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원금 손실에 대한 위험성 같은 걸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금융상품을 파는 걸 불완전판매라고 하죠. 최근 금융사들이 만능통장, 즉 ISA 판매하면서 불완전 판매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특히 거부 의사를 밝히기 어려운 소위 을의 입장인 사람들에게, 이런 불완전 판매가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는 분석입니다.
꼼꼼한 경제 이새누리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달 정부주도로 출시된 ISA는 하나의 통장으로 예금, 펀드, ELS 등 다양한 금융상품에 가입하고 절세 효과를 누릴 수 있어, 금융 소비자들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한 사람당 하나의 계좌만 열 수 있는데다, 의무가입기간이 5년으로 길기 때문에 은행들은 초기에 점유율을 높이려고 경쟁이 한창입니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ISA에 가입하기 위해 작성해야 하는 서류입니다.
나의 투자 성향이 어디에 속하는지, 또 고위험 상품은 원금손실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들었는지 확인하는 칸이 있습니다.
또 자발적 의사에 따라 투자했다는 서명도 거쳐야 하는데요. 모든 가입자가 이런 절차를 제대로 거치고 있을까요.
중소기업에 다니는 이 남성은 ISA가 출시되기 나흘 전부터 특정 은행에 무조건 가입해야 한다는 사장의 지시를 전달받았습니다.
[A씨/ISA 강제가입 피해자 : 사장님 지시 사항이니까 나중에 사용하든 안 하든 일단 다 가입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90% 이상은 가입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가입을 거부하면 수차례 자리로 찾아와 강요하는 건 물론 보안 수칙도 없었습니다.
[A씨/ISA 강제가입 피해자 : 마지막에는 가입 안 한 사람들에게 무조건 사유를 말하라고 하고, 비밀번호를 이렇게 다 보는 데서 적으라고 해서 그대로 들고 가더라고요.]
회사가 은행 실적을 쌓아줘야 대출 등 금융거래가 쉬워지기 때문이라고 직원들은 추측합니다.
은행 창구도 예외는 아닙니다.
마이너스 통장이 필요했던 박모 씨는 은행 직원에게서 뜬금없이 ISA에 가입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았습니다.
[박모 씨/회사원 : ISA를 안 해주면 마치 대출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해야 하나, 그런 형태로 얘기를 풀어나가더라고요.]
출시된 지 한 달이 안 돼 금융회사 간 수익률 비교도 어려운 상황이지만, ISA 가입자는 3주 만에 120만명을 넘기며 폭발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유치 실적으로 평가받는 은행 직원들도 괴로운 건 마찬가지입니다.
[은행원 : 솔직히 상품에 어떤 장점이 있는지 정확하게 모르는 상황도 많은데 일단 목표가 내려오게 되면 (영업)해야 하는 압박이 직원들한테 많습니다.]
문제는 이런 강제 가입이 한번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겁니다.
주거래은행이 새 상품을 출시할 때마다 무조건 가입하라는 지시가 떨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여성은 ISA는 물론 예금, 적금까지 가입했습니다.
그 누구도 가장 기본적인 정보조차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B씨/금융상품 강제가입 피해자 : 금리에 대한 설명은 하나도 안 했고 지금 들어놓은 것도 금리가 몇 프로인지 하나도 모르는 상황에서 그냥 무조건 가입하라는 권유에 가입했어요.]
상황은 이렇지만 마땅히 대응책이 없다는 건 더 큰 문제입니다.
[김동환 소장/대안금융경제연구소 : 개별적인 불완전판매에 대해 개별 소비자들이 거대 금융사를 상대로 불완전판매를 입증하는 데는 현실적으로 큰 어려움이 있습니다.]
금융당국은 판단을 유보합니다.
[금융당국 관계자 : 은행이 직접 해당 법인 소속 직원들에게 (불완전판매를) 한 거라고 볼 수 있는지 판단의 문제가 남습니다.]
실적 쌓기에만 치중하는 일부 금융회사와 미온적인 금융당국 사이에서 이런 피해자들은 계속 생겨날 수밖에 없는데요.
마땅히 보장돼야 할 소비자 선택권을 되찾기 위해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