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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세프 탄핵은 기득권 부패 덮기 위한 정치음모"

입력 2016-04-20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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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세프 탄핵은 기득권 부패 덮기 위한 정치음모"


"호세프 탄핵은 기득권 부패 덮기 위한 정치음모"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대통령 탄핵은 우파 기득권 세력들이 자신들의 부패를 감추기 위한 정치 음모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브라질의 부패한 정치인들이 호세프 대통령 탄핵 절차를 벌이면서 세상 사람들의 시선을 분산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브라질 일간지 폴랴 지 상파울루의 칼럼니스트 셀수 로샤 지 바로스는 19일자(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오피니언면에 기고한 글에서 "호세프 대통령이 탄핵을 당하는 진짜 이유는 브라질 정치제도가 썩었기 때문이다. 그의 탄핵은 사람들의 관심을 분산시키는 편리한 수단이다. (탄핵이 진행되는 정치 혼란을 틈타) 다른 정치인들은 안전하게 제 몫을 챙기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지난 17일 브라질 하원은 호세프 대통령 탄핵안을 가결했다. 이로써 호세프 탄핵의 결정권은 상원으로 넘어갔다. 상원은 다음 달 탄핵 심리를 개시할지 여부를 표결로 결정한다. 상원의원 81명 중 과반이 찬성하면 최장 180일간 이어지는 심리가 시작된다. 동시에 호세프의 권한은 정지되고 미셰우 테메르 부통령이 직무를 대행한다.

이날 하원의원들이 호세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이유는 각양각색이었다. 트럭 운전기사들을 위해서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브라질을 위협하는 공산주의 때문이라고 말하는 의원도 있었다. 호세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유발시킨 원인인 공공재정 관련 규정을 어겼다는 점을 들어 탄핵에 찬성표를 던졌다는 의원들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일명 '세차 작전'(Operation Car Wash)이라 불리는 국영석유기업 페트로브라스에 대한 수사는 브라질 정치 부패의 단면을 잘 드러내고 있다. 페트로브라스에 대한 수사는 지난 2014년 시작됐다. 페트로브라스가 비자금을 조성해 여야 핵심 정치인에게 로비를 했다는 혐의였다. 이 과정에서 호세프 대통령의 소속정당인 노동당 관련자들도 간여됐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필자는 글에서 기업의 비자금이 정치권으로 흘러드는 것은 브라질 정치권의 일상적인 관행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의 수사는 정치권 전반으로 확대됐다. 50여명의 정치인들이 페트로브라스 스캔들과 연루된 정황이 드러났다.

다른 브라질 정치인들과는 달리 호세프는 뇌물수수나 현금거래 혐의를 받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는 아주 무능하고 유약한 대통령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경제는 곤두박질치고 있다. 세계경제의 침체로 브라질 경제를 지탱하는 주요 동력인 원자재 가격이 하락했기 때문이었다. 호세프 대통령은 재정지출을 줄이는 등 고통스런 긴축정책을 펴지 않을 수 없었다. 생활고에 직면한 국민들은 아우성을 치기 시작했다. 경제가 주저앉으면서 호세프 대통령의 인기도 동반 폭락했다. 그는 결국 분노한 대중들의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었다고 필자는 주장했다.

호세프 대통령은 페트로브라스 스캔들과는 직접적인 혐의를 사지 않았음에도 이를 수사하는 이른바 '세차 작전'의 대미는 그에 대한 탄핵으로 장식되고 있다. 호세프 대통령 탄핵 덕에 부패한 우파 정치인들은 분노한 대중들의 시선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이번 호세프 대통령 탄핵을 주도한 사람은 에두아르두 쿠냐 하원의장이다. 쿠냐 의장 역시 자신이 뇌물수수 및 돈세탁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필자는 호세프 탄핵을 통한 그의 물타기 작전은 완벽하게 성공을 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자신에 대한 세상의 관심을 온통 탄핵 국면으로 돌렸다고 지적했다. 또 브라질 의원들 중 상당수는 쿠냐 의장과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다고 비판했다.

'세차 작전'을 지휘하고 있는 델탄 달라뇰 검사는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탄핵 후 수사를 방해하는 정치적 방어막이 처질 것으로 우려했다. 수사 대상에 올라있는 유력 정치인들이 팔을 걷어 부치고 수사를 방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브라질 정치 관측통들은 대통령 직무대행을 맡게 된 테메르 부통령이 부패한 정당세력들과 검은 타협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반부패 수사를 더욱 어렵게 하는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테메르도 쿠냐 의장처럼 뇌물수수 등 부정부패 의혹으로 수사와 재판을 받아야 할 처지에 놓여있다.

호세프 대통령 지지자들은 이번 탄핵이 일종의 쿠데타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호세프 탄핵은 법적 절차에 따른 것이다. 쿠데타라고 보기 어려운 것이다. 호세프 대통령이 법을 어긴 부분도 있다. 탄핵의 직접적인 배경은 정부회계법 위반이다.

그렇다고 그에 대한 탄핵이 정당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페트로브라스의 비자금 스캔들에서 비롯된 브라질 검찰의 '세차 작전'은 부패를 척결함으로써 브라질의 사법정의를 세우기 위해 시작된 일이다. 호세프 대통령의 낙마는 '세차 작전'의 논리적 귀결이 될 수 없다. 필자는 그러나 '세차 작전'이 브라질의 새 시대를 열기는커녕 오히려 브라질의 부패한 정치 기득권 세력들이 나라를 장악하고, 감옥행을 피하는 계기로 활용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호세프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탄핵 배경으로 성차별을 꼽았다. 호세프 대통령은 19일 기자회견을 통해 브라질의 뿌리 깊은 여성혐오 문화가 이번 탄핵의 강력한 요소가 됐다고 주장했다. 호세프 대통령은 "그들(탄핵 추진세력)은 남성에게는 보이지 않을 태도로 나를 대했다. 여성에 대한 편견이 얼마나 심한지 깊이 개탄한다"고 주장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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