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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is] 비욘세 슈퍼볼 쇼, '정치와 스포츠' 경계에서 던진 질문

입력 2016-02-10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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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와 정치적 퍼포먼스의 접점은 어디일까.

'팝의 디바' 비욘세가 7일 열린 미국 최대 스포츠 축제인 프로미식축구(NFL) 결승 '슈퍼볼' 하프타임 공연에서 흑인 차별을 주제로 한 공연을 펼친것을 두고 미국이 들썩이고 있다.

이날 비욘세와 백댄서팀은 1960~70년대 게릴라 활동을 한 흑인 인권단체 흑표당을 상징하는 검정 반바지와 배꼽티를 입고 무대에 섰다. 이어 흑인 인권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뮤직비디오가 소개됐다. 뮤직비디오에는 물에 반쯤 잠겨 있는 뉴올리언스 경찰차 위에 앉은 비욘세의 모습이 담겼다. 뉴올리언스는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흑인들이 큰 피해를 입은 지역, 뮤비 속 경찰차는 결국 완전히 물에 잠기며 흑인들에 대한 애도와 당국의 부실한 대처를 간접적으로 비난했다.

또한 뮤비에서는 한 흑인 소년이 방탄복을 입은 경찰들 앞에서 춤을 추다가 손을 들고 멈추며, 이어 '우리를 쏘지 말라'(Stop shooting us)라는 벽낙서가 등장해 흑인을 향한 백인 경찰의 강경진압에 대한 메시지를 담았다.

퍼포먼스가 끝나자 언론과 SNS에서는 찬사가 쏟아졌다. CBS 방송은 "올해 슈퍼볼의 진정한 주인공은 본 밀러(MVP가 아니라 비욘세"라고 추켜세웠으며 "슈퍼볼 하프타임 공연을 정치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라고 칭찬했다.

또한 '빌보드'지는 "이날 비욘세는 가수가 아닌 흑인 여성 운동가로서 정치적 책임을 훌륭하게 해냈다"라고 극찬했다.

비욘세가 표방한 'Black Lives Matter'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라는 메시지는 최근 88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2년 연속 남우·여우주연상, 남우·여우조연상에 오른 20명의 후보들이 모두 백인들로만 구성하며 '흑인 차별 논란'을 불러 일으킨것과 시의성을 함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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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평만 있는것은 아니다.

전 미국 뉴욕 시장 루디 줄리아니는 원색적인 언어로 비욘세를 비판했다. 그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비욘세의 퍼포먼스가)터무니 없었다"며 "비욘세의 예술적 관점을 이해할 수 없었고, '팝 디바'의 정치적 신념에 대해서도 동의할 수 없었다. 위험을 무릅쓰고 시민을 보호하는 경찰을 공격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줄리아니 시장 외에도, 비욘세의 퍼포먼스에 부정적 시각을 가진 사람들의 의견은 '스포츠 현장에서 정치적 메시지를 담는것은 용납될 수 없는 행위'라는 인식으로 모인다.

타당한 메시지, 유의미한 사상을 담았다고 해도, 스포츠에서 이러한 정치적 퍼포먼스를 경계하는 이유는 '스포츠 정신' 때문이다. 규칙 안에서 누구나 동등하게 겨루며 승·패자를 떠나 누구나 하나되는 숭고한 스포츠 정신에서는 정치적 퍼포먼스를 '순수성을 더럽히는 행위'로 간주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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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런던올림픽 축구대표팀 박종우가 '독도 세리머니'를 펼쳐 '애국자'로 떠오른 반면, 국제사회에서는 뭇매를 맞은것이 대표적인 사례. 그는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적힌 푯말을 들고 경기장을 달렸다는 이유로 메달 박탈의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국제축구연맹(FIFA) 등 많은 스포츠 단체들은 경기를 통한 정치적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가수를 포함한 많은 스포츠선수들은 여전히 스포츠 현장에서 정치적 신념을 드러내는것이 '순수성을 해치는' 행위인지에 대해서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기도 한다. 또한 비욘세처럼 많은 이들이 제재에도 불구하고 정치 퍼포먼스를 멈추지 않고 있다.

미국 프로농구 (NBA)의 르브론 제임스, 코비 브라이언트 등의 슈퍼스타들은 '숨을 쉴 수 없어요' (I can't Breathe)라는 티셔츠를 입으며 백인경찰의 진압으로 질식사한 비무장 흑인을 추모했다. 또한 지난해 수원과 서울의 K리그 경기에서는 세월호 사건 1주년을 맞이해 희생자 304명을 추모하는 의미를 담아 팬들이 경시 시작 304초간 침묵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박현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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