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분기 가계가 은행과 제2금융권에서 빌린 마이너스 통장 대출과 신용대출 등 이른바 '생계형 대출'이 5조1000억원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1분기에는 가계가 연말이나 연초에 지급받은 상여금 등으로 마이너스 통장 대출금 등을 갚아 나가면서 대출 잔액이 감소세를 보이기 마련인데 올 1분기에는 이례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경기 부진의 여파가 지속되면서 팍팍해진 살림 탓에 급하게 자금이 필요하거나 생활비 부족 등으로 빚을 늘린 가계가 많은 것으로 풀이된다.
2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분기(1~3월) 말 은행과 제2금융권 등 예금취급기관의 기타대출 잔액은 316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4분기보다 5조1000억원 늘어났다. 이는 2008년 4분기부터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1분기중 역대 최대 증가폭이다.
지난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예금취급기관의 1분기중 기타대출 증가액이 평균 -1조5000억원으로 오히려 감소세를 보인 점을 감안하면 대조적인 모습이다.
기타대출은 마이너스 통장 대출과 신용대출 등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한 나머지 대출로 실질적인 담보가 없고, 대출절차가 비교적 손쉬워 가계가 생활비 등이 부족할 때 빌리는 경우가 많아 '생계비 대출'로 간주되고 있다.
전체 기타대출에서 은행의 기타대출은 2000억원 늘어나면서 1분기중 사상 처음으로 증가세를 나타냈다. 이전까지 1분기 은행권 기타대출 증가액은 모두 '마이너스'였다. 주로 1~3등급의 고신용층이 이용하는 은행권 기타대출 조차 증가세를 보인 것은 그만큼 경기 부진의 여파가 크다는 것을 방증하는 셈이다.
상호저축은행과 신용협동조합, 상호금융, 새마을금고, 우체국예금 등 제2금융권의 기타대출 증가세는 더욱 두드러졌다. 제2금융권의 기타대출 잔액은 154조원으로 4조9000억원 늘어나 지난 2008년 이래 1분기중 증가폭이 가장 컸다. 이로 인해 전체 기타대출에서 제2금융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분기 46.7%에서 48.7%로 확대됐다.
정부의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시행 등으로 은행권의 대출 문턱이 한층 높아지면서 생활비 마련 등을 위한 저신용·저소득 가계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을 많이 찾은 것이다.
고금리로 형성된 기타대출이 늘어나면서 가계부채의 질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리 상승 등으로 이자가 증가할 경우 가뜩이나 소득이 적은 제2금융권 대출자들의 경우 빚 상환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실제 제2금융권에서 상호저축은행의 일반 신용대출 금리는 지난 3월말 기준 24.05%에 달했다. 이에 반해 저소득층의 소득은 뒷걸음질치는 상황이다. 소득 1분위(소득 하위 20%)의 월평균 가구 소득은 141만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9% 감소했다.
임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금리상승과 소득악화로 원리금 상환부담이 커지면 가계의 재무건전성이 나빠지면서 부채 전반의 건전성을 위협할 수 있다"며 "나아가 가계가 소비지출을 줄이면서 거시경제 전체적으로 내수 성장을 저해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