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4·13 총선 참패 이후 처음 주재한 국무회의에서도 선거 결과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정치권에서 주문하는 반성이나 책임론 등은 언급하지 않고 내각에 심기일전 만을 주문했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수석비서관 회의나 언론인 간담회에서도 제대로 된 반성의 목소리를 내지 않았는데 장관들 모아놓고 그런 이야기를 꺼내겠느냐"라면서 "처음부터 기대도 하지 않았다"고 비아냥댔다.
박 대통령은 지난 18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와 26일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오찬간담회를 통해 이번 총선 패배에 대한 민의가 그렇게 판단한 것이란 취지의 설명을 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추가적인 언급이 필요치 않다고 판단한 듯 하다. 두 차례나 총선에 대한 입장과 견해를 밝히지 않았느냐는 강변이면서, 동시에 이제는 선거 후유증을 극복하고 국정에 매진해야겠다는 강조점이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진행된 영상국무회의에서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안보와 경제의 이중위기를 강조하면서 내각이 민생을 중심에 둔 국정에 매진해 줄 것을 당부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현재 우리는 북한의 5차 핵실험 준비를 비롯해 여러 도발 위협으로 심각한 안보 위기상황에 있고 세계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대내외적인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하지만 우리는 어려운 때일수록 더 단합해서 시련과 역경을 이겨낸 위대한 역사를 지켜왔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앞으로 국무위원 여러분들도 굳건한 마음으로 각자의 위치에서 국민들을 위해 최선의 행정을 펼치는데 힘을 모아주기 바란다"며 "앞으로 국민들의 민의에 따라 정부와 국회가 책임감을 갖고 국정을 함깨 운영해 가면서 국민의 더 나은 삶을 위한 경제회복에 매진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그러면서 "4대 개혁을 비롯해서 핵심 개혁과제의 성과가 나타날 수 있도록 전 부처가 심기일전해서 과제의 조기 이행에 집중해 주기를 바란다"고 내각에 주문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총선 이후 주재한 첫 각의에서 선거 결과와 관련한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았다는 점을 두고 또다시 야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관계자는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박 대통령이 경제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협치를 원할 경우 응할 수도 있다고 했다"고 전제한 뒤 "그렇다면 적어도 박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경제관련 장관들에 대한 질책을 하거나, 아니면 야권과의 관계 회복에 대한 주문이 있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야권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총선 참패와 관계 없이 경제와 안보를 명분으로 또다시 '마이웨이'식 국정 운영을 계속하겠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박 대통령은 총선 전날인 지난 12일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북한 핵 문제와 대내외적인 경제여건 악화를 비롯해 우리가 당면한 여러가지 어려움을 극복하고, 여기서 무너지지 않기 위해서는 새로운 국회가 탄생해야만 한다"며 '국회 심판론'을 꺼내 들었던 바 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