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4조 5000억 원… 숫자가 너무 커서 감각이 오히려 무뎌질 정도의 큰 돈인데, 이 돈을 헛돈으로 만든 얘기를 지금부터 전해드립니다. STX조선해양이 결국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됐습니다. 채권단이 오늘(25일) "더 이상의 추가 지원은 명분과 실익이 없다" "따라서 법정관리 신청이 불가피하다"고 결론 내렸기 때문입니다. 이 회사가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은 건 2013년. 이후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같은 국책은행이 4조 5000억 원을 퍼부었지만 살려내지 못했습니다. 결국 정부와 국책은행 주도의 구조조정이 실패한 거죠.
문제는 3년 전 추가 지원을 결정할 당시에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반대 의견이 적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일부에서는 그래서 지난 3년 동안 결국 '폭탄 돌리기'를 했다, 이런 표현도 나왔습니다. 구조조정의 시기를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는 바람에, 결국 국책은행이 몇조 원만 더 쓰게 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비등합니다. 이 돈은 은행의 돈이 아니라 국민들의 돈입니다.
이새누리 기자가 보도해드리겠습니다.
[기자]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이 STX조선해양에 투입한 돈은 총 4조 5000억 원입니다.
자율협약 체결 당시 4조 원을 줬고 불과 6개월 전 5000억 원을 추가 지원한 겁니다.
모두 홍기택 전 회장이 산업은행을 이끌 때 얘기입니다.
그 과정에서 민간은행 3곳은 가망이 없는 회사에 지원하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채권단에서 빠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산업은행과 정부는 조선 산업과 지역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명분으로 지원을 이어 나갔습니다.
그 사이 금융권이 STX에 물린 대출과 보증은 6조 원으로 불어났습니다.
산업은행이 3조 원, 수출입은행 1조 원으로 국책은행 몫이 70%나 됩니다.
농협은행도 1조 1000억 원을 물렸습니다.
STX조선 뿐 아니라 STX중공업 등 일부 계열사도 함께 법정관리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만일 STX조선해양이 회생에 실패할 경우, 정부는 구조조정을 제 때 못한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거란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