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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식과 채식 그리고 '채식주의자'

입력 2016-05-18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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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식과 채식 그리고 '채식주의자'


화학자 이모 교수(D대·작고)는 "인체의 에너지장(생체자기)과 업(카르마)은 섭취 음식물에 크게 좌우된다"고 주장했다. 생체자기는 동적 공간구조 에너지 회로를 구성하는 합성 자장인데 생각하고 행동하는 과정 중의 에너지 변동이 에너지 회로를 간섭, 합성, 분리하며 변형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러한 에너지 회로의 형성이 업이고, 음식은 인간 에너지체 회로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 업을 쌓는다고 봤다.

"육식은 사람을 격하게 만든다. 인간 대 인간, 인간 대 동물, 인간 대 자연, 모두를 물질적으로만 파악하게 한다. 조리된 동물 혹은 식물이 뿜어대는 기는 인체에 업으로 머무르면서 상당기간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 교수가 연구한 업의 유효기간은 구체적이다. 해삼 굴 멍게 멸치 조개 번데기 생선알은 인체 기(오라)에 1년간 중첩된다. 소 닭 돼지 게 바닷가재 달팽이 새우 3년, 고등어 갈치 광어 도다리 아구 돔 3~5년, 칠면조 해파리 5년, 참치 5~10년, 조기 꽁치 대구 오리 오징어 홍어 10년, 복어 붕장어 20~30년, 잉어 오소리 가물치 자라 30년, 개 멧돼지 50년, 뱀장어 뱀 사슴 노루 70년, 곰 거위 거북은 100년 이상이다.

"네발짐승의 기는 먹은 사람의 머리 끝에서 등을 타고 허리까지 매달려 있게 된다. 뱀이나 장어류의 기는 가슴부터 무릎 사이를 감고 돈다. 인체 외부뿐 아니라 내부 장기에도 중첩될 수 있다. 또 생선은 팔다리가 없는 탓에 인간의 상체에 기 상태로 머문다. 물고기가 팔딱거리는 순간, 팔과 다리 부상이 잦고 병치레에 시달린다."

식물에도 업은 존재한다. 다만 기가 워낙 미미하므로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한다. 채소 콩 쌀 율무 1~3시간, 느타리 양송이 1~3일, 표고버섯 10일, 과일류 1시간~3일 쯤이다.

섭생만 놓고 보면 예외 없이 무병장수해야 마땅할 조선왕조 임금들의 평균수명은 47년에 불과하다. 세종은 육식을 좋아하고 몸이 비중했다. 세종의 아버지인 태종이 "세종은 고기가 아니면 식사를 들지 못하니 내가 죽은 뒤 상 중에도 고기를 들게 하라"고 했을 정도다. 그래서 세종의 피는 탁했다. 혈탁이 심하면 염증성 질환이 온다. 혈액의 농도가 높아져 수분대사를 방해, 부종과 설사 따위에 시달린다. 아니나 다를까, 세종도 안질 종기 부종 설사 등으로 불편했으며 29세 때는 두통과 이질로 곤욕을 치렀다. 30세 전후에 소갈이 닥쳐 평생 당뇨와 함께 했다. '온양 온천'이라는 지명을 낳은 세종의 눈병도 원인은 당뇨에 있었다.

조선의 왕 중 최장수자는 영조다. 83세로 운명했다. 영조는 어머니를 닮았다. 무수리 출신인 영조의 모친은 튼튼했다. 영조는 어머니의 건강을 물려받았다. 경종(숙종과 장희빈의 아들)의 동생인 영조는 경종이 즉위한 18세 때부터 궁궐 밖에서 백성들과 어울리며 검소하게 살았다. 밥도 잡곡밥을 더 좋아했다.

이렇게 육식은 악, 채식은 선이 되는가.

미국의 환경운동가 리어 키스가 '채식의 배신'에서 설명했다. "곡물과 채소 위주의 탄수화물 식단이 인체에 끼치는 영향은 두루 알려진대로다. 곡물과 당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높아진 인슐린으로 인해 발병하는 심장병, 고혈압, 당뇨병은 이미 서구 사회의 '죽음의 사자'로 통용된다. 일부에서는 '복합 탄수화물은 좋고 단순 당은 나쁘다'라고들 하지만, '탄수화물에는 좋은 것과 나쁜 것이 있는 것이 아니라, 겨우 참을 만한 정도의 탄수화물과 끔찍한 탄수화물이 있을 뿐'이다. 복합이든 단순이든 모든 탄수화물은 당이다."

"사람은 지방과 콜레스테롤 없이 살 수 없다. 물질 대사와 생리 작용에 필수적인 영양소인 비타민 중에 지용성인 비타민 A, D, E, K는 반드시 지방이 있어야 이동할 수 있고, 지방 없이는 흡수가 잘되지 않는다. 특히 비타민 A와 D는 동물성 식품에만 들어 있다. 또 지방은 인체의 장기를 둘러싸 보호하고 연료를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뇌의 60%가 포화 지방이며, 신경 전달 물질들이 말 그대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가능한 것도 지방 덕분이다. 콜레스테롤도 마찬가지다. 콜레스테롤은 우리 몸의 모든 세포가 필요로 하는 물질로, 물에 녹지 않아 세포막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기능을 한다. 또 성호르몬을 비롯한 모든 호르몬이 만들어질 때 그 재료로 쓰인다. 이처럼 중요하다 보니 피 속에 든 콜레스테롤의 80%는 인체 내에서 만들어진다. 음식 섭취로 몸속에 들어가는 콜레스테롤은 20%뿐이다. 오히려 콜레스테롤이 적으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으면 각종 암, 출혈성 뇌졸중, 호흡기 및 소화기 질환, 비자연사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많이 나와 있다"고도 짚었다.

소설집 '채식주의자'(The Vegetarian)는 '영혜'의 남편인 '나'의 시선으로 서술된다. 어린시절 자신의 다리를 문 개를 죽이는 장면이 뇌리에 박힌 영혜는 어느날 꿈에 나타난 끔찍한 영상에 사로잡혀 육식을 멀리하기 시작한다. 영혜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는 나는 처가 사람들을 동원해 영혜를 말리고자 한다. 영혜의 언니 인혜의 집들이에서 영혜는 또 육식을 거부하고, 이에 못마땅한 장인이 강제로 영혜의 입에 고기를 넣으려 하자 영혜는 그 자리에서 손목을 긋는다. 영혜는 철저히 육식을 거부한 채로 나무가 되기를 꿈꾼다.

영혜는 말한다. "어떻게 내가 알게 됐는지 알아? 꿈에 말이야. 내가 물구나무서 있었는데. 내 몸에서 잎사귀가 자라고, 내 손에서 뿌리가 돋아서. 땅속으로 파고들었어. 끝없이, 끝없이. 사타구니에서 꽃이 피어나려고 해서 다리를 벌렸는데, 활짝 벌렸는데", "나, 몸에 물을 맞아야 하는데. 언니, 나 이런 음식 필요 없어. 물이 필요한데."

외모에서부터 식물을 연상시키는 미녀인데다가 작가 한승원의 딸이기까지 한 한강이 'The Vegetarian'(채식주의자)로 천하의 맨부커상(Man Booker Prize)을 받았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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