이다.
여권 내에서는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반 총장의 등장으로 힘이 빠졌다는 평이 나온다. 이들은 총선 참패 이후 '세대교체론'에 힘입어 차기 대선주자로 주목받았고 '조기등판론'까지 제기됐다. 하지만 반 총장의 대선 출마 시사로 이들의 주목도는 떨어졌다.
반면 김무성·김문수·오세훈 등 여권 잠룡 세 사람은 반 총장의 등장으로 오히려 득을 본 인물들로 분류할 수 있다. 이들 세 사람은 총선 참패의 책임이 있거나 자신이 낙선한 이유로 한동안 자숙 모드에 들어가 있었다. 그러나 반 총장이 조기 대선레이스에 불을 붙이면서 이들의 정치 재개 공간이 다시 열리게 된 것이다.
특히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의 경우 반 총장을 띄워주면서 내년 대선경선에서 반기문-김무성 양자 경쟁의 흥행 효과도 기대해볼 수 있게 됐다는 분석도 있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반 총장 등장과 함께 대선 잠룡으로 다시 정치권의 관심을 받게 됐다는 평이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