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쩌다 이렇게 됐나 한탄만 나옵니다."
정운호 게이트와 관련해 검찰 수사의 핵으로 떠오른 검사장 출신 홍만표(57) 변호사는 지난 9일 뉴시스와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이 같은 심경을 토로했다.
홍 변호사와의 인터뷰는 서울 서초동에 있는 그의 사무실 인근에서 2시간에 걸쳐 이뤄졌다. 홍 변호사는 당시 비공개를 요청했다. 하지만 다음날 검찰의 전격적인 압수수색으로 홍 변호사가 피의자 신분이 된 만큼 뉴시스는 이날 인터뷰가 그가 검찰에 소환되기 전 사실상 마지막 심경 고백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내용을 공개키로 했다.
-최유정 변호사는 잘 아는가.
"인연이 없다. 구치소 폭행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 몰랐다."
-같은 사람의 변론을 맡았는데 변호인끼리 서로 모를 수 있나.
"최 변호사가 정 대표 항소심 변론를 맡게 된 건 순전히 이숨투자자문 송모 대표 때문이다. 정 대표와 송 대표가 서울구치소 수감생활을 하던 중 안면을 텄다. 서로 심심하니까 이런 저런 말을 하다가 송 대표가 '최 변호사가 내 변호인인데 아주 잘한다'고 소개해준 모양이더라. 그래서 정 대표가 최 변호사를 선임한 사실을 나중에야 알았다."
-구치소에서 서로 변호사를 소개해 주기도 하나.
"내가 듣기로 송 대표는 구치소에서 최 변호사를 소개해준 짓이 들통나 징계를 받고 독방생활을 한 것으로 안다."
-최 변호사가 받은 수임료는 법조계 통념에 어긋난다.
"정 대표에게 들은 애기다. 최 변호사를 선임하기로 마음먹고 가족에게 돈 심부름을 시켰다고 한다. 정 대표는 '두장을 갖다 줘라'고 했고 가족은 이걸 2억원으로 받아들였다. 그 돈을 챙겨 최 변호사를 찾아갔는데 그 자리에서 면박을 당했다고 했다. 그래서 다시 정 대표를 찾아갔더니 '아니 2억원이 아니라 20억원이라고!' 하면서 아주 노발대발했다고 한다."
-정 대표가 작성한 '빠져라' 메모에 홍 변호사 이름도 나온다.
"정확한 날짜는 기억나지 않는다. 정 대표 면회를 다녀오고 이틀 뒤 박모씨(네이처리버플릭 부사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변호사 활동을 그만 하셔도 될 것 같다'고 전해왔다. 그땐 정 대표 보석 심사를 앞둔 때였다. '빠져라'라는 의미는 변호사 활동을 그만 두라는 의미였다. 이유는 나도 몰랐다."
-짐작되는 이유도 없나.
"이제와 생각해 보니 최 변호사가 정 대표를 만나 그렇게 하도록 한 것 같다. '내가 보석을 받도록 해줄테니 나머지 변호사는 빼라'라고 말한 게 아닌가 싶다."
-메모지에 등장하는 정 대표의 구명 로비 창구 8인 중 나머지 7명은 아는가.
"나는 모르는 사람들이다."
-법조인도 아닌데 왜 '빠져라'라고 했을까.
"그건 내가 알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
-정 대표 사건을 수임한 건 고교 후배 브로커 이모씨의 소개 때문이었나.
"아니다. 정 대표가 직접 요청해서 했다. 나는 네이처리퍼블릭 고문이다. 그래서 원래 아는 사이다. 정 대표가 '경쟁업체의 무기명 투서에 의해서 고통을 받고 있다. 도와달라'고 했다. 그래서 경찰 수사 단계에서 변호를 맡았다."
-브로커 이씨와는 어떤 사이인가.
"그냥 고등학교 후배다. 말 그대로 고교 동문관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내가 뭐 그 사람이랑 어울려 다니고 후배(검사)들 데리고 룸살롱이나 다니고 뭐 이런 사람으로 (언론에) 묘사되는데 참 기가 찬다."
-이씨는 당신과 친하다고 말하고 다녔다.
"모르겠다. 그 친구가 내 이름을 그렇게 팔고 다녔을 것 같지는 않다. 지금 보면 나 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이 거론되지 않냐. 그런데 그게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다."
-이씨의 근황을 아나.
"모른다. 올 해는 본적이 없는 것 같다."
-이렇게 오랫동안 숨어 있을만한 곳이 있나.
"알수 없다. 나는 그 친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할까봐 조금 걱정된다."
-정 대표 요즘 수감 생활은 어떤가.
"그의 최대 관심사는 과연 다음 달에 자신이 만기 출소할 수 있을지 여부다. 검찰이 횡령 혐의로 수사를 벌여 또 다시 수감생활을 하게 될 지 모른다고 걱정하고 있다."
-정 대표가 횡령을 했다는 의미인가.
"아니다. 정 대표가 횡령을 했는지 여부는 나는 모른다."
-정 대표의 다른 도박사건은 경찰과 검찰 수사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나는 변호사로서 충실했을 뿐이다. 내 기억에 토요일에도 나와서 의견서도 쓰고 그랬던 것 같다."
-무혐의 처분을 받기 위해 당신이 로비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잘못됐다는 건가.
"그렇다. 그렇게 이해하면 된다."
-정 대표가 도박으로 100억원이나 썼다는 게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정 대표는 돈이 아주 많은 사람이다."
-해외에 비자금을 조성했을 수도 있겠다.
"나는 아닌 것으로 안다. 실제 정 대표가 그 돈만큼만 도박을 한 것으로 안다."
-정 대표는 어떤 인물인가.
"정 대표는 남대문에서 수박 장사를 하며 돈을 벌었다. 하지만 순수한 면이 있다. 평소에 별로 꾸밈이 없다. 검찰 수사를 받을 때도 다른 도박범들과 달리 수사에 잘 협조한 것으로 안다."
-검찰이 정 대표 항소심 때 구형을 6개월 깎은 이유를 아는가.
"그건 진짜 이례적인 일 같다. 그런데 나는 그 이유를 잘 모르겠다. 아까 말했지만 정 대표는 순순히 말을 잘하는 편이다. 이리 재고 저리 재고 하는 그런 스타일이 아니다. 아마 수사에 잘 협조해서 그런 (처분을 받은) 게 아닌가 싶다."
-현직 검사 때 남달리 잘 나갔는데 옷을 벗은 이유는 뭔가.
"검찰 퇴직하기 전 내가 수사권 조정 입법활동을 맡아 했다. 문구 하나 때문에 며칠을 집에 못 들어가고 밤새 일하고 그럴 때다. 그러다 어느 날 뇌출혈이 왔다. 두개골을 드러내고 수술까지 받았다. 실명할 뻔했다. 그러다가 나오게 됐다."
-지금 심정은.
"나는 속초 사람이고 성균관대를 나왔다. 내가 인맥이 뭐가 있나. 주말이고 뭐고 출근해서 밤낮으로 일만 했다. 검찰 수사에서 진실이 밝혀지겠지만 내 인생은 이제 뭐가 되나. 한탄만 나온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