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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마모토 주민들 '달밤에 체조'…"이코노미석 증후군 예방해야"

입력 2016-04-20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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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마모토 주민들 '달밤에 체조'…"이코노미석 증후군 예방해야"


구마모토 주민들 '달밤에 체조'…"이코노미석 증후군 예방해야"


연쇄 강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일본 구마모토(熊本)현 이재민들이 '달밤에 체조'를 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혈액 순환을 도와야 한다." 지난 19일 오전 2시 반경 구마모토 현 마시키(益城)지역에 위치한 주차장을 달리는 한 남성(65)의 말이다. "차 안에서는 2시간만 자면 눈이 떠진다. 그때마다 라디오를 듣거나 달리기를 하면서 새벽을 기다린다"고 그는 말했다. 이 남성은 지난 16일 2차 강진 이후 이 주차장에서 지내고 있다.

그가 지내고 있는 마시키에 위치한 한 옥외 주차장(2200여대 수용 규모)에는 자동차를 주차한 채 그 안에서 피난 생활을 하는 이른바 '자동차 난민'이 현재 3000여명에 이른다.

오전 3시 20분, 같은 주차장에서 자동차 난민 생활을 하고 있는 무라카미 세이치(村上聖一, 62)는 한 밤중에 일어나 아내(65)와 스트레칭을 하고 있었다. "차 안에서 자면 발이 아프고 발 끝에 감각이 없다. 이대로 계속 지내다가는 심신이 지쳐버릴 것이다"라고 한탄했다.

20일 아사히(朝日)신문 보도에 따르면, 지난 19일 구마모토시에 거주하는 한 50대 여성이 자동차 난민 생활을 하던 중 '이코노미석 증후군'으로 사망하자, 자동차에서 피난생활을 하는 이재민들이 밤낮할 것 없이 중간중간 스트레칭 등의 운동을 하며 '이코노미석 증후군' 예방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이코노미 클래스 증후군'란 비행기 좌석 등 좁은 공간에서 장시간 같은 자세로 앉아있을 때 생기는 요통, 발의 통증, 호흡곤란 등 일련의 증상을 일컫는다. 이 증상이 악화되면 종아리 등 체내에 혈전이 폐의 혈관을 막아 호흡곤란이나 심장마비를 일으키켜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자동차 난민이 된지 3일째에 접어든 다카모토 겐타(高本健太,31)는 소형 자동차에서 아내(31)와 세살 난 딸과 함께 지내고 있다. 1차 강진 발생 후 인근 대피소에 가봤지만 이미 이재민들로 꽉 들어차 복도에서 지내야했다. 그는 "사람들이 지나다닐 때 마다 눈이 떠졌다. 조금은 사적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자동차에 대피하기로 했다"고 자동차 난민이 된 경위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이어 "주차장을 비추는 가로등 불빛에 눈이 부셔서 잘 수가 없다"라고 말하며 자동차 창문 사이에 신문지를 끼웠다.

이 날도 긴급 지진속보가 울렸다. 기타무라 이마사히로(北村将博, 27)는 아내(26)와 한살 된 아들과 함께 자동차로 급히 들어갔다. 그의 차는 승합차로 뒷좌석을 눕혀 넓직한 자리를 만들 수 있었다. 그는 "여기 주차장에는 모두가 모여 있어서 안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난 "그래도 1시간 간격으로 눈이 떠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어도 새벽에는 쌀쌀하다"고 기타무라는 설명했다.

오전 5시 반, 날이 밝기 시작하자 조금씩 차 밖으로 나오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담요를 정리하거나 옷을 갈아입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주먹밥 지급이 시작된 것은 오전 6시 반경. 수백개의 주먹밥은 1시간 안에 동이 났다. 주차장에 머무는 전원에게 주먹밥이 돌아가지는 않았다. 그래도 이들은 '자동차 난민'을 택했다. 그 이유에 대해 "실내에 있으면 여진이 무섭다"고 입을 모은다.

이번 구마모토 지진은 20일 현재 진도 1 이상의 여진이 670회 이상 발생하는 등, 그 동안의 지진과는 유형이 다르다. 이재민들은 여진이 잇따라 실내로 들어가는 것을 꺼리고 자동차 안에 머무른다.

오전 9시 넘자 주차장에 주차된 자동차 수는 30%정도 줄어들었다. 대부분 자택을 정리하기 위해 자리를 비운 것이다.

'이코노미석 증후군'은 지난 2004년 니가타(新潟)현 지진 당시에도 발생했다. 당시 자동차에 피난한 사람은 최대 약 10만명 정도였으며, 2주 동안 이코노미석 증후군에 걸린 사람은 최소 11명 이었다. 이들 모두 여성이었으며 그 중 6며잉 숨졌다.

이번 구마모토 지진으로 이코노미석 증후군 증세를 보인 사람은 19일 현재 18명이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매우 빠른 속도다. 자동차 난민 생활을 계속하면 운동량이 감소하면서 혈액 순환이 나빠져 이코노미석 증후군에 걸릴 위험이성이 높아진다"고 경고했다. 여성의 피해 사례가 많은 것은, 지진으로 인한 단수 및 화장실 이용이 불편한 여성들이 수분 섭취를 적게 하기 때문이다. 수분을 적게 섭쥐하면 혈액이 짙어지면서 혈전이 생기게 된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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