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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상시 청문회법 거부권 행사 가능성

입력 2016-05-23 13:27

여당에서 먼저 거부권 행사 분위기 잡아
거부권 폐기 시 국회에 대한 역풍 가능성도
순방 이후 7일 국무회의서 전격 결정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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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에서 먼저 거부권 행사 분위기 잡아
거부권 폐기 시 국회에 대한 역풍 가능성도
순방 이후 7일 국무회의서 전격 결정할 듯

박 대통령, 상시 청문회법 거부권 행사 가능성


청문회 개최요건을 완화한 국회법 개정안이 23일 정부로 이송된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후 두 번째 거부권 행사에 나설지 주목된다. 첫 거부권 행사는 지난해 6월 이른바 '유승민 파동' 당시 정부 시행령에 대해 국회의 수정·변경권을 대폭 강화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서였다.

당초 청와대는 상임위 차원에서 중요 안건 심사 외에 '소관 현안'에 대해서도 청문회를 열 수 있도록 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행정부를 마비시켜 국정의 발목을 잡는 법"이라며 반발하면서도 거부권 행사에는 신중한 기조였다.

지난해 국회법 개정안의 경우 삼권분립 원칙의 침해로 위헌 소지가 분명했지만 이번 개정안은 어디까지나 국회 운영에 관한 영역이기 때문에 거부권 행사에 나서기에는 명분이 약하다는 이유에서다. 국회가 개정안을 처리한 다음날인 지난 20일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지난해 거부권 행사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이야기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또 거부권을 행사한다 해도 여소야대(與小野大)로 재편된 20대 국회의 권력지형상 법안 폐기를 장담할 수 없다는 점도 작용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국회에서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재의결되면 그대로 법안으로 확정된다.

지난해 거부권 행사 당시에는 과반 의석을 차지했던 새누리당이 본회의에 불참해 재의결 자체를 무산시켰지만 20대 국회에서 새누리당의 의석수는 122석에 불과하다. 결국 표대결로 갈 수 밖에 없는데 더불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야당의 의석수를 감안할 때 새누리당에서 30명 가량의 이탈표가 발생하면 재의결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만일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도 불구하고 재의결이 이뤄진다면 자칫 레임덕(권력누수)을 스스로 앞당기는 결과를 초래할 수 도 있다. 협치(協治)라는 기조가 무색하게 20대 국회와 시작부터 대립각을 세워야 하는 점도 적지 않은 정치적 부담이었다.

그러나 지난 주말을 거치면서 기류가 미묘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를 필두로 여당 내에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비판과 함께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당연하다는 목소리가 커진 것이다.

청와대는 이에 신중한 분위기를 유지하고는 있지만 거부권과 관련해 무언가를 고민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거부권 행사 가능성과 관련, "여러가지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은데 아직 어떻게 한다고 결정된 바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아무것도 결정된 바가 없다"고만 말했다.

물론 청와대가 딱 잘라서 거부권 행사를 하겠다거나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부정적인 분위기에서 '검토 중'으로 바뀐 것만큼은 짐작할 수 있다.

이를 두고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확산시켜 거부권 행사의 당위성을 확보하기 위한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역할 분담이란 분석이 나온다. 정치적 부담이 큰 청와대가 이번 이슈에서 한발 물러서 있는 사이 여당이 적극적인 여론전을 통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문제 인식을 확산시키는데 성공하면 박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다.

특히 일각에서는 거부권 행사가 국회의 재의결로 좌절된다 해도 박 대통령이 잃을 것은 그리 많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거대 야당이 힘으로 박 대통령을 굴복시키는 모습을 보이면 동정론이 일어 오히려 여소야대 국회가 국민적 역풍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논리다.

이념과 진영 논리가 지배하는 한국 정치 현실을 감안할 때 국회법 개정안에 따른 동시다발적 청문회는 정쟁의 장으로 변모할 가능성이 크고 이는 박 대통령의 선택에 정당성을 실어주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실제로 박 대통령에게는 거부권 행사를 위한 시간적 여유가 있다. 박 대통령은 개정안이 정부로 이송된 다음날로부터 15일 이내에 이의서를 국회로 넘기고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

개정안이 이날 정부로 넘어왔으니 6월7일까지는 거부권 행사를 고민할 시간이 남아 있다. 오는 25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아프리카 3개국 및 프랑스 국빈방문에 나서는 박 대통령은 순방 기간 국내 여론 동향을 살피면서 거부권 행사 여부를 저울질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교롭게도 거부권 행사의 데드라인인 다음달 7일은 매주 화요일에 열리는 국무회의가 예정된 날이다. 따라서 박 대통령이 이날 국무회의를 직접 주재한 뒤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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