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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피의자 신상공개 기준 오락가락…"명확한 가이드라인 필요"

입력 2016-06-03 13:48

강남역 살인사건 피의자 미공개 김학봉은 공개
얼굴·실명공개 결정 주체·기준 모호
지방청·본청 컨트롤타워 역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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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살인사건 피의자 미공개 김학봉은 공개
얼굴·실명공개 결정 주체·기준 모호
지방청·본청 컨트롤타워 역할해야

경찰, 피의자 신상공개 기준 오락가락…"명확한 가이드라인 필요"


'수락산 살인' 피의자의 얼굴과 실명이 3일 공개된 가운데 경찰이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날 오전 현장검증을 하기 위해 경찰서를 나서는 김학봉(61)의 얼굴과 이름이 언론을 통해 보도됐지만 강남역 살인사건 피의자 김모(34)씨의 신상은 공개되지 않았다.

서울 노원경찰서는 지난 2일 신상공개위원회를 열고 범행 수법의 잔인성, 공공의 이익 등을 고려해 김학봉의 신상 공개가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특강법)'에 부합한다고 보고 이를 결정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편집 조현병'으로 병원 진료와 약 처방을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나이 많은 여성을 상대로 산에서 목을 수차례 찔러 사망에 이르게 하는 등 범행 수법이 잔인하다고 판단했다"며 "신상 공개를 통해 재발 방지와 범죄 예방 효과가 크다고 본다"고 신상 공개 결정의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이와 대조적으로 강남역 인근 주점 건물 화장실에서 20대 여성을 살해한 김씨의 신상에 대해선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서울 서초경찰서 관계자는 "범행의 잔인성은 인정되지만 중증 정신질환자의 범행인 만큼 피의자에게 치료가 필요하다는 외부 전문가의 의견이 있었다"며 "신상 공개로 인한 범죄 예방이나 재발 방지 효과가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두 사건 모두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의 소행임에도 불구하고 피의자 신상 공개 여부에 대한 경찰의 판단에 일관성이 없었다.

피의자의 신상공개 논란은 과거에도 꾸준히 제기됐다.

올해 초 아들의 시체를 토막 내 냉동실에 보관한 '부천 토막 살인사건'의 피의자와 7세 아들을 학대한 끝에 숨지게 한 '원영군 사건'의 피의자의 경우 얼굴과 신상정보를 공개하라는 사람들의 요구가 빗발쳤음에도 경찰은 끝내 공개하지 않았다.

경찰은 2010년 4월 개정된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특강법)에 따라 피의자의 신상 공개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특강법에 따르면 ▲범행 수법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경우 ▲피의자가 범죄를 저질렀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는 경우 ▲국민의 알 권리 보장 차원과 피의자 재범 방지 및 범죄 예방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피의자가 청소년이 아닌 경우 등 모두 4개의 조건을 충족하는 경우에 한해 얼굴, 이름, 나이 등의 신상을 공개할 수 있다.

경찰은 또 2차 피해 방지를 위해 피의자의 신상공개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안산단원경찰서가 "범행 수법이 매우 잔혹하다"며 대부도 토막살인 피의자 조성호에 대한 신상 정보 공개를 결정한 이후 네티즌들이 조씨의 전 여자 친구 신상을 공개하면서 2차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지난달 초 "안산 토막살인사건을 계기로 흉악·강력범죄 신상공개의 범위와 방법에 대한 매뉴얼을 만들겠다"며 "이제부터는 신상공개의 개념과 방법을 명확하게 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기준 자체가 워낙 모호한 탓에 현장 경찰의 자의적 판단에 맡기고 있어 사건마다 법 적용이 제각각이라는 점이다. 위원회의 공개 기준이 분명하지 않고 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이 전적으로 수사기관에 맡겨져 있다 보니 공개여부가 수사기관의 입맛에 따라 달라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명확한 신상공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이 비판 여론을 의식해 사회적 분위기에 맞게 판단이 달라지는 등 일관성이 없어 보인다"며 "지방청이나 본청에서 피의자 신상공개에 대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아 좀 더 구체적인 지침이나 규정을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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