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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세프 탄핵' 브라질, 한치 앞 내다보기 힘든 혼돈 속으로

입력 2016-05-12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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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세프 탄핵' 브라질, 한치 앞 내다보기 힘든 혼돈 속으로


2015년 국내총생산(GDP) 25년 만에 최대인 3.8% 감소. 2016년 역시 비슷한 정도로 감소 예상(국제통화기금·IMF 전망). 2017년에야 경제 후퇴에서 탈출해도 기껏 0% 성장. 지난 3월 2004년 이후 최저를 기록한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6.4%를 훨씬 뛰어넘는 연율 9.28%. 2014년 5.1%이던 실업률은 올해 11%로 2배 이상 뛸 것으로 추산. GDP의 68%애 달하는 연간 정부 채무 증가. 수십 년 만에 최악의 경제 위기에 처한 브라질 경제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경제 지표들이다.

브라질 상원이 12일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개시를 결정, 13년에 걸친 좌파 정권에 종지부를 찍었다. 호세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결정은 브라질 경제 악화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 때문이다. 그러나 호세프 탄핵으로 미셰우 테메르 부통령이 브라질을 이끌게 됐다 해서 브라질의 암울한 경제 현실이 하루 아침에 바뀔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브라질이 최악의 경제 위기에 처한 것은 브라질과 함께 브릭스(BRICS) 멤버였던 세계 2위의 경제대국 중국의 경제 둔화, 브라질 경제의 고도성장을 이끌었던 국제 원자재 가격의 호황, 브라질 정국을 마비 상태로까지 이끈 광범위한 부패 스캔들 등 여러 이유가 동시다발적으로 겹치면서 복합적으로 작용한 때문이다.

이런 복합적 원인들에 관계 없이 중앙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려 재정적자를 숨겼다는 이유로 이뤄진 호세프의 탄핵만으로 브라질의 모든 과제들을 해결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런 문제들이 하루 아침에 불거진 것도 아니다. 이미 호세프 정부 역시 이런 문제점들을 잘 알고 있었다. 호아킴 레비 전 재무장관은 오래 전부터 재정적자 증가의 심각성 때문에 정부 지출을 삭감하고 세금을 인상하려 했다. 그러나 레비의 시도는 수포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국민들의 불만을 의식한 국회의원들의 반대 때문이었다.

지금 브라질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경제 침체이다. 그러나 경제 침체에서 탈출하기 위해선 먼저 혼돈 속의 브라질 정치가 안정돼야만 한다. 그러면 호세프 대통령 탄핵으로 브라질 정치는 안정될 수 있을까? 불행히도 많은 전문가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현재로서는 해답을 찾기 어렵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새로 브라질을 이끌게 된 테메르 부통령은 오랫동안 브라질의 킹메이커였지만 언제나 브라질 정치권의 한가운데에서는 한발 비켜나 있었다. 그의 오랜 정치 경력에도 불구하고 그래서 많은 브라질 국민들이 그의 얼굴을 한 눈에 알아보지 못한다 해도 결코 이상하지 않을 정도이다. 그러던 그가 이제 더이상 킹메이커가 아니라 직접 왕좌에 오르게 됐다.

하지만 라틴 아메리카 전체 GDP의 55%를 차지하는 남미 최대 경제국가 브라질의 미래를 결정하게 된 이제 테메르가 어떤 지도력을 보여줄 것인지는 지금까지 2인자의 자리에서 호시탐탐 기회만 엿보던 때와는 다를 수밖에 없다. 이제까지 그가 자신의 정치적 색채를 뚜렷하게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에 향후 브라질의 앞날을 점치는 것 또한 쉽지 않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테메르의 PMDB는 지난해 10월 연정 파트너로서 브라질을 위한 정채 강령을 발표했었다. '미래로의 교량'이란 이름의 이 강령에 따르면 PMDB는 브라질 예산의 균형성을 회복하는데 초점을 맞춰 재계로부터 환영을 받았다. 호세프 대통령 탄핵이 가시화되면서 브라질 헤알화 가치가 상승하고 브라질 주가가 오른 것은 브라질 정치 개혁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이러한 재계의 환영 움직임을 반영한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러나 이 강령은 또한 은퇴자들에게 최저임금 수준의 연금 보장, 사회보장 혜택 범위 축소, 석유산업 개방, 보다 유연한 노동법 도입, 의료 및 교육 지원 축소 등 서민들의 강력한 반발을 부를 가능성이 큰 정책들도 포함하고 있다. 이는 기존 호세프 정권이 추진하다 의회의 반대로 무산됐던 재정적자 삭감 노력들과 크게 차이나지 않는 것들이다. 호세프에서 테메르로 바뀐다고 해서 의회에서 비슷한 정책들이 통과될 것으로 기대하기 힘든 이유이다.

경제 전문가들들은 테메르가 제시한 정책들은 브라질 경제가 위기에 처하지 않은 상황이라 해도 도입하기 어려운 정책들이라면서 실현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호세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를 시작했던 쿠냐 전 하원의장이 부패 스캔들로 낙마한 것도 테메르에게는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테메르 본인은 부패 스캔들에 연루되지 않았지만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재판에 계류돼 있다. 쿠냐 전 하원의장뿐만 아니라 헤난 칼례이루스 상원의장 역시 부패 스캔들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점은 향후 그에게 큰 짐이 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칼례이루스 상원의장마저 부패 스캔들로 낙마한다면 테메르 자신의 안전도 장담하기 힘든 형편이다.

쿠냐 전 하원의장은 테메르가 오랜 킹메이커의 역할에서 벗어나 왕좌에 오를 수 있는 길을 열어준 은인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쿠냐를 내치는 것은 테메르로서는 쉽지 않은 결정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뿌리깊은 부패 스캔들에 대한 브라질 국민들의 분노를 잠재우지 못하면 테메르의 앞날도 순탄할 수 없다.

호세프는 계속되는 상황 악화 속에서도 부패 스캔들에 대한 검찰과 경찰의 수사에 전혀 개입하지 않았었다. 테메르도 과연 호세프처럼 부패 수사에 개입하지 않을 것인지도 관심의 대상이다.

노동자당과의 결별 후 노동당 의원들이 사사건건 발목을 잡으려 들 것이 뻔한 상황에서 테메르의 PMDB가 자신들의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브라질사회민주당(PSDB)과 손을 잡을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그러나 2014년 총선에서 브라질 국민들이 PSDB)에 철저하게 등을 돌린 것에 비춰보면 PSDB와의 제휴가 테메르에게 득이 될 것인지도 불투명하다.

테메르는 왕좌에 오른다는 오랜 꿈은 이루었지만 브라질의 앞날을 예측하기 힘든 어둠 속으로 끌고 들어갔다.

이와 함께 오는 8월 열리는 리우 올림픽도 정치적 혼란 속에 치러지게 돼 일정 부분 영향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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