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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부커상 '채식주의자'는 어떤 소설?

입력 2016-05-17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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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부커상 '채식주의자'는 어떤 소설?


한국인 최초로 맨부커상을 받은 작가 한강(46)의 연작소설 '채식주의자'(2007년 발표)는 우리 주변에서 무심코 벌어지는 인간의 폭력성을, 육식을 거부하고 '식물의 상태'로 자신을 몰아가는 한 여자의 이야기를 통해 다룬 작품이다.

이 작품은 2004년 계간 창작과비평 여름호에 게재된 중편이고, 또 다른 중편 '몽고반점' '나무 불꽃'과 묶여 연작소설 형태로 2007년 연작 장편소설(창비) 형태로 발표됐다.

발표 당시 단아하고 시심 어린 문체와 밀도있는 구성력이라는 한강 특유의 개성이 고스란히 살아 있으면서도 상처 입은 영혼의 고통을 식물적 상상력에 결합해 섬뜩한 미학을 완성한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한강의 실제 말투처럼 소설은 나직한 목소리지만 숨 막힐 듯한 흡인력으로 욕망, 식물성, 죽음, 존재론 등의 문제를 한 데 집약시켜놓은 작품이라는 평이다.

'채식주의자'는 한 때 채식주의자이 삶을 살았던 작가의 경험이 일부 반영된 작품이기도 하다. 한강은 "20대 중반에 채식주의자였다. 당시 주변의 모든 사람이 내게 고기를 먹이려고 노력했다. 그런 반응이 매우 흥미롭고 유머러스하기까지 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개인적 경험이 소설에 큰 영향을 미쳤다"며 "'채식주의자'에서 다룬 가장 중요한 주제는 인간의 폭력이다. 우리 주변 어디에나 있는 폭력의 위험성을 이야기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채식주의자'는 어느날 갑자기 육식을 거부한 '영혜'를 남편·형부·언니의 시선으로 본 작품. 표제작인 '채식주의자'는 남편인 '나', '몽고반점'은 형부인 '나', '나무 불꽃'은 언니 인혜인 '나'가 화자다.

'채식주의자'에서는 영혜가 어린 시절 자신의 다리를 문 개가 잔인하게 죽임을 당하는 꿈을 꾼 뒤 육식을 거부하고(1부 '채식주의자'), 영혜의 형부이자 비디오아티스트인 '나'가 영혜의 몸을 욕망하고(2부 '몽고반점'), 식음을 전폐하고 나뭇가지처럼 말라가는 영혜를 바라보는 인혜의 시선(3부 '나무 불꽃')이 담담히 이어진다.

육체적인 욕망과 예술혼의 승화를 절묘하게 결합한 수작으로 평가 받으며 이상문학상을 차지한 2부 '몽고반점'은 '채식주의자' 전체 줄거리에 연결되면서 이 소설의 차원을 확장하고 심화한다는 분석이다.

한강은 각 부에서 각기 다른 시선으로 조명되는 '욕망의 근원'을 결국 영혜의 상처와 기억의 문제로 수렴한다. 이를 통해 그는 욕망의 주체로서의 삶을 포기한 영혜와 끝까지 무엇인가를 욕망하고야 마는 주변 인물을 대비해 인간이 가진 근원적인 폭력성에 가 닿는 모습을 보여준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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