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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총선 '대구의 민심' 어땠나?…20일간 밀착 취재

입력 2016-04-15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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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번 총선 전 새누리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유승민 의원을 바라보면서 대구 민심이 꿈틀거리기 시작했죠.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당선자도 한몫을 했고요. 결과적으로 큰 바람까지는 아니었지만 대구의 11개 지역구 가운데 3분의 1은 여당이 아닌 곳에서 가져갔습니다.

이번 총선 판세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는 대구의 민심, 정제윤 기자가 20일 동안 밀착 취재했습니다

[기자]

< 2016년 3월 23일…D-22 >

[유승민 후보/무소속 :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오늘 헌법에 의지한 채 오래 정든 집을 잠시 떠나려 합니다. 그리고 정의를 위해 출마하겠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당 대표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유승민 의원. 한 때 박 대통령의 최측근이던 유 의원이 박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냥했습니다.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자 기반인 대구에서 출마하게 되면서 전면전을 선언한겁니다.

< D-19 >

유 의원은 옷부터 갈아입었습니다. 빨간색 대신 하얀색 점퍼를 입었습니다. 시장에서 만난 한 남성은 유 의원을 보더니 눈물을 보입니다.

[사재원/대구 시민 : (왜 우셨는지?) (유승민 의원이) 너무 고생을 많이 했기 때문에. 결국 결판이 나지 싶은데….]

유 의원을 따라 새누리당을 탈당한 류성걸 후보도 하얀 점퍼를 입었습니다. 경로당에서 자신의 무소속 출마 사실을 알리느라 분주합니다.

[류성걸 후보/무소속 : 제가 부득이하게 이렇게 7번을 달고 출마하게 됐습니다.]

[대구 시민 : 나도 류성걸씨가 공천 못 받아서 이상하다 싶었어.]

고교 동창인 새누리당 정종섭 후보와 겨루게 된 류 후보에게 정 후보와 탈당 이후 연락해봤냐고 물었습니다.

[류성걸 후보/무소속 : 그런 적 없습니다. 그럴 생각도 없고. 그렇게 한다는 것은 저의 자존심 뿐만 아니라 동구의 자존심을 완전히 무시하는 그런 것이기 때문에….]

같은 날 정종섭 후보도 인근 한 시장에서 주민들을 만나고 있었습니다.

[정종섭 후보/새누리당 : 무소속 연대라는 건 그 자체가 좋지 않습니다. (선거를) 그런 기술로 접근하는 거 자체가 잘못된 것입니다.]

당시 류 후보와 정 후보는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초접전을 벌였습니다.

또 한명의 하얀 점퍼는 권은희 후보.

[권은희 후보/무소속 : 안녕하세요. 5번. 하이 파이브.]

그런데 갑자기 한 남성이 나타나 권 후보 지지자들과 승강이를 벌입니다.

[권은희 후보 지지자 : 누가 보내서 왔어요? 증세없는 복지는 허구입니다.]

[대구 시민 : 허구는 무슨 허구야. 시행해 봤나.]

하얀 점퍼를 대하는 대구 민심은 곳곳에서 여전히 싸늘합니다.

[대구 시민 : 무소속으로 되면 (나중에) 한나라당 (새누리당) 들어가나?]

[권은희 후보/무소속 : 주민들이 원하는대로 할 거에요. 가지 말라고 하면 안 갈거고.]

[대구 시민 : 안 가면 당을 또 만들어야겠네!]

권 후보는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새누리당 정태옥 후보에게 고전하던 상황.

그런데 시간이 하루 이틀 지나며 조금씩 변화가 감지됩니다.

[김춘자/대구 시민 : 새누리당이 아니어도 사람보고 찍지.]

[이찬교/대구 시민 : 이번에 하는 거 보니까 완전 뿔났어요. 당이 문제가 아닙니다.]

빨간색 도시 대구를 하얀색도 아닌 파란 점퍼를 5년째 입고 누비는 김부겸. 그는 5년새 민심이 정말 많이 달라졌다고 말합니다. 그래도 불안합니다.

[김부겸 후보/더불어민주당 : 오늘 저 분도 계속 일관되게 발목잡는 야당이라고 저한테 계속 투사를 하시잖아요. 그만큼 여전히 정당에 대한 불신이 강해서 잘 모르겠습니다.]

선거 초반부터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김부겸 후보가 김문수 후보를 크게 앞서고 있는 상황.

대구의 변화 바람은 유승민이 아닌 김부겸이 시작한 것이라는 얘기도 나옵니다.

[정은영/대구 시민 : 활동하시는 모습이 선거기간과 관계없이 저희들이 보기에 상당히 인상적으로 활동하셨고….]

실제 김 후보를 만나는 주민들도 자연스럽게 고민을 털어놓습니다

[대구 시민 : 연봉 7, 8천만원 되는 분들은 (교육비가) 3분의 1은 넘을걸요. 40% 육박할걸요. 수성구에서 두 자녀 키운다면….]

[김부겸 후보/더불어민주당 : 한 과목당 50만원 잡고?]

< D-15 >

믿었던 대구에서 하얀색 파란색 돌풍이 의외로 거세지자 새누리당에도 비상이 걸렸습니다.

친박계 좌장 최경환 의원이 대구에 뛰어듭니다.

[최경환 의원/새누리당 : 대구, 경북분들은 야당에 표 안주시지만 어디 한군데는 주신다고 하던데? 그런데 '한군데 주면 어찌되겠나' 하면 큰일납니다.]

김무성 대표도 내려와 민심을 달래려 합니다. 하지만 친박계와 대립했던 김 대표에 대해선 적대적입니다.

현장은 아수라장으로 변합니다.

[김무성 물러가라! 물러가라! 물러가라!]

[김무성 대표/새누리당 : 김문수 지사하고, 나하고 둘이서 나갈게.]

[보안요원 : 다른 분들은 나가서 우회하시면 됩니다.]

이런 모습이 하루 하루 이어지면서 대구, 경북 지역에서 새누리당 지지도는 계속 떨어집니다.

그러자 친박계는 수위를 더욱 높입니다. 하얀 점퍼는 당선이 되도 안 받겠다고 한겁니다.

[원유철 원내대표/새누리당 : 우리 당헌, 당규에 그런(복당) 절차가 굉장히 엄격하게 돼 있고, 낙타가 바늘구멍들어가듯이 아주 어렵다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최경환 의원/새누리당 : 무소속이 당선되면 기어 들어온다, 기어 들어온다 하는 사람이 전국적으로 많아요. 공천은 괜히 합니까?]

심지어 박근혜 대통령 사진을 내놓으라고까지 하면서는 당내에서도 비난이 이어집니다.

[김무성 대표/새누리당 : 아주 좋은 코미디를 보는 것 같은 그런….]

최고 격전지 대구 동구갑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류성걸 후보 사무실 앞입니다.

류 후보는 진박 후보에 밀려 이번에 새누리당에서 공천을 받지 못했는데요.

사무실엔 이처럼 박 대통령과 찍은 큼지막한 사진을 걸어놨습니다.

대통령 마케팅을 둘러싼 양측의 웃지못할 상황에 시민들은 냉소합니다.

[박세웅/대구 시민 : 어느 사람하고 친하다 이래서 찍는 거는 옛날 방식, 옛날 방식이죠.]

< D-13 >

공식 선거 운동 첫 주말. 중진의원들의 지원사격에도 새누리당 정태옥 후보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합니다.

[최경환 의원/새누리당 : 여기는 특별히 문제 없죠?]
[정태옥 후보/새누리당 : 지금 무소속 바람만 아니면….]
[최경환 의원/새누리당 : 무소속 바람이 뭐가 있겠나고.]
[정태옥 후보/새누리당 : 여기서는 아주 냉소적입니다.]

팔공산을 찾은 유승민 의원도 류성걸, 권은희 후보에 상황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털어놓습니다.

[유승민 후보/무소속 : (대구 분위기 좀 어떤지?) 아직 잘 모르겠어요. 좀 아직도 마음을 못 정하신 분들도 많고, 그러신 것 같아요.]

지지율 그래프의 폭이 줄어들면서 양측의 신경전도 뜨거워집니다.

유승민 후보는 정종섭 후보가 고교 시절 같은 반이었던 류성걸 후보 지역구에 출마한 것을 비난했습니다.

[유승민 후보/무소속 : 저 같으면 대통령 아니라 대통령 할아버지가 출마하라 그래도 저는 (동구갑) 출마 안 합니다.]

정 후보 지원에 나선 조원진 의원은 류성걸 후보의 유세차량이 지나가자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냅니다.

[조원진 후보/새누리당 : 남이 유세할 때 확성기 소리 꺼주는 것이 예의입니다 여러분. 그러니까 짤린 거예요. 예의가 없어요 예의가.]

< D-7 >

선거 막판 새누리당은 다시 수위를 업그레이드합니다. 하지만 방식은 바뀌었습니다. 무릎꿇고 읍소하는 전략입니다.

[대구 시민 여러분, 용서해 주십시오. 대구 시민 여러분, 용서해 주십시오.]

김문수 후보는 선거를 일주일 남기고 매일 아침 지하철역에서 '백배사죄'를 했고,

[김문수 후보/새누리당 : 계속 무릎 꿇고 사죄하고 절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구 북구을에 출마한 양명모 후보는 삭발까지 합니다.

[양명모 후보/새누리당 : 사람에 대한 능력에 대한 평가보다 (국민들이) 너무 화가 많이 나 계셔서 뭔가 좀 반성하고 새로이 하는 저 자신의 계기를 만든다.]

시민들의 반응은 싸늘합니다.

[하율란/대구 시민 : 하나의 쇼지. 정치쇼라고 봐야지 뭐.]

[최자이/대구 시민 : 잠시 먹는 사탕이나 마찬가지에요. 그런 절은 소용이 없습니다.]

실제 '삭발투혼' 양 후보에 맞선 역시 무소속 홍의락 후보에 대한 지지율은 더 견고해졌습니다.

[홍의락 후보/무소속 : 제가 4년 동안 이 지역에 계속 사람들 만나고 노력했던 것이 다 어우러져서 이런 결론이 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 D-1 >

정말 태풍이라도 불어닥칠것 같은 대구. 하지만 대구 민심은 다시 기울었습니다.

[유승민 후보/무소속 : 무조건 1번 찍는 분들이 아무래도 계시죠. 무소속들은 인물을 보지 않고 정책을 보지 않고 찍는 그런 분들 때문에 굉장히 힘들고요.]

< D-DAY >

여당 일색이던 대구에 11개 지역 구 중 무소속 3명, 야당 1명이 당선됐습니다.

전체의 3분의 1에 달합니다. 태풍까진 아니었지만 대구의 변화에 대한 열망은 거셌습니다.

그렇다면 2016년 4월 대구의 민심은 뭘 원했을까.

[이성해/대구 시민 : 새누리당은 막대기를 꽂아도 된다는 이런 그런 성향에서 많이 벗어난 것 같고….]

[노규덕/대구 시민 : 탈당을 했어도 맨 그 밥이 그 밥 아니겠나 이런 생각을 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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