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공화국 인사가 5·18민주화운동의 희생자들에 대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유감 표명 의사를 전달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그 속에 숨겨진 목적에 대한 궁금증이 일고 있다.
더욱이 내란죄로 무기징역형을 확정 받고 전직 대통령 예우를 박탈당한 전 전 대통령의 국가장과 국립묘지 안장이 현실적으로 가능하고 여전히 경찰 경호와 경비를 받고 있어 적절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15일 5·18기념재단 등에 따르면 전두환 전 대통령의 측근이라고 밝힌 김충립 한반도프로세스포럼 대표는 최근 오월 단체 대표들과 간담회, 기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전 전 대통령을 설득해 희생자들에 대한 유감 표명과 망월동 구묘역 참배에 대해 긍정적인 뜻을 받았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전직 대통령이 '사죄한다' '잘못했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통상적으로 유감이라는 말 속에 아프게 생각하고 죄송하다는 의미가 들어간 것"이라며 전 전 대통령을 설득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전 전 대통령이 저와 대화를 할 때 사과할, (5·18민주묘지를)참배할 의사가 있지만 (기념식 이전에)갈 수 있는 여건이 못 된다고 밝혔다"며 조건을 내걸었다.
김 대표가 제시한 조건은 크게 두 가지다. 광주 민심이 두려운 상황에서 신변보호를 위한 경호 등 전직 대통령 예우 회복과 그를 추종하는 사람들의 사면이다.
그러나 연금, 비서관 및 운전기사의 임명, 사무실 제공 등의 전직 대통령 예우를 받지 못하고 있는 전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라 경찰 경호와 경비는 받고 있다.
지난해 9월 국회 안정행정위원회 소속인 진선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전 전 대통령 사저 경호 예산은 6억7352만원이 지출됐다.
5월 단체는 "사실상 자체 경호가 가능한 상황에서 김 대표가 '광주 방문, 유감 카드'로 노리는 것은 사실상 전 전 대통령과 측근 인사들의 사면"이라고 분석했다.
김 대표도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유감의 뜻을 표하고 싶지만 혼자 살 수는 없지 않느냐. 추종자들이 같이 가야하는데, 그들도 아직까지 형을 받고 있다. 연금도 못 받고 국립묘지도 못 가고 훈장도 반납하고 아직은 사면이 덜 된 상태다. 그런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 광주 시민들이 이해해주고 마음이 풀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히려 김 대표의 발언은 전 전 대통령의 경호 및 경비 혜택, 국가장과 국립묘지 안장 가능성에 대한 적절성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개정된 국가장법에 따르면 전두환과 노태우 등 두 전직 대통령을 위해서도 국가장을 치를 수 있고 이들의 국립묘지 안장도 가능한 상황이다.
국가장법은 '정안전부 장관의 제청으로 국무회의 심의를 마친 뒤 대통령 결정에 따라 국가장을 할 수 있다'고 명시됐을 뿐 군사반란과 내란죄를 저지른 전직 대통령은 제외한다는 규정은 없다.
또 국가장을 시행할 경우 이들의 국립묘지 안장을 논의할 수 있다. 최종 결정 권한을 가진 국가보훈처 국립묘지안장대상심의위원회가 두 전직 대통령의 재임 중 업적을 고려해 이를 허용한다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지난 2012년 당시 새정치민주연합(현 국민의당) 장병완 의원이 이 점을 우려해 '내란죄 등 반국가범죄를 저질러 국가 유공자 자격이 제외된 자는 국가장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의 '국가장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했으나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장병완 의원실 관계자는 "국가장법은 분명 문제가 있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19대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법률 개정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5월 단체 한 관계자는 "발포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군사 반란 범죄자에게 경비와 경호 등의 예우가 적절한지 다시 논의해야 한다"며 "나라를 도둑질하려고 했던 사람들을 위한 국가장과 국립묘지 안장을 국민들이 절대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