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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기 불편한 문재인, 칼날 겨눈 김종인을 배신의 정치로 규정?

입력 2016-05-03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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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기 불편한 문재인, 칼날 겨눈 김종인을 배신의 정치로 규정?


심기 불편한 문재인, 칼날 겨눈 김종인을 배신의 정치로 규정?


한동안 정치권과 멀리하기 위해 경남 양산 자택에 칩거하고 있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심기가 영 불편한 듯 하다. 당내 원내대표 선거나 당 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 연기 여부에 휘말리지 않도록 정치권과 일정 부분 선을 긋고 있는데도 중앙 정치는 그를 가만 놔두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구설에 오르지 않기 위해 피해 있지만 여전히 그에 대한 공격성 발언은 계속되고 있다. 문 전 대표에게는 바람잘 날 없는 시간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문 전 대표에게 공세의 칼날을 겨눈 쪽은 그가 영입한 김종인 대표다. 김 대표는 전당대회 연기론과 이른바 합의추대론으로 인한 논란 속에 한동안 당내 현안에 발언을 자제했다. 하지만 3일 전당대회 연기 여부를 논의하는 당무위·당선인 연석회의와 4일 원내대표 경선 등을 앞둔 민감한 시점에 김 전 대표가 가만히 있던 문 전 대표를 먼저 조준했다.

김 대표는 2일 전북도의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전북 유권자들의 지지율을 회복을 위해서 우리가 가장 노력해야할 것은 정권교체의 희망을 전북 유권자들에게 드리는 것"이라며 "전북 민심이 신뢰할 수 있는 대권주자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어 "전북 민심은 한두사람의 노력으로 되돌릴 수 없는 것도 잘 인식하고 있다"며 "다수의 대권 주자들이 공정한 경쟁을 통해 전국적인 지지를 얻을 수 있는 대선 후보를 만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 할 것"이라고도 했다.

다분히 문 전 대표를 겨냥한 발언이다. 현재 당내에서 문 전 대표를 뛰어넘는 전국적 지지율을 보이는 차기 후보감은 그리 눈에 띄지 않는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현직이란 부담도 있고 당내 세력 면에서는 문 전 대표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전남 강진에 칩거중인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도 문 전 대표와는 여러 면에서 격차가 크다. 당밖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정도가 문 전 대표와 자웅을 겨룰 후보감이다.

이를 모를 리 없는 김 대표가 공정한 경쟁을 언급하며 전국적 지지를 얻는 대선 후보를 뽑아야 한다고 한 점은 아직 문 전 대표에게 대선 본선 출전권이 주어진 것이 아니란 것을 애써 강조한 것이다. 더구나 문 전 대표에게는 이제 호남이 취약지다. 그런데도 전북 민심을 운운하며 한두사람의 노력으로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한 부분은 다분히 문 전 대표를 겨냥한 것이란 해석이다.

이와 관련 김 대표 측은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호남의 지지를 못 받는 야당 대선후보가 가능하냐"고 반문한 뒤 "단순히 원론적 수준이란 발언이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이 측근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이는 많지 않다. 더구나 당사자인 문 전 대표 입장에서는 보통 괘씸한 게 아니다.

물론 문 전 대표 측은 겉으로는 애써 외면하고 있다. 일일히 대응을 하다가는 '김종인 vs 문재인'의 갈등 구도가 표면화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이날 김 대표의 발언에 대해 "코멘트를 안 하겠다. 김 대표가 한 말에 코멘트할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문 전 대표의 반응을 묻는 거듭된 기자의 질문에도 그는 손사래를 치며 언급을 회피했다. 직접적 표현은 안했지만, 대꾸를 하지 않겠다는 발언만 봐도 속이 편하지 않다는 점을 느낄 수 있다.

실제 양산에 머무르는 문 전 대표는 이에 대해 한마디 언급도 않고 있다. 오히려 산행을 다니며 시(詩)나 읊는 등 짐짓 모른 척을 하고 있다. 그가 페이스북에 올린 시에서도 문 전 대표의 심경을 엿볼 수 있다.

그가 인용한 김종해 시인의 '그대 앞에 봄이 있다'는 시에는 '우리 살아가는 일 속에 파도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이 어디 한 두 번이랴/그런 날은 조용히 닻을 내리고 오늘 일을 잠시라도 낮은 곳에 묻어두어야 한다…(중략) 상처받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으랴 추운 겨울 다 지내고 꽃 필 차례가 바로 그대 앞에 있다'는 구절이 담겨 있다. 당분간은 정치권과 거리를 두고 관망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그러나 그의 마음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그토록 강조했던 '배신의 정치 단죄'에 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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