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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 제보자 인터뷰] ⑤ '하나고 비리' 내부 고발한 전경원 교사

입력 2015-12-31 17:48 수정 2015-12-31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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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제보를 한다는 건 우리 사회에서 그냥 하루 아침에 이상한 사람으로 전락하는 거예요. 정상적이지 않은 인격 파탄자."
전경원 교사/하나고 비리 내부 고발자

그 다음에 금요일에 출석을 했어요. 부당한 걸 이야기했죠. 그런데 제일 황당한 건 징계위원회를 갔는데 징계위원회로 앉아있는 분들이 누구였냐면 파면 요구된 교장, 교감, 그리고 징계 받은 교사들도 거기 앉아있고 6명 중에 3명인가가 파면이나 중징계 대상자들이 징계 위원으로 앉아있는 거예요. 그러면 과연 그분들이 저에 대한 징계를 공정하게 할 수 있을까요?

예를 들면 성희롱으로 한 게 있어요, 저를. 사유 중에 뭐가 있냐면 그것도 5-6년 전 이야기에요. 그걸 지금 와서 꺼낸 것도 황당하고 더 황당한 건 내용이 제가 야간자율학습 감독을 하고 밤 9시에 여기서 동료교사 2명하고 3명이서 모 여교사 어머니가 일산 국립암센터에 입원해 계실 때 문병간 적이 있어요. 이것을 평생 감사해야 할 일을 이런 상황에서 성희롱, 그것도 5년 전 이야기를 꺼내면서 막 성희롱 했다고 하는 건 이게 징계사유 맞냐 하고 이야기 했어요, 그랬더니 잠깐 나가있으래요. 그랬더니 좀 이따 들어오라 그러더니 그럼 이건 징계사유에서 빼겠습니다.

그러니까 공익제보를 한다는 건 우리 사회에서 그냥 하루 아침에 이상한 사람으로 전락하는 거예요. 정상적이지 않은 인격 파탄자, 도덕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있는 사람. 사안의 본질은 중요하지 않아요. 저놈은 문제가 있는 사람이야, 저 사람은 문제가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저 사람 말은 믿으면 안 돼, 이런 구도를 만들어버리더라고요.

저한테 수신자를 걸어놓고 그걸 같이 볼 수 있는 참조자로 전체 교직원을 다 걸어놔요. 내용이 뭐냐면 저를 공격하는 교사가 어떻게 보내냐면, '선생님 기사를 보다보니까 뜻을 함께 하는 사람들이 몇 명 있다고 하고 도와주는 분이 있는 것처럼 이야기 했는데 그 분들이 누군지 실명을 한번 공개해보시죠?' 한 다음에 딱 보내요. 그럼 학교에 있는 선생님들이 참조로 걸려 있으니까 그 내용을 보잖아요. 그럼 그 선생님들이 저랑 말할 수 있을 까요? 그러니까 제가 혼자 알아서 고립을 자초하는 생활을 해야 그 분들한테도 피해를 안주는 거예요. 그러니까 도시락 싸가지고 가서 혼자 휴게실에서 먹어야 하고 혼자 생활해야 하는 거지 누군가한테 이렇게.

Q. 가족들 반응은?

집사람은 당연히 사직하라고 그러죠. 그만하라 그러죠. 그만하라 그러고, 그렇게까지 힘들게 애들도 어린데. 절 원망 많이 하죠, 사실. 애들 이제 초등학교 5학년 3학년인데. 당신은 처음엔 막 화 많이 내고 결혼해서는 안 될 사람이다. 처하고 자식이 있는데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냐. 그리고 지금은 요즘은 그만해라, 사직서 내고 조용히 시골이나 어디 지방 가서. 거기 가서도 할 일 없겠냐, 가서 살자 이렇게 이야기하고.

Q. 그때로 돌아가도 다시 고발?

그런 상황이 똑같이 되면 전 또 똑같이 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하고 좀 다른 것 같아요. 직접 경험해보니까 많이 약해지더라고요. 와 정말 힘들다, 정말 힘들다. 그래서 만약 아끼는 누군가가 이런 고민을 한다면 자신이 없어요. 하라고 할 자신이 없어요.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워요. 10킬로그램 가까이 빠졌어요, 초기에는. 막 정신 못 차리고, 수업에 들어가면 아이들이 겉돌고 저항하고. 동료교사들이 외면하고. 계속 뭐 소명서 내라, 답변해라 뭐해라, 연락오고 보도되고 계속. 그런 걸 겪으면서 누구에게 자신 있게 정의를 위해서 네 신념을 위해서 그런 일이 생기면 다 던지고 해봐라. 왜냐하면 또 직접 다 만나보니까 이 길을 걸으셨던 모든 분들은 다 끝이 안 좋더라고요. 참여연대에서 공익제보자 올해 모임 가서 의인상 수상하면서 예전에 받았던 분들 참석하신 분들하고 사회자 최근 현황 물어보고 그렇게 하는데 공통적인 게. 그냥 나도 침묵하고 입 닫고. 눈 감고 살면 되는 거지, 라고 사회 분위기를 끌어갈 수밖에 없는 그런 시스템에서 살고 있단 생각이 들어요.

Q. 이후 신체적 변화가?

그럼요. 불면증 심하죠. 잠 막 새벽에 막 3-4시에 깨고 그래요. 잠이 안와요. 그리고 학교 아침에 막 출근할 생각하면 학교 가는 순간 그런 게 연상이 되니까 힘들죠. 가슴 같은 거 아플 때도 있고 스트레스가 엄청나요 그러니까 10키로가 빠지는 거예요. 인간관계가 파탄이 난다고 보면 되요. 평상시에 막 형, 막 이렇게 하던 친구들이 복도에서 만나면 이러고 가요. 애들도 인사 안하고 지나가고. 뭐 이렇게 말을 걸지를 못하는 거예요. 기본적 인간관계가 파탄 나고 거기서 오는 스트레스는 말로 하기 어렵죠. 설문 저도 해서 보내드렸는데. 그래요. 그래서 사실 제도적으로 개선이 될 필요가 있고. 관심을 많이 가지고. 사실 내부에서 문제제기 하지 않으면 해결 안 되는 비리들이 엄청 많거든요.

근데 이런 식으로 되면 누가 문제제기 하겠어요. 제가 지금 46인데 내년이면 47인데 12년 법정싸움 하면 60되는 거예요. 인생에 뭐 이런 거에 한번 휘말리면, 그래서 제가 그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만약 내 자식이나 친한 사람이 공익제보 하려는데 조언해주세요 하면, 자신이 없어요. 개인적인 신념은 해야 하는 게 맞는데 네가 걸어가야 할 길과 감수해야 그것들 생각하면 그냥 눈감고 살아라, 그게 차라리 현실적인 것일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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