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각종 막말과 강경발언으로 '필리핀의 트럼프'로 불린 두테르테 후보가 사실상 대통령에 당선됐다는 소식, 어제(10일) 전해 드렸는데요. 오늘은 극단적인 발언을 일삼고 정치 기반도 없는 두테르테가 대권까지 거머쥘 수 있었던 배경을 알아보겠습니다.
유미혜 기자입니다.
[기자]
두테르테에게 날개를 달아준 건 필리핀의 높은 범죄율입니다.
지난해 상반기 발생 범죄 건수는 88만여 건.
전년 같은 기간보다 46%나 늘었는데 이 중 35만여 건이 살인 등 중대 범죄입니다.
두테르테가 내세운 '범죄와의 전쟁'이 먹혀든 겁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대선 후보 유세: 군과 경찰을 동원해 마약 판매상 등 범죄자들을 모두 처형하겠습니다.]
필리핀에서 살해된 한국인도 2013년부터 3년 연속 두자릿 수입니다.
전문가들은 "두테르테 지지표의 상당수는 현 정권에 대한 '항의 표'"라고도 분석했습니다.
아키노 대통령이 취임 후 6%대의 높은 경제성장을 이끌었지만, 성장의 과실 대부분이 소수 가문 등 일부 기득권 계층에만 돌아갔다는 겁니다.
일각에선 사법체계 보단 주먹을 앞세운 두테르테 정권이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습니다.
필리핀 가톨릭주교회의는 여성과 아이들까지 다수 처형한 두테르테의 행위는 죄악으로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며 새 정권과 갈등관계를 예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