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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식 장기 부족 해결될까?…장기 기능 유지 가능한 새 실험 성공

입력 2016-05-23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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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식 장기 부족 해결될까?…장기 기능 유지 가능한 새 실험 성공


71살의 전 미 생물학 교수 로이드 마쓰모토는 지난달 28일 2번째 생일을 갖게 됐다. 25년 전부터 간경변 질환을 앓던 그가 성공적인 간 이식 수술을 받은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마쓰모토가 받은 간 이식 수술은 이제까지 행해졌던 많은 장기 이식 수술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기존의 장기 이식 수술들은 기증자로부터 적출된 장기들을 냉동 상태로 보관해 장기 기능을 최소화시킨 상태에서 이뤄졌었지만 마쓰모토가 받은 간 이식 수술은 기증자의 간을 체온과 같은 혈액 속에서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면서 살아 있는 상태로 유지한 상태에서 이식한 것이다. 마쓰모토에게 이식된 기증자의 간은 수술 직후부터 담즙을 생산해내기 시작했다. 수술을 집도한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의 외과의사 제임스 마크맨도 수술 결과에 크게 만족하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22일(현지시간) 마쓰모토의 간 이식 수술은 수술의 성공 가능성을 크게 높였다는 점 외에도 장기 이식 수술을 유일한 희망으로 삼은 채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려놓고 장기 기증자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리는 수많은 질환자들에게 큰 희망을 줄 수 있다고 보도했다.

냉동 보관이라는 기존의 장기 보관 방식으로는 4시간30분 이상 냉동 상태가 지속되면 기능이 크게 손상돼 장기 이식에 사용될 수 없었지만 이처럼 살아 있는 상태로 장기를 보관해 이송할 경우 적어도 그 두 배인 9시간 이상 기능을 살아 있는 상태인 것처럼 유지할 수 있어 장기 이식에 사용할 수 있는 장기가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의 장기 보관 방법은 아직 미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승인을 받지 못했다. 마쓰모토가 이러한 수술을 받은 것도 어디까지나 실험적 시도였다. 아직 안전성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은 것이다.

지난해 미국에서만 2804건의 심장 이식과 7127건의 간 이식을 포함해 3만1000건 가까운 장기 이식 수술이 행해졌다. 하지만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려놓은 사람들의 수는 이보다 훨씬 더 많다. 수요와 공급 간 격차는 매년 더 커지고만 있다. 적절한 장기 기증자를 찾지 못해 목숨을 잃는 사람이 미국에서만 하루 평균 22명에 달하고 있다.

휴대용장기보관시스템(Portable Organ Care System)이라는 새 장기 보관 이송 방식은 트랜스메딕스(TransMedics)라는 미 회사에 의해 처음 개발됐다. 혈액을 체온과 같이 유지하고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며 실제 혈관 속에 있는 것처럼 혈압도 유지하면서 장기 기능을 체크하는 센서를 통해 이식 수술을 담당할 의료진에게 장기 기능 정보를 전달해 조절까지 가능하다. 유럽에서는 지난 2006년부터 실험이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약 200차례에 걸쳐 상업적 시술이 허용됐지만 미국에서는 여전히 상업적 시술을 위한 승인을 받지 못한 상태이다.

안전성이 입증돼 상업적 시술이 허용될 경우 이식을 위한 장기 공급이 크게 늘어날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문제는 엄청난 비용이다. 지금도 장기 이식 수술 비용은 최소 25만 달러(약 2억9600만원)에 달하지만 새로운 방식의 경우 휴대용장기보관시스템 구입 비용 4만5000달러(약 5330만원)에 보관 이송에 필요한 전문가 비용 등이 추가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방식의 장기 보관 이송이 승인될 경우 62년에 걸친 인류의 장기 이식 기술은 새로운 단계로 도약하게 된다. 1954년 로널드 헤릭이 쌍둥이 형제인 리처드로부터 신장을 이식받은 것이 인류 최초의 장기 이식 수술이었다. 이후 60여년이 흘렀지만 장기 이식 수술은 처음 단계에서 별 진전을 이루지 못한 채 원시 수준에 계속 머물렀었다. 장기 기능 손상을 방지하는 새 기술은 장기 공급을 크게 늘리는 것과 함께 장기 이식 수술 또한 새 차원으로 이끌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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