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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대지진' 1년 지났지만…계속되는 고통의 나날

입력 2016-04-27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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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900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네팔 대지진, 발생한지 이제 1년이 됐습니다. 복구 작업도 더디고, 물자도 부족하기 때문에 네팔 주민들은 여전히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데요.

그 현장을 고석승 기자가 밀착카메라에 담았습니다.

[기자]

행인들이 몸을 못가눌 정도로 땅이 흔들리더니 건물이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평온했던 마을은 폭격을 맞은 듯 폐허로 변했습니다.

200년이 넘은 문화유산도 폭삭 주저앉았습니다.

규모 7.8의 네팔 대지진은 900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수백 만명의 보금자리를 빼앗아갔습니다.

1년이 지난 지금 네팔은 어떤 모습일까.

카트만두 도심 한복판에 자리 잡은 이재민 천막촌을 찾았습니다.

이곳에서는 여전히 450여 동의 천막에서 1600여 명이 생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별도의 상하수도 시설이 없어서 얕게 파놓은 도랑에 각종 오물을 그대로 버리고 있는데요.

그렇다보니 악취도 심하고 벌레도 들끓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천막 안으로 한번 들어가 보겠습니다.

가장 먼저 음식을 만드는 공간이 눈에 띄는데요.

이 흙바닥 위에 가스레인지와 각종 양념통, 그릇들이 그대로 놓여져 있습니다.

여기에는 잠을 자는 간이침대가 설치돼 있습니다.

또 작은 천막 안에서 많은 식구들이 생활하다보니까 얇은 천으로 공간을 나눈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입을 옷도 먹을 음식도 그리고 마실 물까지 모든 게 부족한 상태입니다.

[르치미 나삐/천막촌 주민 : 물이 부족해서 머리 감은 물로 빨래도 하고 화장실에서 쓰는 물로도 사용하고 있습니다. 물을 구하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천막촌 이재민들은 각국 구호단체 등의 지원으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습니다.

[엄홍길/대한적십자사 홍보대사 : 어느 한 지역에만 (지진이) 발생된 거 같으면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복구하고 이렇게 되는데 지역이 방대하니까 (복구가) 힘든 것 같아요.]

주민들이 돌아가면서 천막촌을 방문하는 사람들의 신원을 일일이 확인하고 있습니다.

지진 이후 어린 아이들을 사고 파는 인신매매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양지 셰르파/천막촌 주민 : 외부인들이 아이들에게 음식을 사준다고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가 사고가 나거나 납치를 하는 경우가 있어서 경고문을 붙여놨습니다.]

시내 건물 대부분은 1년 전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모습, 그대로입니다.

마치 폭격을 맞은 것처럼 한가운데가 뻥 뚫려 있고 건물 자체도 앞으로 크게 기울어져 있어서 나무로 된 임시 지지대까지 받쳐 놓은 상태인데요.

이렇게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건물 안에서 상인들은 여전히 영업을 이어 나가고 있습니다.

[무나 건빌/잡화점 상인 : 지진이 나기 전부터 영업을 했던 곳이고, 당장 다른 일자리를 구하는 것도 힘들어서 여기서 계속 장사를 하고 있습니다.]

석유 등 자원 부족도 심각한 상황입니다. 지진 당시 가장 큰 피해를 입었던 시골은 상황이 더 열악합니다.

카트만두에서 4시간 가량 차를 타고 산악 지역 다딩을 찾았습니다.

해발 2000m가 넘는 고산지대여서 공동우물은 마을의 가장 중요한 시설인데요.

지진 전까지만 해도 저 우물 안에 있는 물은 주민들의 생활용수로 또 이쪽 웅덩이에 채워졌던 물은 가축들이 목을 축이는 용도로 사용을 해 왔는데 지금은 물길이 모두 끊어진 상태여서 몇시간씩 기다려도 물 한 통 하나 채우기가 힘든 상황입니다.

가옥 대부분 흙으로 지어진 탓에 피해가 더욱 컸습니다. 마을이 폐허로 변했지만 정부 지원은 없습니다.

[산드라즈 버즈짜레/마을 주민 : 지진 직후 쌀 15kg과 소금, 석유를 조금 받은 거 외에 정부에서 준 건 없습니다. 지금은 마을에서 구걸을 해서 살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국가재건위원회가 출범했지만 피해 복구는 손도 못대고 있습니다.

[강갈라/네팔 국회의원 : 관련 규정과 법안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논의를 하면서 피해 복구 계획을 수립하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이렇다보니 전국 곳곳에서 정부의 무능을 비판하는 시위가 연일 이어지는 상황.

무너진 학교와 보건소 등을 다시 짓는 것도 모두 구호단체들의 몫입니다.

[정승훈 단장/대한적십자사 네팔대표단 : 임시로 보건소가 있었는데 그 곳이 지진 때문에 다 파괴돼서서 새롭게 건물을 짓고 있는 중입니다.]

지붕 없는 교실에서 공부를 해 온 아이들은 학교 신축 소식에 기쁨을 감추지 못합니다.

[미제르 제라 : 더 큰 교실에서 계속 공부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대돼요. 책상도 바뀌고 운동장도 생기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자연재해를 인간의 힘으로 완전히 막는 건 불가능할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재해를 딛고 이겨내는 건 오로지 인간만이 할 수 있습니다.

에콰도르, 일본 그리고 네팔까지 이들이 다시 일어서려면 아직도 우리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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