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가 임금 수준에 따라 각기 다른 기업군에 속하게 되는 근로자 분리 현상이 심화하면서 전체 근로자 사이의 임금불평등이 확대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틸 본 와터 UCLA 교수는 30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한국은행이 개최한 '2016년 한국은행 국제콘퍼런스'에 발표자로 참석, "1981년에서 2013년 사이 미국 근로자의 임금 격차가 벌어진 것은 기업 내 임금 격차보다는, 주로 기업 간 임금 차이가 확대된 데서 비롯됐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이 기간 임금불평등에서 기업 간 임금격차의 확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3분의 2, 기업 내 임금격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3분의 1로 나타났다.
그는 기업 사이의 임금격차가 벌어진 요인으로 고임금과 저임금 근로자가 서로 다른 기업으로 몰리는 '분리 현상'을 꼽았다.
또 제조업보다 임금 격차가 큰 금융, 보험 등 서비스업이 빠르게 성장해 임금불평등을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산업 내에서 아웃소싱이 확대되면서 낮은 임금으로 저숙련 노동자를 고용하는 기업이 등장한 점도 주요한 원인으로 분석됐다.
기업규모별로 보면 규모가 작을수록 기업 간 임금격차가 임금불평등에 끼친 영향이 컸다.
1만명 미만을 고용하는 중소기업은 임금불평등의 약 84%가 기업 간 임금격차의 확대에서 비롯됐다. 반면 1만명 이상의 근로자를 보유한 대기업은 기업 간 임금격차와 기업 내 임금격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58%, 42%로 나타났다.
그는 대기업의 기업 내 임금격차는 저임금 근로자의 임금이 하락하는 동안 최상위 임금을 받는 근로자의 보수가 큰 폭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분석 기간 중 중소기업 근로자의 실질임금 중윗값이 31% 상승한 반면 대기업 근로자는 7% 하락했다. 이 기간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임원들의 임금은 스톡옵션 등의 영향으로 대폭 증가했다.
이날 '고용과 성장: 거시경제정책과 구조개혁의 역할'을 주제로 진행된 국제콘퍼런스에는 이주열 한은 총재를 비롯해 제임스 블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 등 각국 중앙은행의 주요인사들이 참석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투표권을 행사하는 블러드 총재는 기조연설 이후 별도의 질의응답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