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3 대 352… 오늘(11일) 앵커브리핑이 주목한 숫자들입니다.
두 장의 얇은 종이. 그걸 손에 쥔 한명의 유권자.
인쇄비용은 100원 남짓 하는데다 도장 두 번 찍으면 그만일 그 종이 두 장.
그 두 장의 종이를 손에 쥐고 세상을 바라봅니다.
명절날 세배하듯 4년에 한번 씩 사죄의 큰 절을 올리는 사람들.
평소에는 얼굴 한번 보기 힘들다가 불쑥불쑥 시장에 나타나는 그들을 바라보고 있자면 100원 들어갔다는 그 종이 두 장 굳이 안 받아 들어도 될 것 같기도 합니다.
아니나 다를까, 막판에 네거티브가 판치고, 북한사람들 넘어왔다는 얘기가 대서특필되기도 하는 어찌보면 한 발 짝도 못나간 듯한 우리의 선거를 보면 그런 생각이 드는 걸 말릴 수도 없습니다.
그런데 또 다르게 본다면 손에 쥔 두 장. 종이의 가치는 의외로 무겁습니다.
1875년의 프랑스. 찬성 353. 반대 352. 왕이 다스리던 프랑스는 그 한 표 차이로 공화국이 됐습니다.
세계사의 엄청난 변화는 바로 한 표 차이로 시작됐던 것이지요.
그보다 전에도 한 표 차이가 있었습니다. 1649년 영국 국왕이었던 찰스 1세는 단 한 표 차이로 처형이 결정돼서 저세상 사람이 됐습니다.
너무 오래된 남의 나라 일일까요? 그러면 오래되지 않은 우리 얘기를 하지요.
문세표. 16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낙선한 어느 후보의 별명이었습니다. 그는 단 세표가 모자라 선거에 졌습니다.
재검표 끝에 표차는 2표로 줄어들었고 그래서 더 아까운 그의 별명은 '문두표'.
2008년 고성군수 보궐선거는 딱 한 표 차로 당락이 갈렸고 아예 똑같은 표수가 나와서 선거법에 따라 연장자가 당선된 기초의원도 있었습니다.
딱 세표. 혹은 한두 표만 더 있었더라면, 누군가에겐 천지가 뒤집혔을 결과들이었습니다.
단돈 100원이 들어간, 후루룩 날아가 버릴 것만 같은 그 한 표는 실은 왕의 목을 칠 수도 있었고, 누군가를 천당과 지옥을 오가게 할 수도 있었습니다.
정치인들이 갑자기 재래시장을 찾고, 4년에 한 번 씩 시키지도 않았는데 여러분 앞에 무릎을 꿇는 이유는….
정치인들은 알고 있고, 투표를 포기하는 유권자들은 모르는, 이틀 뒤면 세상에 나올 얇은 종이 두 장의 무게 때문입니다.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