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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밉보일라"…어린이집 부모들도 스승의 날 고민

입력 2016-05-15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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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밉보일라"…어린이집 부모들도 스승의 날 고민


주부 김정민(33·여)씨는 스승의 날인 15일까지 공립 어린이집에 다니는 4살배기 딸의 선생님에게 선물을 보낼지 말지를 망설였다. 어린이집 측에서 가정통신문에 '어떠한 선물도 일절 받지 않겠다. 선물을 보낼 경우 되돌려 보내겠다'는 공지를 보내온 탓이다.

과거에 비해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그래도 스승의 날인데…'라는 심리가 여전히 존재한다. 이것이 학부모들 입장에선 큰 부담인 셈이다.

김씨는 "선물을 안 하자니 찝찝하고 하자니 부담되는 게 사실"이라면서 "막상 선물을 하려해도 어디까지 챙겨야할지 난감하다"고 토로했다.

김씨의 딸이 다니는 공립 어린이집에는 원장을 포함해 21명의 선생님이 아이들을 돌본다. 외래강사까지 합하면 그 숫자는 30여명에 이른다.

김씨는 결국 원장과 딸의 담임선생님 2명에게만 차(Tea) 선물세트를 주기로 마음 먹고 15일 오후 백화점에 잠시 들릴 계획이다. 김씨는 "고민만 계속하다 스승의 날에 맞춰 선물할 때를 놓쳤다. 유난스럽지 않은 선에서 감사의 뜻을 전하는 데 차가 괜찮을 듯 싶다. 오늘 저녁에 사다놓고 내일(16일)이라도 아이편에 보낼 생각"이라고 전했다.

스승의 날은 초·중·고뿐 아니라 어린이집에 다니는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도 고민이다.

부모들은 아이를 잘 봐달라는 의미로 성의를 보여야 하는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게 마련이다. 하지만 노파심에 선물을 했다가 선생님이 부담스럽게 여기면 어쩌나라는 걱정도 있다.

선물을 하는 게 좋을까, 안 하는 게 바람직할까. 한다면 어느 수준까지 해야할까. 이래저래 고민거리다.

4살과 2살 두 아이를 둔 홍아름(35·여)씨는 지난 13일 유산균 건강식품 4통(1통당 2만4000원)을 사들고 어린이집을 찾았다. 두 아이의 담임 선생님 것만 구매했는데도 10만원 가까이 들었다.

당초 3만3500원짜리 견과류 포장세트 4개를 인터넷으로 주문했지만 배송받은 직후 다소 저렴한 품목으로 반품·교환했다. 택배 반송료를 감안하더라도 3만원 가량 절약할 수 있어서다.

홍씨는 "어린이집 측에서 자필로 쓴 편지만 받겠다고 했지만 그것도 걱정이더라. 정말 그래도 되나 싶어서…"라며 "선생님이 계속 거절했지만 어린이집에서 다같이 나눠먹으라는 설득에 겨우 허락했다. 찾아가길 잘한 듯 하다"고 말했다.

9개월된 딸을 정원 14명의 사립 어린이집에 보내는 이미영(29·여)씨는 자필 편지와 함께 선물을 택배로 부쳤다.

어린이집 선생님 5명 모두에게 선물을 보내는데 총 7만8000원이 들었다. 하지만 원장에게는 나머지 4명(1인당 1만2000원)에 비해 2.5배 많은 비용을 썼다.

이씨는 "어린 딸을 어린이집에 맡길 수 밖에 없는 엄마 입장에서는 스승의 날을 모른 채 넘길 수가 없다"면서 "나는 주는 쪽과 받는 쪽 둘다 부담이 적으면서 실속있는 선물을 택한 편이다. 원장에게는 특히 우리 아이를 잘 봐달라는 의미에서 조금 더 값이 나가는 선물을 골랐다"고 전했다.

오해영(45·여)씨는 과거 선물을 보냈다가 오히려 무안을 당한 경험이 있다. 아들이 유치원에 다니던 지난해 스승의 날, 부담없이 먹으라고 케이크를 만들어 보냈지만 유치원 측에서 그조차 받지 않았다고 했다.

오씨는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해 처음 맞는 스승의날이 주말이라 다행이지 싶다"면서 "학부모끼리 선물하지 않기로 뜻을 모아서 올해는 무얼 해야하나 하는 스트레스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한 교육업체가 실시한 설문에서는 아이를 둔 엄마 10명 중 6명(67.6%)이 스승의 날 자녀의 교사에게 선물한다고 답했다. 어린이집(85.1%)에 다니는 경우가 비율이 가장 높았고 중·고등학교와 초등학교는 각각 59.3%, 57.9%였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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