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트럼프 현상은 미국에만 있는 게 아닙니다. 얼마남지 않은 필리핀 대선에서 '필리핀의 트럼프'로 불리는 후보가 선두를 달리고 있습니다. 당선되면 범죄자를 모두 처형하겠단 공약을 내세웠는데, 찬반 여론이 팽팽합니다.
최규진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오는 9일 필리핀 대선에서 가장 주목받는 후보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지난해 10월 출마 때만 해도 군소 후보에 불과했지만, "취임 후 범죄자를 모두 처형하겠다"는 공약을 내걸며 유력주자로 떠올랐습니다.
검사출신으로 22년간 다바오시장을 지낸 그는, 자경단을 운영해 범죄자 1700여 명을 재판 없이 처형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필리핀 대통령 선거 : 취임 후 3~6개월이면 됩니다. 대통령이 되면 군경을 풀어 마약왕과 깡패들을 모두 죽여버리겠습니다.]
각종 막말과 사법절차를 무시하는 태도에 불구하고여론조사에서는 선두입니다.
이런 열풍에 대해 아시아 최대 가톨릭 국가인 필리핀 교계가 우려를 드러냈습니다.
주교회의 의장이 나서서 "언행과 공약에 부족함이 많은 후보를 지지해서는 안 된다"며 이례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힌 겁니다.
30년 전 시민혁명으로 쟁취한 민주화 이후 도리어 심화한 정치권 부정부패에 지친 국민들이 극단적 독설에 열광하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