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가졌을 때 강요나 협박이 없어도 무조건 범죄로 인정이 되는 미성년자의 나이는 만 13세 미만입니다. 만 13세부터는 직접적인 증거가 없으면 처벌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인데요. 그러는 사이 어린 나이의 피해자들의 고통은 더해지고 있습니다.
김태영 기자입니다.
[기자]
15살 정윤이(가명)가 성폭력 피해 상담센터를 찾은 것은 지난 4월입니다.
지난해 SNS를 통해 알게 된 24살 서모 씨와 원하지 않는 성관계를 맺은 직후였습니다.
[정윤이 어머니 : 딸 아이는 몸으로 반항은 안 하고 정말 막 '싫어 싫어' 하고 속옷을, 거들을 부여잡고 있었고 그러다가 힘으로 벗겨진 거고.]
하지만 경찰은 증거가 부족하다며 15살 정윤이에게 서 씨와의 대질 신문을 제안했다는 겁니다.
[정윤이 어머니 : 나중에 가해자가 물증이 없어서 무혐의 처분을 받게 되면, 무고죄로 고발당할 수 있다. 그걸 아이한테 이미 말씀을 하셨더라고요.]
경찰은 관련 주장을 부인했습니다.
조사 이후 정윤이는 두 차례 자살을 시도했고, 결국 정신병원에 입원했습니다.
[최명기/정신과 전문의 : 혼동되면서 굉장히 긴장돼 있고. 특히 성적인 측면에 있어서 굉장히 본인을 갖다가 노출하지 말아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보이게 되고요.]
정윤이와 동갑인 또 다른 성폭행 피해 청소년 지선이.
지적장애 3급인 지선이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8명의 성인 남성에게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하지만 피의자 8명 중 처벌을 받은 건 2명뿐.
지선이가 당시 상황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신빙성을 의심받은 겁니다.
[지선이 어머니 : 기억을 잘 못 하고, 차 색깔도 헷갈려하고, 신빙성이 없다.]
일부 남성들은 성관계에 앞서 지선이가 동의했다며 관련 녹취파일을 증거로 제시해 무혐의를 받았습니다.
[지선이 아버지 : 처음부터 그 성인남성이 유도한 거예요. 그런데도 그 녹음했다는 이유 하나로 경찰은 전체적인 맥락은 안 보고 그냥 단순한 거만 보고.]
특히 지선이가 만 13세 이후 성폭행을 한 가해자들도 대부분 불기소 처분을 받았습니다.
만13세 미만의 성범죄에 대해선 아동의 동의 여부 등을 떠나 미성년자 의제강간을 적용해 가해자를 무조건 처벌하도록 돼있습니다.
하지만 정윤이나 지선이처럼 만13세 이상의 미성년자에 대해서 적용이 안 됩니다.
같은 미성년자이지만 만13세 이상에 대한 가해자는 경우에 따라 처벌을 면할 수 있는 겁니다.
[지선이 아버지 : 미성년자 의제강간의 나이에 5개월 지난 시점이에요. 성적 자기결정권이 어디에 있는지, 더군다나 아이가 장애까지 가지고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