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모임 정동영 인재영입위원장이 30일 4·29재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서울 관악을 지역이 이번 선거 최대 관심지로 급부상했다.
당장 새정치민주연합으로서는 텃밭을 잃을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게 됐지만 새누리당은 승기를 잡았다는 분위기다.
정 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대륙으로가는길'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관악을 선거는 중대선거다. 이대로가 좋다는 기득권 정치세력과 이대로는 안 된다는 국민 간의 한판 대결"이라며 "저는 저를 도구로 내놓겠다. 정면승부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결국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이 출마한 광주 서을에 이어 '야권분열'이 현실화됐다. 공교롭게도 정 위원장이 출마를 선언한 이날은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동시에 관악을 지역에서 현장최고위원회를 열어 맞대결을 벌인 날이다.
관악을 지역은 전형적인 '야권텃밭'으로 꼽힌다. 지난 19대 총선에서 김희철 전 의원이 야권단일화에 불복해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해 28%나 득표했지만, 당시 야권단일 후보였던 이상규 옛 통합진보당 의원이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를 2%포인트 차이로 따돌리고 당선됐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사실상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의 양강 구도가 형성됐었다는 점에서 정 위원장의 출마는 '야권공멸'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이렇게 야권을 분열시키는 행태들이 과연 국민들의 마음에 맞는 것인지 지지받을 수 있는 것인지 저는 의문스럽다"며 "누구를 위한 선택인지, 또 무엇을 위한 선택인지 안타깝다"고 밝혔다.
같은 당 주승용 최고위원 역시 "야권분열은 곧 패배"라며 "정동영 전 의원의 출마는 새누리당에게 어부지리를 안겨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위기상황에 내몰린 야당과는 달리 새누리당은 여유있는 모습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이날 정 위원장의 출마에 대해서는 웃음으로 답을 대신한 채 "이 지역은 현재 야당의 지도자인 전 의원(이해찬 의원)이 5선한 지역이다. 누가 오더라도 이런 문제해결에 대한 의지 없는 사람이 오면 아무 의미가 없다"며 "오신환 후보가 당선되면 오신환법을 만들어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새누리당은 오 후보가 그동안 선전을 벌여왔는데 야권표를 상당히 분산시킬 수 있는 정동영 위원장이 출마함으로써 어부지리를 챙길 수 있게 됐다는 판단이다.
한편 정 위원장의 출마는 야당으로서는 텃밭을 잃게 될 수 있는 뼈아픈 위기상황이지만, 문재인 대표로서는 오히려 선거 부담이 가벼워졌다는 시각도 있다. 야권이 패배할 경우, 모든 책임은 정 위원장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새정치연합 정태호 후보가 지난 2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불출마 결단을 촉구하며 "선거 때만 되면 출마하는 '떴다방 정치인'이라는 오명을 무릅쓰고 출마한다면 최종 정치적 책임은 정동영 전 의원이 져야 한다"고 밝힌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정 위원장이 관악을 출마를 선언하기까지 오랜 시간 뜸을 들인 데다 입장을 번복한 것도 이 같은 복잡한 심경을 대변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 26일 김세균 국민모임 공동대표의 출마 권유에 "불출마 입장을 바꾸기 어렵다. 그 이유는 불출마 약속을 번복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거절한 바 있다.
그는 그러나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야권분열' 지적에 대해 "야권혁신"이라며 승리를 자신했다. 또 입장을 번복한 이유에 대해서는 "국민모임 인재영입위원장으로서 인재영입에 실패했다"며 "재보선 결과에서 빈손으로는 제대로 된 대안야당을 건설할 수 없을 것 같다는 판단이 저를 던지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