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왕' 권혁(66) 시도그룹 회장이 페이퍼 컴퍼니를 이용해 실제 운영하고 있는 해외 투자법인의 900억원 상당 부동산과 주식을 우리 세무 당국이 압류하는 것은 정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5부(부장판사 성백현)는 권 회장이 실소유한 홍콩 법인 멜보 인터내셔널 인베스트먼트 리미티드가 반포·서초세무서를 상대로 "종합소득세 부과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27일 밝혔다.
재판부는 "멜보는 사실상 권 회장의 자금으로 설립됐고, 그는 멜보와 그 자회사를 실질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멜보 주식 100%를 소유한 주주라고 봐야 한다"며 "다단계 출자구조 및 명의신탁이 선박업계의 국제적 관행이라고 해도 이를 달리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권 회장은 멜보를 설립한 후 명목상 주주와 명의신탁를 바하마(영국 연방 섬) 소재 페이퍼컴퍼니와 업체로 했다"며 "세무 당국의 국세체납 처분권이 미치지 않는 지역의 재산으로 이를 압류하거나 처분할 수 없어 결국 권 회장에 대한 국세체납액의 제2차 납세의무를 멜보가 부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멜보는 시도상선, 대상중공업 등 주식과 서울 종로구 소재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고 순자산은 897억여원"이라며 "채권과 부동산 압류처분은 적법하다"고 밝혔다.
세무당국은 지난 2011년 권 회장에게 2006~2010년 종합소득세와 지방소득세 등을 부과했고 권 회장은 이에 불복해 소송을 진행했다.
그러던 중 소송에서 세금부과 처분이 일부 취소되자 국세청은 체납 국세 징수를 위해 2013년 권 회장이 실질적인 주주임을 전제로 멜보에 897억여원의 세금을 부과한 뒤 국내 주식과 부동산을 압류했다.
멜보는 홍콩 투자회사로 권 회장이 설립했고, 그 주식 100%를 바하마에 설립된 페이퍼 컴퍼니인 오로라가 보유하고 있다. 오로라 주식 100%는 권 회장이 바하마 소재 로펌을 통해 명의신탁으로 보유하고 있다.
이에 멜보 측은 "권 회장은 멜보 주식을 소유하고 있지 않다"며 "과점주주를 전제로 제2차 납세의무가 있다고 한 세금 부과 및 압류 처분은 위법하다"며 이 소송을 냈다.
앞서 1심은 권 회장이 멜보의 실질 주주로 멜보에 대한 과세 및 압류 처분은 적법하다며 다만 일부 주식에 대한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권 회장이 멜보의 과점주주임을 이유로 한 과세 및 압류처분은 적법하다"면서 "시도상선 등 주식은 멜보 소유로 이를 권 회장 소유로 전제한 체납처분은 제3자의 재산에 대한 것으로 취소돼야 한다"고 밝혔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