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다음 소식은 좀 놀라운 소식이긴 한데,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으로 뉴스에 생소한 화학물질 이름이 자주 등장하죠. 14명의 사망자를 낸 가습기 살균제 '세퓨'의 원료물질이 'PGH'였습니다. 그런데 사람이 들이마셨을 경우 독성이 기준치의 160배에 이르는데도 우리나라에선 가습기 살균제로 판매해 유통이 됐습니다. 이 물질을 개발한 오스트리아에서는 병원 살균 소독용으로 쓰고 있고, 소독하는 사람도 분무형태로 사용하는 경우 반드시 보호장구를 착용하도록 돼 있었습니다. 그걸 우리는 바로 호흡기로 뿜어댔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김진일 기자의 단독 보도해드리겠습니다.
[기자]
2006년 오스트리아 빈 대학이 진행한 실험입니다.
밀폐된 병실에 있는 세균을 죽이기 위해 PGH와 PHMG를 물에 희석해서 분무했습니다.
두 원료를 섞어 쓴 가습기 살균제 세퓨와 동일한 원리입니다.
가습기처럼 분무 돼 습도는 85% 이상으로 올랐고, 100분 뒤 세균은 대부분 죽었습니다.
살균 효과는 이처럼 뛰어났습니다.
이 실험을 바탕으로 오스트리아와 스위스에선 PGH를 사람이 없는 곳의 살균소독용으로만 쓰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용 시 주의사항은 매우 엄격합니다.
소독은 사람이 아닌 기계를 통해 분무하는 방식을 권장합니다.
사람이 하는 소독을 하는 경우에는 마스크와 보호장구 등으로 무장한 전문 기술자만 할 수 있도록 제한했습니다.
소독 장소에 거주자가 있어선 안 된다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이런 물질을 우리나라는 안방에서 사람 호흡기에 뿜어댄 겁니다.
[최예용 소장/환경보건시민센터 : 화학자들에 의하면 이건 가습기 살균제 물통에다가 농약을 집어넣고 실내에서 분무하는 것이니까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제품이라는 거죠.]
PGH와 PHMG 사용과 관련된 보고서 실험 자료는 오스트리아 빈 대학을 비롯한 여러 곳이 만들었지만 사람이 수백 명 숨지는 동안 정부도 가습기 살균제 제조사도 이를 외면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