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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양적완화 논란 가열…"대기업 지원에 불과" vs "위기상황 단기부양책 필요"

입력 2016-04-28 09:58

한은이 산금채 매입해 부실기업 지원…대기업 지원책 불과
현재 한국 경제위기 최악…대선정국 전 강력한 단기부양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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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이 산금채 매입해 부실기업 지원…대기업 지원책 불과
현재 한국 경제위기 최악…대선정국 전 강력한 단기부양책 필요

한국판 양적완화 논란 가열…"대기업 지원에 불과" vs "위기상황 단기부양책 필요"


지난 4·13 총선 패배로 가라앉았던 새누리당의 '한국판 양적완화' 공약이 되살아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간담회에서 "(한국판 양적완화를) 우리가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된다는 입장"이라고 밝힌 데 이어 다음날(27일) 청와대도 "우리가 하려는 것은 특수 목적을 갖고 선별적 구조조정이라고 하는 '필요에 의한 양적완화'"라고 힘을 실어줬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논란도 한층 뜨거워지고 있다.

양적완화는 전통적 정책수단인 금리조정을 통한 간접적 통화량 관리와는 달리 중앙은행이 채권 매입을 통해 시장에 직접 돈을 푸는 것을 말한다. 중앙은행이 발권력을 발동해 채권을 매입, 시장에 돈이 돌게 하는 것이다.

미국과 일본, 유럽 등 주요 선진국들이 글로벌 금융위기와 극심한 경기침체 이후 양적완화 정책을 도입했다.

새누리당의 한국판 양적완화는 중앙은행이 직접 KDB산업은행의 산업금융채권(산금채)을 인수해 부실기업의 구조조정을 지원토록 하는 게 골자다. 또 주택담보대출(MBS)을 매입해 상환 기간을 20년 장기분할로 전환, 서민의 가계부채 부담을 덜어주자는 방안이다.

청와대는 '선별적 구조조정이란 필요에 의한 양적완화'로 범위를 더 좁혀 아예 기업 구조조정에 초점을 맞췄다.

이렇듯 '한국판'이란 수식어가 붙어 특수성을 띠다 보니, 우선 한국판 양적완화를 양적완화라고 부를 수 있을지에 대한 논란부터 분분하다.

한은이 산업은행의 산금채를 사들여 부실기업을 지원하는 것은 특정 산업군이나 기업에 대한 지원책일 뿐,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양적완화가 아니라는 의견이다. 중앙은행이 특정 기업을 지원하는 방식은 오히려 개발시대의 정책금융에 가깝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성태 전 한국은행 총재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나 유럽중앙은행도 특정 산업에 국한해 돈을 주지는 않았다"며 "이것이 중앙은행의 최후의 양심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해서 돈을 쥐어줄 경우 산업은행의 도덕적 해이와 경영능력에 대한 우려도 크다.

산은은 16년간 대우조선해양을 자회사로 거느렸지만 그동안 대우조선해양의 부채비율이 4000%를 돌파했다. 위기관리·경영 능력도 없는 기관을 지원한다 한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이다.

또 중앙은행이 발권력을 동원할 정도로 현 상황이 위기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미국 등 양적완화를 시행한 국가들은 기준금리를 제로금리나 마이너스 금리로 낮춘 이후 최후의 수단으로 양적완화를 택했다.

시기적으로도 글로벌 금융위기와 극심한 경기침체 등 최악의 경제위기를 겪은 뒤였다.

현재 한국의 기준금리는 1.50%로 금리를 인하할 여력이 있다. 금리정책을 펼칠 여력이 있는 상황에서 양적완화를 시행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의견이다. 게다가 추가경정예산 편성이라는 카드도 아직 남아있다.

반면 양적완화에 찬성하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지난달 국내 경제지표가 긍정적인 흐름을 보이긴 했지만 기조적인 추세로 보기 어려워, 한국 경제가 이미 최악의 위기상황이라는 진단이다.

15개월째 수출이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면서 역대 최장 마이너스 기록을 경신한 가운데, 산업생산이 증가세로 돌아섰지만 소비·투자는 두달 연속 감소세다.

양적완화라는 개념 자체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 등장한 비전통적 정책인데, '제로금리·마이너스 금리 이후 양적 완화'라는 선진국의 수순을 꼭 따를 필요는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오히려 금리인하가 자금유출 가능성을 높여 득보다 실이 크기 때문에 금리인하라는 실탄은 절약해 두고 급하게 돈이 필요한 곳에 유동성을 공급하자는 의견이다.

시기적으로도 현재야말로 강력한 단기부양책인 한국판 양적완화가 시급하다는 분석도 있다. 대규모 실업사태가 예상되는 기업 구조조정의 특성상, 대선 정국이 시작되면 추진이 어렵기 때문에 올해 안에 기업 구조조정이 진행되도록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이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대선정국에선 구조조정이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며 "국가재정이 너무도 어려운 상황이라 결국 한은 발권력에 의존해야 한다"고 말했다.

게다가 산은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의 부실기업 관련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막대한 점을 감안하면 현재로는 한국판 양적완화 외에 별다른 국책은행 자본확충책이 없다고 볼 수도 있다.

대우조선해양·한진해운·현대상선에 대한 익스포저 중 산은·수은 등의 특수은행이 15조원을 갖고 있다. 기업의 부실 문제로 지난해 산은은 당기순손실 1조8951억원을, 수은은 전년 대비 51.8% 줄어든 411억2700만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조동근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국책은행의 자본확충 방안을 생각해야 하는데, 산은에서 산금채나 후순위채를 발행해서 기금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적인 대안"이라며 "만약 산은에서 산금채 발행하고 이걸 한은이 인수해주면 그게 한국판 양적완화"라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형 양적완화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한은법을 개정해야 한다.

한은법 제76조에 따르면 중앙은행은 국채와 정부가 보증한 채권에 한해서만 직접 인수할 수 있다.

여소야대로 재편된 20대 국회에서 한은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국형 양적완화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전날(27일) "(한은의 산은의 산금채 인수를 위한) 한은법 개정 정도는 야당이 협조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고, 그것은 해야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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