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가습기 살균제 하나 때문에 몇년 동안 2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건 정말 놀라운 일입니다. 그동안 정부나 제조업체는 도대체 뭘하고 있었던걸까요. 특히 정부의 책임은 결코 작지가 않은데요. 피해를 줄일 수있는 골든타임을 지나는 동안 정부는 관심이 없거나 무능했습니다.
이승필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SK케미칼의 전신 유공이 가습기 살균제 원료 PHMG 제조 신고서를 환경부에 제출한 건 1996년, 20년 전입니다.
신고서에 흡입하면 해로울 수 있다는 내용이 있었지만 환경부는 추가 독성 자료를 요구하거나 유독물로 지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뒤 2001년 옥시는 가습기 살균제 성분으로 PHMG를 쓰기 시작했지만 흡입 독성 실험을 누락했습니다.
2003년 SK케미칼은 PHMG를 호주로 수출하면서 분말 상태에서 흡입하면 위험할 수 있다는 보고서를 현지 정부에 제출했습니다.
PHMG의 흡입 독성을 당시 옥시 등 국내 제조업체도 인지했을 개연성이 엿보이는 대목입니다.
그러는 사이 피해 의심 사례는 속출했습니다.
2007년부터 2008년까지 원인을 알 수 없는 소아 폐렴 사례 30건이 학계에 보고됐지만 정부 차원의 역학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이듬해 전국 28개 병원과 질병관리본부가 실태 파악에 나서 49.4%의 높은 사망률을 확인하고도 바이러스 때문으로 잘못 판단했습니다.
결국 2011년 역학조사로 뒤늦게 진상이 밝혀질 때까지 가습기 살균제는 연간 60만 개씩 팔려나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