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세월호 2년 잃어버린 가족, 지금 그들은…

입력 2016-04-15 10:10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세월호 2년 잃어버린 가족, 지금 그들은…


세월호 2년 잃어버린 가족, 지금 그들은…


"나들이 갈 4월이 저희에겐 잔인한 4월이 돼버렸죠. 윤희의 마지막 사진이 벚꽃 아래에서 찍은 단체사진이에요. 그래서 벚꽃 보는 게 가장 힘들어요. 요즘 벚꽃 많잖아요. 다 잘라버렸으면 좋겠어."

봄꽃이 만개한 4월. 상춘객으로 전국이 북적이는 이 계절이 반갑지 않은 이들이 있다. 2년 전 4월, 벚꽃 아래에서 찍은 사진을 마지막으로 떠나버린 아이들을 그리는 250가구 세월호 가족들이다.

세월호 참사 2주기. 지난 2년 가족들은 어떻게 기억할까.

세월호 가족들을 만났다. "엄마들의 경우 지금은 오히려 잘 버텨요. 우리 아빠들은 속에서 울렁거리고 확 올라오는 게 있죠. 지금 우리 엄마·아빠들 나이가 딱 갱년기 나이야. 이중으로 힘들어. 감정 기복이 심해지고 말 한마디에도 욱하는 게 있어."

세월호 희생자 3반 혜원아빠 유영민(50)씨는 "4월 달력을 찢어버리고 싶다"고 말한다. 고(故) 혜원양이 세상을 떠난 후 그리움과 답답함이 가슴에 박혀버렸다. 2년 전 그날 이후 생업을 그만두고 사람들 만나는 것도 멈췄다는 혜원아빠의 지난 2년은 분향소와 간담회 등 세월호 진실을 알리기 위한 활동들로 채워졌다.

"해역에 가는 것도 싫다는 사람도 있어요. 바다 트라우마가 생긴 사람도 많아. 나도 해난영화는 보지도 못해요. 물만 봐도 애들 고통받는 게 생각나서. 눈물이 쏟아지고 심장은 터질 것 같고 몸서리쳐지는데 그걸 어떻게 보겠어요."

혜원아빠는 꽤 오래전부터 팽목을 찾지 않았다. 예전에는 자주 내려갔었지만 이제는 "가기가 싫다"고 말한다. '바다 트라우마'가 생겼다는 그는 오는 16일 2주기 때도 팽목을 찾지 않을 계획이다. 딸이 사무치게 그리울 때면 편지를 쓴다. 얼마 전 새벽에도 잠이 오지 않아 딸 SNS 계정에 편지를 올리기도 했다.

"뭘 잊지 말아야 하는지, 왜 잊지 말아야 하는지 그게 중요하잖아요. 작년 1년 내내 '잊지 말자' 했는데 바뀐 게 없어요.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민들은 변하고 있어도, 정작 변해야 하는 사람들이 변하고 있지 않잖아요."

9반 윤희엄마 김순길(50·여)씨는 2년이 지나는 동안 "변한 것이 없다"고 답답해했다. 김씨는 "우리가 이러고 있는 건 이 아픔이 우리만으로 끝나길 바라기 때문이다. 우리의 아픔을 누군가가 또 겪지 않게 해달라고 진실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매일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 나가 피켓 시위를 한다는 5반 창현아빠 이남석(50)씨는 "1주기와 달라진 분위기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1주기 땐 울분이 많았지만, 2주기에는 차분하게 진실을 밝히기 위한 노력을 구체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보다 관심이 많이 사그라들었어요. 2주기라고 반짝 이러는 것도 사실 짜증 나는 부분이에요. 평상시에도 관심을 가져줬으면 하니까…그래도 감사해야죠."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세월호 광장에 나온 4반 웅기엄마 윤옥희(51·여)씨는 쉴 새 없이 실로 팔찌며 반지 등을 만들었다. 그렇게 만든 액세서리는 만나는 사람들에게 "세월호를 잊지 말아달라"며 걸어준다. 2년 전 직장도 그만뒀다는 웅기엄마는 항상 실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생활은 웅기 여행자보험금과 실업급여 등으로 보태고 있다.

"종일 이렇게 팔찌를 만드니까 손이 많이 망가졌어요. 아침에는 손이 부어서 관절이 안 구부러질 정도죠. 근데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면 불안해요. 손이 너무 아파서 내려놨다가 다시 집기를 반복하죠. 몸을 괴롭혀야 웅기 생각이 조금이라도 덜하니까."

종일 생각나지 않을 때가 없다. 밥 먹을 때나 잠을 잘 때, 일상생활을 하면서도 그 모습의 웅기가 생각나기 때문이다. 손과 무릎 관절 등 성한 곳이 없지만 "아프다"는 말은 할 수 없다. 윤씨는 "엄마·아빠들이 춥다는 소리를 못해, 죄스러워서. 이까짓게 뭐가 추워. 아이들은 이것보다 더 추웠는데" 라고 말했다.

가족들에게 2주기 이후 가장 두려운 점은 사람들에게 잊히는 것이다.

그들은 입을 모아 "이대로 잊히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웅기엄마는 "우리가 포기하지 않는 이상 끝나진 않을 텐데, 정부는 점점 세월호를 지우고 있고 그렇게 사람들에게 잊힐까봐 가장 두렵다"며 연신 실을 엮어 팔찌를 만들었다.

(뉴시스)

관련기사

'1만 톤' 세월호, 7월에 통째로 인양…과정 살펴보니 세월호 참사 2년 '아픔과 교훈'…영화·전시회 잇따라 세월호 인양작업 본격화…7월 인양 예정 세월호 가족들 "진실 밝히기 위해 동거차도 지킨다" 세월호 참사 잊었나…'항만 취업' 여전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