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농협금융, 왜 조선·해운에 유독 많은 자금 물렸나?

입력 2016-05-04 10:22

중앙회 시절 취약한 리스크 관리 하에서 기업금융 늘린 탓
'특수은행' 역할 때문에 시중은행에 비해 정부 눈치도 봐야
김용환 회장 "부실채권 털기 위한 빅배스 하겠다"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중앙회 시절 취약한 리스크 관리 하에서 기업금융 늘린 탓
'특수은행' 역할 때문에 시중은행에 비해 정부 눈치도 봐야
김용환 회장 "부실채권 털기 위한 빅배스 하겠다"

농협금융, 왜 조선·해운에 유독 많은 자금 물렸나?


NH농협금융은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조선·해운업에 대한 대손비용 부담 증가로 대규모 충당금을 쌓았다.

은행권 이자 수익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대손 충당금 규모에 따라 각 은행 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는데 농협은행은 유독 타격이 크다. 그만큼 조선·해운업에 물린 돈이 많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농협은행이 충당금 폭탄을 맞고 있는 이유로 부족했던 기업 금융 노하우, 특수은행이라는 예외성 등을 꼽고 있다.

김용환 농협금융 회장은 3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현재 국가와 공통된 조선, 해양, 철강 등 5대 취약산업에 대한 리스크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구조조정이 진행되면 그에 상응하는 충분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부실채권에 따른 여파로 대손충당금을 쌓느라 올해 1분기 실적이 좋지 않았다"며 "현 상황에서는 2·3·4분기 실적도 장담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농협은행은 올해 1분기 조선·해운업에 대한 충당금 적립으로 3328억원을 쌓았다. 창명해운(1944억원), STX(413억원), 현대상선(247억원) 등에 의한 것이다.

이로 인해 농협금융의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1376억원) 대비 35.0%(482억원) 감소한 894억원에 그쳤다.

농협은행 당기순이익은 322억원으로 전년 보다 64.2% 줄었다.

이는 줄어가는 이자 수익 속에서도 4000억~5000억원대 당기순이익을 올린 다른 시중은행들과 비교되는 모습이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4분기에도 STX조선해양에 빌려준 대출이 부실화하면서 1조2805억원의 충담금을 적립했다.

조선·해운업이 호황이던 시절 적절한 리스크 관리 없이 무리하게 시장에 뛰어든 것이 지금의 대출부실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다른 시중은행들이 철저한 리스크 관리를 통해 조선·해운업에 진출한 것과는 달리 농협은 뒤늦게 이익을 늘리기 위해 대규모 대출을 허용했다"며 "경기 민감업종인 조선·해운업이 최근 몇 년 새 급격히 침체됨에 따라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한 농협금융이 더 큰 타격을 입는 것"이라고 밝혔다.

농협금융도 이런 평가를 부정하지 않고 있다.

김 회장은 "현재 농협금융이 대기업 여신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유는 중앙회 시절이던 2008~2009년 취약한 여신 심사, 감리 시스템 하에서 기업금융을 늘렸기 때문"이라고 인정했다.

또다른 농협금융 고위 관계자는 "기업금융에 대한 노하우가 부족한 상태에서 시장이 호황이라는 점만 보고 서둘러 대출을 늘린 경향이 있었다"며 "타은행에 비해 시장 진출이 늦은 관계로 업계 선도 기업들과 거래를 하지 못한 탓도 지금의 결과와 무관하지 않다"고 전했다.

단 농협금융이 지닌 특수성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즉 특수은행인 농협은행은 일반 시중은행에 비해 위기에 즉각 반응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농협은 특수은행이다보니 정부의 영향을 조금 더 받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시중은행들은 부실채권을 쉽게 털고 나갈 수 있지만 농협은행은 이런저런 눈치를 보느라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농협금융이 조선업에 더 많은 충당금을 쌓아야만 하는 이유도 있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농협은행의 경우 조선업과 관련해서 선수금환급보증(RG)이 많다"며 "해외선주들이 국가 신용등급과 똑같은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그리고 농협은행으로부터 RG를 발급받기를 원했기 때문에 시중은행에 비해 특수은행의 역할이 더 컸다"고 답했다.

농협금융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차분히 부실채권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는 각오다. 특수은행으로서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당장 회사의 건전성 회복이 더 시급하다는 신호도 나타냈다.

김 회장은 "농협금융은 다른 금융지주들보다 충당금 적립률이 낮은 편이기 때문에 이번에 내가 빅배스(Big bath·새 CEO가 전임 CEO의 손실을 회계에 반영하는 것)를 한 번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적자가 발생하고 수익도 덜 날 수 있겠지만 회사의 건전성 강화를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기존 부실채권이 어느정도 정리되기 전까지는 대기업에 대한 신규 대출은 어려울 것"이라며 "우리의 취급 능력을 벗어나는 부분에 대한 대출은 축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시스)

관련기사

한진해운 운명의 날 'D-1'…자율협약 가능성은? '구조조정 불똥 튈라' 시중은행 촉각…대기업대출 줄이고 충당금 쌓고 이주열 "기업 구조조정 때 금융 불안시 정책수단 동원" [단독] 농협회장 '비밀 선거운동원' 포착…압수수색 검찰, '회장 부정선거 의혹' 농협 임직원 자택·사무실 압수수색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