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호텔롯데 면세사업부를 압수수색한 가운데 호텔롯데의 상장일정에 차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앞서 2일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면세사업부와 신영자(74)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의 자택 등 6~7곳을 압수수색했다.
이날 압수수색은 네이처리퍼블릭의 롯데호텔 면세점 입점 비리에 대해 수사중이던 검찰이 롯데 측이 관련 자료를 폐기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함에 따라 전격적으로 진행됐다.
검찰은 신 이사장이 면세점 입점로비와 매장 재배치 등을 대가로 정운호(51)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측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은 "호텔롯데 IPO와 관련해 기존 일정대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라고 밝혔다.
호텔롯데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호텔롯데가 운영하는 면세점 내의 브랜드 입점 절차에 투명성과 공정성을 기하기 위한 내부 프로세스를 갖추고 운영하고 있다'고 명시돼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검찰의 면세사업부 압수수색이 호텔롯데 IPO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이미 호텔롯데 상장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이와 관련한 위험성도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면세점 입점 시스템으로는 특정업체한테 특혜를 주기 힘든 구조라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호텔롯데는 2008년부터 호텔사업부문에 예속돼 있던 면세점을 별도 사업부문인 롯데면세점으로 독립시키고 대표체제를 도입했다.
이후 면세점 대표가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당시 부회장)에게 직접 면세점 사업에 대해 보고하면서 신영자 이사장은 면세점 사업에서 멀어졌다는 것이 롯데그룹의 주장이다.
하지만 검찰 수사가 서울 시내면세점 입찰에 영향을 줄 경우 호텔롯데의 가치가 떨어져 IPO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호텔롯데는 지난해 8월 상장을 약속한 뒤 증권업계에서는 기업가치를 적게는 10조원에서 많게는 20조원까지 평가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서울시내 면세점 특허경쟁에서 잠실 월드타워점 재승인 실패 등으로 지난달 IPO 설명회 이후 몸값은 13~16조원 상당으로 떨어진 상태다.
오진원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는 "상반기 호텔롯데가 상장하면 적정 시가총액이 12조7700억원에 달할 것"이라며 "이는 2016년 기준 면세점 영업가치 7조4150억원과 투자자산가치 5조4280억원을 합산 한 수치"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실질적 영업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호텔과 롯데월드 등을 부동산가치(5조9000억원)로 산정할 경우 추가적인 기업가치 제고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검찰 수사 결과 네이처리퍼블릭이 롯데면세점 입점 과정에서 로비가 드러날 경우 다 따놓은 롯데면세점 잠실 월드타워점 재승인이 다시 안개속으로 빠져들 수 있다"며 "이는 호텔롯데의 기업가치 하락은 물론 공모가가 예상보다 밑돌아 흥행도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검찰의 압수수색이 호텔롯데 IPO에 크게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반적으로 경영진의 도덕적 결함은 투자자 유치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검찰의 수사대상이 신동빈 회장이 아니라 신영자 이사장이라는 점과 신 이사장이 경영에 거의 참여를 하지 않았던 점 등을 내세워 문제가 될 게 없다고 평가했다.
한편 호텔롯데와 주관사들은 오는 6~15일 외국 기관 투자가를 상대로 한 해외 딜 로드쇼(Deal Roadshow·주식 등 자금조달을 위한 설명회), 15~16일 수요예측, 21~22일 청약을 거쳐 6월 중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국내는 미래에셋대우가, 해외에서는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과 메릴린치증권이 투자유치를 담당하고 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