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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홧김에" "욱해서" 극단적인 '분노 범죄' 잇따라…왜?

입력 2015-10-13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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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번에는 우리 사회가 앓고 있는 분노조절장애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최근에 전해드린 뉴스들 보면 보복운전, 길거리 묻지마 폭행도 그렇고요. 순간적으로 분노를 참지 못해 벌어지는 일들이 요즘 참 많죠? 특히나 남편과의 다툼에 화가 나서 아이를 죽게한 엄마 얘기…정말 충격적이었는데요.

먼저 윤샘이나 기자가 관련 사건들 정리해드리겠습니다.

[기자]

서울 관악구의 한 재래시장. 모자를 눌러쓴 한 남성이 들어갑니다.

주머니에서 꺼낸 라이터를 가게 앞 쌓인 이불더미에 댑니다.

순식간에 불이 타오릅니다.

그로부터 9일 뒤 인근 주택가.

이번엔 골목길에 놓인 오토바이에 불이 붙었습니다.

[피해자 : 전화받고 나와보니까 벌써 오토바이는 전소 돼버린 상태였어요.]

이 일대에서 3개월 동안 일어난 크고 작은 화재만 10여 차례. 범인은 해당 구청의 공익근무요원 이모 씨였습니다.

[김병한 강력계장/서울 관악경찰서 : 여자친구로부터 돈을 제대로 벌지 못한다고 구박을 받아서 화가 나 우발적으로 방화를 하게 됐다고 진술했습니다.]

한 남성이 검정색 SUV 차량에서 내리자 맞은 편에 있던 차량이 갑자기 속도를 높여 돌진합니다.

차 앞유리가 산산조각 났고, 남성은 그대로 바닥에 나뒹굽니다.

운전 중 시비가 붙자 자신의 차로 들이받은 겁니다.

살인 미수 혐의로 구속된 운전자의 범행 동기는 다름 아닌 직장 스트레스였습니다.

상사로부터 질책을 듣고 기분이 안 좋던 차에 시비가 붙어 홧김에 저질렀다는 겁니다.

[곽대경 교수/동국대 경찰행정학과 : 심각한 모멸감을 느끼는 경우에 손상된 자존감을 회복하려는 시도의 하나로 폭력적인 공격행위를 하는 겁니다.]

지난달 30일, 태어난지 53일된 딸 아이를 스테인리스 찜통에 넣어 숨지게 한 여성 김모 씨도 마찬가지 경우였습니다.

범행 전날 부부싸움 중 "이혼하면 아이를 보육원에 보낼 수도 있다"는 남편의 말이 도화선이 됐습니다.

[임병숙 과장/서울 양천경찰서 : 애를 보육원에 보내느니 애기도 죽이고 나도 죽고 모든 걸 끝내 버리고 싶다 이런 생각이 들었답니다.]

평소에도 김씨는 양육을 두고 남편과 다투는 일이 잦았습니다.

[이웃주민 : 유리가 다 깨졌잖아. 부부 싸움하고 막 시끄러웠다고.]

모두 평소 표출하지 못했던 분노가 극단적인 범죄로 이어진 겁니다.

실제 취재진이 만난 우리 주변 평범한 시민들도 분노를 참지 못한 경험이 있다고 털어놨습니다.

[김영준/대학생 : 길 가면서 담배를 피우시는 분들이 있는데요. 그 냄새를 다 맡을 때 정말 욱해서 폭력을 가할 것만 같은.]

[김성배/대학생 : 게임할 때 같은 팀이 의도적으로 지게 할 때.]

[안서윤/고등학생 : 아무래도 고3이다 보니까 조금만 시끄러워도 많이 욱하게 되고.]

[임예나/대학생 : 지하철 타고 통학하거든요. 사람이 내리지도 않았는데 타는 사람들 있잖아요.]

[장문희/주부 : 갑자기 끼어들거나 이런 운전자를 봤을 때 욱하는 거 같아요.]

[최병욱/회사원 : 제가 화장실에 들어갔을 때 안에 들어가 있던 사람들이 빨리 안나올 때 제가 성격이 급하다보니까 갑자기 욱할 때가 있어요.]

올 초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5명 중 1명이 분노조절 실패를 경험했다고 답했습니다.

10명 중 1명은 전문가 상담 등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전문가들은 경쟁적인 사회 구조에서 서로에 대한 배려 없이는 '분노 범죄'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읍니다.

[김병수 교수/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 피로사회라고 하죠. 여러 가지 스트레스가 많아지고 억압이 많이 심해지는 사회에 산다면 스스로 폭력성이나 공격성으로 자기 자신을 지키려고 하는 그런 잘못된 욕망이 쉽게 표출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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