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9·11 테러법'이 통과되면 미 국채를 처분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바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미 국채 실제 보유량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하지만 보유량이 지나치게 적다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은 미 재무부가 정보공개요청에 따라 밝힌 자료를 인용해 사우디가 지난 3월 말 기준 1168억 달러(약 137조2984억원) 어치의 미 국채를 보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중국의 1조 3000억 달러와 일본의 1조1000억 달러에 비하면 10% 수준이다.
미 재무부가 사우디의 미 국채 보유량을 공개한 것은 1974년 이후로 처음이다. 지난 40여년간 미 재무부는 사우디를 산유국 국가 총계에 뭉뚱그려 발표해 왔다.
이번 발표로 사우디가 보유한 미 국채 가치가 밝혀졌지만, 오히려 더 큰 의문을 낳고 있다. 사우디가 주장하는 달러자산에 비해 이번에 집계된 국채 보유량이 지나치게 적기 때문이다.
지난4월 15일 뉴욕타임스(NYT)는 사우디 정부가 미국에서 미 상원이 준비 중인 '9·11 테러법'이 통과된다면 7500억 달러에 달하는 미 국채 등 달러 자산을 매도하겠다고 위협했다고 보도했다.
'9·11 테러법'은 외국 정부에 주어졌던 면책특권을 테러와 관련한 소송·재판에서 축소 인정하자는 것을 골자로 하며, 만약 통과된다면 9·11 피해자가 사우디 왕가와 단체 등을 직접 고소할 수 있기 때문에 사우디와 미국은 이를 두고 갈등을 빚어 왔다.
만약 사우디가 7500억 달러의 달러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 사우디의 달러화 보유액과 미 국채 보유량 가치를 합치면 이에 가까워야 한다는 뜻이지만, 막상 계산이 잘 들어맞지 않는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사우디는 약 5870억 달러의 외환보유액은 보유하고 있다. 또 전 세계 대부분 나라가 외환보유액 중 약 3분의 2를 달러화로 채우고 있는 것으로 미뤄 사우디도 약 3913억 달러의 달러화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사우디의 7500억달러의 달러자산에 달러보유액과 미 국채를 합쳐도 2000억 달러 이상의 미국 자산을 파악하고 못한 셈이다.
경제전문가들은 사우디가 국채 이외에 미 재무부 집계에 포착되지 않는 주식과 파생상품, 비정부 채권 등의 형태로 2000억달러가 넘는 자산을 보유하고 있거나 제3국을 통해 국채를 사들였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데이비드 웨셀 선임연구원은 "사우디의 미 국채 보유량을 알 수 있게 된 것 자체는 좋은 결과지만, 사우디가 3국을 통해 훨씬 더 많은 미국 자산을 보유하고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제프리스그룹의 토마스 사이먼 이코노미스트는 "다른 나라를 통해 미국 국채를 사들였을 수 있다"면서도 "사우디가 굳이 자국 내에 보유하고 있는 미 국채에 2배에 달하는 달러자산을 해외에 보유하고 있을 영문을 모르겠다"고 전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