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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미국 환율보고서 발표 '촉각'…원화 강세도 고민거리

입력 2016-04-11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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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조작국에 대한 미국 정부 차원의 제재를 규정한 '베넷-해치-카퍼 수정법'(BHC 법)이 발효된 가운데 우리 정부는 오는 15일로 예정된 미국 재무부의 상반기 환율보고서 발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1일 기획재정부 등 관련 당국에 따르면 BHC법은 미국 정부가 환율 개입 국가들에 대한 조사·분석을 확대하고 필요할 때 통상·투자 부문의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는 다른나라 정부가 수출 경쟁력 확보를 위해 환율에 개입하는 것을 막아 자국의 무역 적자 규모가 커지는 것을 막겠다는 뜻이다.

BHC 법안은 ▲상당한 규모의 대미 무역 흑자를 얻는 나라 ▲전세계를 상대로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 중인 나라 ▲정부가 개입해 자국 통화를 저평가하는 나라 등을 심층분석 대상으로 지정한다.

심층분석 대상국으로 지정되면 재무장관 회담을 통해 환율 저평가나 대미 무역역조 해소 정책 등을 요구받게 된다. 이후에도 시정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해당국이 미국 조달 시장에 참여하는 것을 제한하는 등의 제재가 이뤄진다.

오는 15일 발표되는 미국 재무부의 환율보고서에는 BHC법 심층분석대상국 지정 요건과 명단이 포함된다. 우리 정부가 이번 보고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중국, 대만, 이스라엘 등과 함께 2000년 이후 대미(對美) 무역에서 지속적으로 흑자를 기록해 왔다. 최근 3년간 전체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6%를 넘었다.

또 우리나라는 미국 환율보고서에서 여러 차례 외환 시장에 개입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지난 1988~1989년에는 환율조작국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3가지 요건에 해당하는 국가 중 경제 규모가 큰 중국, 미국과 특수 관계인 이스라엘을 제외하고 우리나라와 대만처럼 정치적 영향력이 작은 나라들이 심층분석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정부는 우리나라가 심층분석 대상에 오를 가능성은 적다고 보고 있다.

최상목 기재부 1차관은 지난 4일 기자들과 만나 "다양한 통로를 통해 우리 상황을 미국에 설명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크지만 외환시장 개입이 한 방향으로 지속된게 아니라 균형적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어 심층분석 대상 요건에는 해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국 개입 자세 속 원화 강세…수출 경쟁력에 영향 미치나

올해 들어 외환 시장이 변동성이 급격히 커졌지만 정부가 시장 개입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원화 가치는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월 말 1241원까지 상승했던 원·달러 환율은 3월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1150원 밑으로 떨어졌다. 약 한 달 만에 원화 가치가 7% 이상 절상된 것이다.

원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배경에는 지난달 미국 기준금리 동결의 영향도 있지만 외환 시장이 급변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당국이 시장 개입 강도를 줄이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원화 가치가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시장에 개입한다는 인상을 줄 경우 수출 경쟁력을 위해 인위적으로 통화가치를 절하시킨다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환율은 수출 경쟁력에 큰 영향을 줄 수준은 아니다. 미국의 기준금리 동결 이후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의 통화 가치가 함께 절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향후 일본 등 경쟁국들이 자국 통화가치 절하에 나설 경우 우리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일본은 4월 말 마이너스 금리를 추가로 낮출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며 "일본은 기축통화국이라 돈을 많이 풀거나 금리를 낮추면 환율에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우리나라는 통화정책을 통한 환율 조정은 효과가 크지 않고 외환시장 개입을 하거나 유입되는 자금을 통제해야 하는데 미국에서 문제시할 수 있어 소극적인 상황"이라며 "일본은 손을 쓰고 우리는 내버려둘 경우 원화 가치가 더 크게 절상돼 수출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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