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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고비 때마다 '시' 활용하는 문재인…의미는?

입력 2016-05-04 18:48 수정 2016-05-04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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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다음은 국회 40초 뉴스 들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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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적으로 미묘할 때마다 '시' 정치

경남 양산에 칩거 중인 문재인 더민주 전 대표가 SNS에 시를 올리면서 여러 가지 해석을 낳고 있습니다. 문 전 대표가 이른바 '시 정치'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데요, 그 의미 국회 발제에서 짚어봅니다.

▶ "3당 원내대표, 원 구성 논의해달라"

3당 원내대표가 바로 20대 국회 구성에 관해 논의해달라고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가 주문했습니다. 공약 이행 점검에 3당이 협력할 수 있도록 해주시기 바란다고 각 당에 요청했습니다.

▶ 검찰 '조응천 무죄-박관천 집유' 상고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 관련해서 박관천 경정과 지목된 조응천 청와대 전 공직기강비서관이 2심에서 각각 집행유예와 무죄를 선고받았는데요, 검찰이 법리오해를 이유로 상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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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정치적으로 미묘한 시점마다 시를 인용해 자신의 심경을 피력하는 게 정치권에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번 주엔 페이스북에 시를 두 편이나 올렸는데요, 김종인 비대위 체제를 연장할 것이냐 말 것이냐를 놓고 당내 논쟁이 뜨겁던 시점이라 많은 눈길을 끌었습니다. 더민주의 실질적인 오너라는 평가를 받는 문 전 대표의 '음유 정치'를 국회 발제에서 알아보겠습니다.

[기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지난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시 두 편을 올렸습니다.

문 전 대표는 전날 지리산 둘레길을 걸었다는데요, 일정을 함께 한 어느 국어교사가 낭송한 시가 산행 중에 계속 머리 속을 맴돌았다고 합니다.

그중 한 편은 같은 당 도종환 의원이 쓴 '여백'이란 시였습니다.

"언덕 위에 줄지어 선 나무들이 아름다운 건
나무 뒤에서 말없이 나무들을 받아안고 있는 여백 때문이다

여백이 없는 풍경은 아름답지 않다.
비어 있는 곳이 없는 사람은 아름답지 않다.
여백을 가장 든든한 배경으로 삼을 줄 모르는 사람은…"

이 시에 대해 문 전 대표의 한 측근은 "여백의 의미는 보이지 않는 지지자들이라고 볼 수 있다"며 "겉으로 드러내지 않지만 그 존재를 드러낸다는 뜻"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당내 일각에선 보다 정치적 해석이 나왔습니다.

문 전 대표가 이 시를 올린 날은 더민주가 김종인 비대위 체제의 연장 여부를 결정하기 하루 전날이었죠.

그래서 '비어 있는 곳이 없는 사람은 아름답지 않다'는 구절은 김종인 대표를 겨냥해 "마음을 비우라"는 메시지를 던졌다는 해석입니다.

또 문 전 대표는 지난달 24일 이해인 수녀의 '산을 보며'라는 시를 올렸습니다.

"기쁠 때나 슬플 때
나의 삶이 메마르고
참을성이 부족할 때
오해받은 일이 억울하여
누구를 용서할 수 없을 때

나는 창을 열고
당신에게 도움을 청합니다.
다시 사랑할 힘을 주십시오."

이 시를 올린 시점은 문 전 대표와 김종인 대표가 4월22일 만찬 회동 후 차기 당권 문제에 대해 양쪽 설명이 엇갈리며 갈등이 심해질 때였습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오해받은 일이 억울하여 누구를 용서할 수 없을 때'라는 구절은 김종인 대표의 언론 플레이 때문에 오해를 받고 있어 본인이 섭섭하다는 해석도 가능하겠죠.

이처럼 문 전 대표는 고비 때마다 시를 활용해 정치적 메시지를 던지고 있어서 '음유 정치'란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안철수 의원의 탈당이 거론되자 문 전 대표는 고정희 시인의 '상한 영혼을 위하여'란 시를 올렸는데요, 그 시도 큰 화제를 뿌렸습니다.

"밑둥 잘리어도 새순은 돋거니
충분히 흔들리자 상한 영혼이여
충분히 흔들리며 고통에게로 가자

외롭기로 작정하면 어딘들 못 가랴
가기로 목숨 걸면 지는 해가 문제랴…"

누가 봐도 안철수 의원에게 "당을 나갈 테면 나가라. 당신 없어도 나 혼자 잘해나갈 수 있다"고 최후 통첩을 하는 내용이죠.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할 때 시를 활용하는 건 평범한 서술보다 훨씬 더 강력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지지자들에게 정서적 공감대를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는 고도로 함축된 언어를 쓰기 때문에 자칫 불필요한 오해를 낳을 수 있단 점도 유념해야겠죠.

음유 정치는 문 전 대표만이 아닙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도 고비 때마다 시를 활용하는데요. 지난 대선 때 장면입니다.

[안철수 당시 무소속 대선 후보 (2012년 11월 20일) : 나 하나 꽃 되어 풀밭이 달라지겠느냐고 말하지 말아라, 네가 꽃피고 나도 꽃피면 결국 풀밭이 온통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 국민을 믿습니다. 함께 꽃피우실 것이라고.]

안 대표가 좋아한다는 조동화 시인의 '나 하나 꽃 피어'란 신데요, 2012년 11월20일 기자협회 초청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당시 안 후보는 이 시를 직접 낭송하면서 강력한 대선 완주 의지를 피력했었죠. 하지만 그 뒤 3일 만에 대선 후보직을 사퇴하는 바람에 시가 빛을 바랬습니다.

오늘(4일) 국회 발제는 < 고비 때마다 시 활용하는 문재인 > 으로 잡고, 다른 정치인들의 시 활용 사례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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