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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양' 늘리기 급급…고용 '질'은 오히려 떨어져

입력 2016-04-27 21:03 수정 2016-04-27 23:53

퇴직금 안 주려 '364일 계약'…노동자 두 번 울리는 채용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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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금 안 주려 '364일 계약'…노동자 두 번 울리는 채용꼼수

[앵커]

1년 12달 중 11달만 계약, 혹은 1년 365일 중 364일만 계약. 이게 모두 퇴직금 주지 않으려는 '꼼수 채용'입니다. 정부는 출범 첫해부터 고용률 70% 달성 목표를 내세울 정도로 일자리 늘리기를 강조해왔습니다. 얼마 전 전국 공공기관의 비정규직 1만 89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고 홍보하기도 했죠. 그러나 한국노동사회연구소에 따르면, 파견 같은 비정규직 일자리만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게다가 조금 전 말씀드린 꼼수 채용이 횡행합니다. 전체 노동자로 범위를 넓혀 보면 1년 미만 밖에 일을 하지 못하는 임시직 노동자 수는 2년 연속 늘어 50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일자리 늘리는 데만 신경을 쓰다보니 이른바 '나쁜 일자리'만 증가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이유입니다. 고용의 질이 떨어지면서, 일자리 증가가 경제활성화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김진일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서울의 한 구청에서 강사로 일한 이 씨는 11개월을 일하면 1달은 쉬어야 했습니다.

[이모 씨/전 구청 강사 : 11개월 하고 난 이후에는 1~2달 정도 쉬었다 와라. 다시 공고를 낼 테니까 채용시험 보고 다시 일할 수 있으니까.]

퇴직금을 안 주기 위해서였습니다.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는 1년 미만 일한 근로자에 대해서는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돼 있습니다.

이런 규정을 피하기 위하기 위해 11개월만 계약을 하고 1달을 쉬게 한 뒤 새로운 11개월짜리 계약을 이어간 겁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주 올린 채용공고입니다. 12개월 계약이라고 돼 있습니다.

취재진이 직접 문의해봤습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 : 저희가 5월 9일쯤 계약하면 (내년) 5월 8일이나 7일 이렇게 계약이 종료가 되면 1년 이내잖아요. (퇴직금이 나오는 건가요?) 최초 계약할 때는 1년 이내이니까 안 나오고요.]

1년에서 하루 빠진 '364일 계약'을 하자는 겁니다.

이러한 정부기관의 채용 꼼수는 일반 기업에선 더 심각한 형태로 만연돼 있습니다.

[이모 씨/커피 전문점 계약직 : 동생이나 친한 친구 통장 사본을 가져와서 다른 사람 이름으로 제가 일을 한 걸로 계약해 한 달만 그렇게 한 다음에 다시 13개월째부터는 제가 첫 1개월 근무를 시작하는 걸로.]

12개월 규정을 피하기 위해, 1년 중 한두 달 월급은 다른 사람 통장에 넣어준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식으로 양산된 1년 미만 근로자 수는 2년 연속 증가해 508만 명 돌파했습니다.

주당 15시간 이상 일하면 생기는 주휴수당을 주지 않기 위해 15시간 미만으로 계약하는 것도 대표적인 채용 꼼수입니다.

[이모 씨/커피 전문점 계약직 : 점장들도 어쨌든 본사의 지시를 받고 그런 식으로 아르바이트생 계약도 다 진행하는 건데.]

[이병훈 교수/중앙대 사회학과 : (일자리) 더 많이 만드는 게 능사가 아니라 더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데 역점을 두면서 그런 일자리를 더 많이 창출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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