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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피해자모임 강찬호 대표 "관심 받는 세월호 유족들이 부러웠다"

입력 2016-04-28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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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피해자모임 강찬호 대표 "관심 받는 세월호 유족들이 부러웠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모임 강찬호 대표 "관심 받는 세월호 유족들이 부러웠다"


"2010년 겨울은 기록적인 이상 한파로 유독 춥고 길었습니다. 그래서 가습기 사용자가 늘고 가습기살균제 시장도 급성장했죠. 때맞춰 옥시레킷벤키저(옥시), 롯데마트 등 20여개의 가습기살균제 제조 판매업체들도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던 겁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모임 대표인 강찬호(46)씨는 지난 27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사건 당시를 힘겹게 회상했다.

강 대표의 딸 나래(당시 4살)양은 이 때 처음 이상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감기를 몇 달간 달고 살더니 2011년 6월 서울대학교 병원에서 폐렴 판정을 받았다. 강씨는 어린 딸의 건강을 염려하며 1년 넘게 가습기를 켰고 그때마다 집 근처 마트에서 구입한 '세퓨 가습기살균제'를 물에 타 썼다.

나래는 3년 만인 2014년 3월 보건복지부 산하 질병관리본부(현재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소관)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 4단계 중 1단계(인과관계가 거의 확실) 판정을 받았다. 나래는 조기에 증상을 발견해 그나마 건강한 편이었다. 하지만 2010년 이후 1년 내내 감기와 비염으로 고통 받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강 대표는 감정을 억누르며 피해자들의 상황을 설명했다.

"독성 가습기살균제를 쓰면 감기 증상이 이어지다가 호흡 곤란이 오고, 뒤늦게 병원을 찾게 됩니다. 결국 10명 중 6명이 죽어나가게 됩니다. 딱딱하게 굳어버린 폐로 간신히 숨을 쉴 때나 돼서야 병원을 찾기 때문이지요. 살아 남는다고 해도 폐이식 수술을 하거나 평생 산소통을 짊어지고 살아야 합니다."

검찰이 본격 수사에 착수한 가습기살균제 피해는 지난 2011년 처음 대외적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모임을 통해 집계된 피해자는 총 1528명이다. 이 가운데 998명이 정부로부터 피해자 인정을 받지 못했으며 239명은 목숨을 잃었다.

원인도 모르고 죽어간 사람과 병을 얻은 사람까지 합하면 집계되지 않은 피해자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강 대표는 가습기살균제 피해를 "안방에서 일어난 세월호 참사"라고 표현했다.

"실제로는 세월호보다 가습기살균제 사망자가 훨씬 많습니다. 이번 사건은 전 국민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초유의 사례입니다. 옥시가 판매하는 여러 제품이 우리 생활 속에 깊숙히 들어와 있는데, (그 위험성이) 아직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는 가습기살균제 특별법 제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살인죄는 공소시효가 없지만 업무상 과실치사상의 공소시효는 7년이다. 따라서 살인죄가 적용되지 않을 경우 피해자 중 상당수는 피해가 확인되더라도 보상을 받을 길이 없다. 하지만 특별법이 제정되면 공소시효가 해결된다.

"현재 파악된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업체가 20여곳에 달하지만 검찰 조사 대상이 일부 업체로 집중되고 있습니다. 정확한 피해자 규모도 파악되지 않았죠. 전담팀이 꾸려지기 전인 지난해까지 검사 단 1명이 이번 사건을 전담했어요. 검찰은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는다'면서 3년 넘게 결과물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피해자들은 검찰에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사의 살인죄 처벌을 요구하는 동시에 가습기살균제 조작보고서를 옥시에 제출한 의혹을 받고 있는 교수들에 대해서도 학교 측 윤리위원회에 제소할 방침이다.

검찰 수사와 별도로 집단 민사소송도 준비 중이다. 소송을 통해 제조사로부터 공식 사과를 받아내고, 개별 피해보상은 물론 피해기금까지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강 대표는 차라리 세월호 유족들이 부럽다고 토로했다. 오죽하면 그럴까. 가해자 측의 외면과 정부의 방기, 국민들의 무관심 속에 처절하도록 고군분투를 치르며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이 보냈던 통한의 세월이 강 대표의 말 속에 그대로 녹아 있었다.

"세월호 사건을 지켜보면서 온 국민이 보내는 관심이 부러웠습니다. 가습제살균제 피해를 정부나 국회, 우리 사회가 소홀히 다뤘던 지난 시간은 정말 끔찍했습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특별법 제정과 특별조사위원회 구성에 국민들이 관심을 많이 가져주셨으면 합니다. 그래야 '안방의 세월호 사건'의 진상을 밝혀낼 수 있습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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