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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우상호 상견례서도 야 주도권 기싸움

입력 2016-05-09 17:12

우상호 '광주 넥타이'에 "새누리(빨간색) 넥타이 안 좋아해"
'상임위 분할 최소화' 발언에는 "그러면 협상 안 돼"
우상호와 비공개 회동도 안 해…새누리·정의당과 대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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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호 '광주 넥타이'에 "새누리(빨간색) 넥타이 안 좋아해"
'상임위 분할 최소화' 발언에는 "그러면 협상 안 돼"
우상호와 비공개 회동도 안 해…새누리·정의당과 대조

박지원, 우상호 상견례서도 야 주도권 기싸움


김난영 기자 이종희 인턴기자 =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상견례를 치른 9일부터 야권 주도권을 의식한 기싸움에 들어갔다. 우 원내대표의 발언에 일부 이견을 드러내는 등 다소 의식적인 거리두기에 나선 양상이다. 이들은 상견례 이후 비공개 회동도 갖지 않고 각자 자리로 돌아서기까지 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우 원내대표와 회동을 갖기 직전 기자들과 만나 우 원내대표의 상임위 분할 최소화 발언에 관해 "그렇다고 하면 협상할 필요가 없다, 자기(우 원내대표)가 정해서 통보해주면 되니까"라고 잘라 말했다. 자신의 발언을 협의도 하기전에 일소에 붙인데 따른 불만이다.

실제 우 원내대표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 "상임위 수가 늘면 아무래도 예산이 좀 늘어난다"며 "교문위(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정도만 분리하는 것에서 최소화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겠는가"라고 발언한 바 있다.

그러면서 박 원내대표는 '상견례에서 우 원내대표에게 무슨 말을 할 것이냐'는 기자들 질문에 "시키는 대로 잘 하겠습니다(라고) 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어 박 원내대표는 차기 국회의장 및 법사위원장 배분에 관해서도 "한 당에서 국회의장이 나오면 법사위원장은 당연히 다른 당이 하는 것이 좋다"고 발언,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이 야당 몫이라고 주장한 우 원내대표와 조금 다른 입장을 보였다.

물론 우 원내대표는 한 당이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모두 가져가야 한다는 논리를 편 건 아니다. 다만 국회의장은 원내 1당이, 법사위원장은 통상 야당이 가져갔다고만 했다.

박 원내대표는 아울러 붉은색 광주유니버시아드의 빨간색 넥타이를 택한 우 원내대표의 상견례 복장에 대해서도 "나는 새누리당 넥타이를 안 좋아한다"고 다소 무안을 주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는 이후 이어진 공식 상견례 자리에도 우 원내대표보다 다소 늦게 도착해 "1당은 기다려야지"라는 말로 회동을 시작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예방했을 때처럼 포옹을 나누거나 '형님', '아우님'으로 칭하는 등의 모습은 없었다.

본격적인 상견례에서 박 원내대표는 우 원내대표를 비롯한 더민주 원내지도부와 웃으며 악수하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지만, 대화 내용에선 우 원내대표의 발언에 호락호락하게 수긍하지 않았다.

우 원내대표가 "야당끼리 협력해 대화와 타협의 정치가 꽃피는 데 야당이 큰 역할을 했다는 얘기가 나오게 하자"고 했지만, 박 원내대표는 "저희는 이야기를 했다, 19대의 전철을 밟지 말고 생산적이고 민생, 경제를 생각하는 국회가 되자고"라고 받아쳤다.

박 원내대표는 아울러 "저희는 캐스팅보트가 아니라 리딩파티 역할을 하려고 노력한다"며 "제1당에서 베풀어야지 적은 당에게 내놓으라고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겉으로는 더민주를 제1당으로 치켜세우면서도 국민의당이 독자적 주도권을 행사하겠다는 엄포를 놓은 것으로 해석된다.

박 원내대표는 단 10분간 이어진 상견례 이후에는 우 원내대표와 따로 비공개 회동을 갖지 않았고, 자신의 방으로 우 원내대표를 부르지도 않았다. 박 원내대표는 그러나 오후에 진행된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와의 회동 이후엔 노 원내대표를 자신의 방으로 데려가 따로 비공개 회동을 진행했다.

박 원내대표는 앞서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와의 상견례 이후에도 정 원내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 원내지도부를 자신의 방으로 불러 비공개 회동을 가진 바 있다. 그는 또 정 원내대표와는 원내대표 선출 이튿날에 바로 회동한 반면, 우 원내대표 선출 직후엔 목포로 내려가 회동 대신 통화만 하기도 했다.

박 원내대표의 이같은 행동은 최근 그가 새누리당과의 연정에 대해 "광주·호남의 가치를 존중한다"며 선을 그은 점과 대조돼 눈길을 끈다. 20대 국회에서 더민주와 사안별 공조를 이룰 공산이 큰 상황에서 오히려 새누리당보다 더민주 원내지도부를 상대적으로 홀대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박 원내대표는 이에 관해 노 원내대표와 비공개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다른 게 없다"며 "노 원내대표는 나에게 할 말씀이 있다고 해서 이야기를 했고 정 원내대표는 제가 드릴 말씀이 있어 만나자고 해서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원내대표가 일련의 행동과 발언을 통해 더민주와의 야권 주도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더민주의 일방적인 국회 운영은 허용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당 워크숍 강연자로 나섰던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이날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박 원내대표가 원내에서 가장 치열하게 싸워야 할 상대는 새누리당이 아니라 더민주"라며 "더민주와 싸워 이겨야 (국민의당이) 야당의 대표성을 획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박 원내대표가) 정치9단에 걸맞은 협상의 전략을 보여주고 있다"며 "(더민주에게) '제1당이라고 판을 주도하려 하지 말라', '국민의당이 캐스팅보트만 쥐고 따라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울러 "더민주는 국민의당이 돌아서면 결국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며 "이는 대선을 앞둔 제1당으로선 큰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우 원내대표의 '교문위 발언'은 이같은 점에서 실수"라고도 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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