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아웃되기 위해 도루하라" 한 고등학교 야구 감독이 선수들에게 내린 지시입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지시로 고교 야구에서 승부 내용을 조작했다는 구체적인 정황이 확인됐습니다.
박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투수의 발이 마운드에서 떨어지는 순간 주자는 달리기 시작합니다.
1루에서 2루까지 걸리는 시간은 4초 정도.
투수가 던진 공이 다시 2루에 도착하는데 3.5초 정도 걸리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더 빨리 스타트를 끊어야 합니다.
그런데 지난해 휘문고와 만난 서울고 감독은 정반대 지시를 냈습니다.
2회 2아웃에 1루 상황.
1루 코치가 주자에게 '투수가 공을 던진 뒤에야 뛰라'고 지시합니다.
[전 서울고 선수 : 리드를 줄이고 포수가 잡을 때 뛰어서 죽으라는 사인이 났어요.]
발이 느려 한번도 도루해본 적 없는 주자에게 "아웃되기 위해 도루하라"는 지시도 나왔습니다.
의외로 이 선수가 도루에 성공하자 감독은 "아웃되라는데 왜 살았느냐"고 화를 내기도 합니다.
[전 서울고 선수 : 어떻게 했길래 이따위로 해. 코치님이 그렇게 말하죠. 죽으라니까 왜 사냐고….]
또 다른 학교의 경기에선 타자가 번트를 대자 수비수가 뒤로 물러나서 안타를 만들어주기도 하고, 2013년 한 대회 결승에선 승부조작 논란이 일어 선수들이 노골적으로 불만을 터트리기도 합니다.
[학부모 : 학부형들은 바보가 아니거든요. 저 부모 돈 썼구나. 쟤는 대학 가는구나… 부럽다.]
경찰은 이런 경기 조작 정황을 파악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