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개성공단이 폐쇄된 지 오늘(19일)로 69일째입니다. 이 역시 커다란 사건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지고 있습니다. 특히 기업들의 피해도 피해지만 기업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의 피해는 거의 다뤄지지도 않았습니다. 이들은 말 그대로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김혜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정부의 갑작스런 철수 발표에 개성공단 노동자 780여 명이 맨몸으로 쫓기듯 돌아왔습니다.
그 후로 69일, 국내 세탁업체의 '개성지점장'으로 북한 직원 6명과 함께 일하던 최명환 씨.
최 씨는 개성공단 폐쇄 직후 해고를 당하고, 몇 달째 세탁 아르바이트로 삶을 꾸려가고 있습니다.
암이 재발돼 수술을 앞둔 아내와 고등학생 아들을 생각하면 아르바이트라도 더 하고 싶지만, 일감을 찾기도 힘듭니다.
[최명호/개성공단 실직자 : 지금 당장 먹고사는 게 힘드니까 그냥 답답한 거죠. (개성공단에서는) 4500만 원 정도 됐단 말이에요, 연봉이. (이제는) 한 달에 돈 백만원, 이래저래 버는 거죠.]
해고의 아픔을 털어내고 새로운 일을 찾아보지만 쉽지 않습니다.
[김경진/개성공단 실직자 : 개성에서 쓰던 유통 프로그램이니까, 이곳(우리나라)과는 정반대의 일이고, 그런 분들의 (업무가) 통용되지 않는 거죠.]
하지만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직원을 해고하지 않는 기업에게 직원 1명당 6개월간 지원금 60여만 원을 주겠다고 했지만, 혜택을 받은 노동자는 20명밖에 안 됩니다.
[홍재왕/휴직자 : (지원금을 주니까) 저희 회사도 어쩔 수 없이 고용유지는 시키고 있습니다. (지급기간인 6개월이 끝나면?) 퇴사 처리하겠죠.]
개성공단 노동자단체에 따르면 노동자 10명 중 8명이 원래 직장에서 사실상 해고됐습니다.
정부는 두 달여가 지난 지금까지도 실직자들의 고용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경진/개성공단 실직자 : (해고된 노동자들은) 일용직으로 하루 밥벌이를 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피해는 입었는데, 가해자는 없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