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정(52)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이사가 사무국 직원들이 자신을 겨냥해 성희롱, 인사전횡 등을 저질렀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직원들의 음해"라고 반박했다.
박 대표는 4일 오전 서울시의회 예산결산위원회 참석차 의원회관을 찾은 자리에서 기자들에 "어떤 조사도 감사도 피하지 않는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지난 2일 서울시향 사무국 직원 17명은 호소문을 배포해 박 대표가 취임 이후 직원들에 폭언과 욕설, 성희롱 등을 가하고 지인의 자녀나 제자를 채용하는 등 인사전횡을 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박 대표는 이에 대해 "모든 내용을 정리해 기자회견에서 다 밝힐 것"이라며 "정리가 되면 고소 등 법적대응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남자 직원에 대한 성추행 주장에 대해서는 "그런 일이 있었다면 그 때 고발했어야했다"며 "작년 일인데 왜 그것을 그 때 하지않고 지금 불거졌는지 모르겠다"라고 항변했다.
박 대표는 앞서 전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관련 의혹에 대해 해명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2일 밤 서울시향 관계자는 휴대폰 메시지를 통해 기자회견을 취소한다고 알렸다. 관계자는 "박 대표가 명예훼손 법률 검토 및 자문 뒤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향 사무국 직원들과 박현정 대표 간의 진실 공방이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3일 박 대표의 막말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논란은 확산되고 있다. 박 대표의 막말과 행동 등으로 음반 회사·후원회 등과 서울시향의 관계가 악화됐다는 증언도 잇따랐다.
서울대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하버드대 사회학과에서 석·박사를 받은 박현정 대표는 서울시향의 첫 여성 대표다. 1년 가까이 공석이었던 이 자리에 지난해 그녀가 임명되자 뜻밖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공연예술 분야와는 인연이 없는 고객관계관리(CRM)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삼성금융연구소 선임연구원, 삼성화재 고객관리 파트장, 삼성생명 경영기획그룹장·마케팅전략그룹장(전무) 등을 지냈다.
이와 함께 소문으로 떠돌던 박 대표와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의 불화설도 점화될 조짐이다.
박 대표는 이번 사무국 직원들의 호소문 발표가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과의 갈등에 뿌리가 있다는 요지의 주장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의회 관계자는 "그동안 서울시향의 경영은 박 대표가, 예술과 관련된 부분은 정 감독이 맡는 방식으로 운영된 것으로 안다"며 "이후 박 대표의 경영방식에 대한 직원들의 불만이 정 감독 귀에 들리자 정 감독이 박 대표에 이같은 경영방식을 자제할 것을 말했으나 박 대표는 이에 대해 언짢아하면서 두 사람 간 갈등이 불거졌다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지난달 서울시의회 서울시향 행정감사에서 서울시의원들이 정 예술감독의 피아노 자선 독주회 활동을 문제 삼자 "기사 스크랩을 보고 알았다"고 답한 바 있다.
서울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10일 박 대표와 정 감독을 나란히 출석시켜 업무보고를 받기로 했다. 서울시의회 관계자는 "업무보고라고는 하지만 아무래도 두 사람을 한 자리에 불러 이번 사건과 관련된 보고 및 논의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시향은 내년 재단법인화 10주년을 앞두고 위기를 맞고 있다. 미국 순회 연주 등 굵직한 사업을 계획 중이었다. 서울시향을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의 반열에 올린 정 예술감독의 재계약 여부도 관심사다. 그의 임기는 이달 말로 끝난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