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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물려주고 부양 받는 '자식연금'…대법원, 첫 인정

입력 2014-11-07 09:09 수정 2014-11-07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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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부모가 주택을 물려주는 대가로 자녀에게 생활비를 받는 것을 이른바 자식연금이라고 하는데요, 자식연금을 인정한 대법원 첫 판결이 나왔습니다. 주택을 물려준 뒤 자녀에게 버림받을 우려를 덜게 됐다는 의미인데요. 이주찬 기자와 함께 자세한 이야기 나눠 모겠습니다.

이주찬 기자, 자식연금이라는 게 있네요?

[기자]

자식연금이란 제도가 공식적으로 있는 것은 아니고요, 주택연금과 비교한 거래 방식을 뜻하는 것입니다.

주택연금은 60세 이상 고령자가 자신의 주택을 금융기관에 담보로 맡기고 연금을 지급받은 일종의 금융상품인데요, 2007년에 도입됐습니다.

이와 유사한 형태로 부모가 자녀에게 주택을 물려주는 대가로 자녀에게 생활비를 받는 것을 자식연금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앵커]

어찌 보면 참 서글픈 일입니다. 자녀가 부모를 부양하는 것은 당연한 일로 여겨져 왔는데, 주택을 물려받는 조건으로 부양을 한다는 것이 말이에요.

[기자]

그렇습니다. 워낙 각박해 지다보니 이런 개념이 것인데, 하지만 현실적으로 자녀가 주택만 물려받고 나몰라라 하는 경우, 강제로라도 부양해야 하는 법적 근거가 생기는 것이고요, 또 세금 문제만 보더라고 단순 증여일 경우와 자식연금으로 인정 받았을 경우에는 큰 차이가 납니다.

중앙일보에 실린 사례를 소개해 드리면, 10년 넘게 보험설계사로 일했던 49살 여성 허모 씨가 대법원에 소송을 내게 되는데요.

사건은 4년 전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허 씨는 서울 노원구에 있는 시세 1억 6000여만 원 하는 부모님 소유의 아파트를 물려받습니다.

아파트 담보 빚 6200만 원도 대신 갚는 조건이었는데, 세무서로부터 증여세 2166만 원을 부과받았습니다.

세무서는 이 과정을 증여라고 본 것이고요, 허 씨는 아파트를 물려받는 조건으로 이미 12년 전부터 매달 120만원씩 생활비를 보내고 있다며 조세심판을 청구했습니다.

하지만 조세심판원은 부모에게 돈을 지급한 것은 일상적인 부양일 뿐이라며 담보 빚을 갚아준 것만 인정해 세금을 2166만 원에서 922만 원으로 깎아주자, 허 씨가 소송을 낸 것입니다.

[앵커]

대법원은 결국 허 씨의 손을 들어준 것인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대법원은 허 씨에 부과된 증여세를 전부 취소하라는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허 씨가 부모에게 아파트를 물려받기 훨씬 전부터 생활비를 철저히 보내왔다는 점, 이는 은행거래 내역 등 객관적 자료로 입증됐는데요, 그래서 부모에게 준 돈이 약 1억 3000만 원으로 아파트 가격에 상당한 점 등도 감안했습니다.

김선일 대법원 공보관은 "소유 주택을 담보로 맡기고 노후생활자금을 지급받는 주택연금과 비슷한 거래 형태인 만큼 증여가 아닌 매매로 봐야 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자식연금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얼마 정도를 부모님께 드려야 하나요?

[기자]

매달 정기적으로 돈을 줬다는 사실이 객관적으로 증명돼야 하고요, 보낸 돈의 총액이 해당 아파트의 가격과 비슷해야 합니다.

이번 판결의 경우 아파트 가격이 1억 6000여만 원이었고요, 그동안 보낸 돈이 1억 3000여만 원이어서 인정됐는데, 앞으로 더 지급할 부분이 감안된 것입니다.

그리고 한 번에 보내는 돈이 너무 적어서도 안 됩니다.

명절이나 생일 때 주는 용돈 정도는 참작이 안 될 가능성이 크고, 부양이라는 개념은 자식의 소득에 어느 정도 부담이 될 정도는 되야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또 증여세를 내지 않을 목적으로 부모님이 우회적으로 자녀에게 돈을 줘 부양한 것처럼 보이게 할 수 있기 때문에 돈을 출저는 반드시 자녀의 재산임을 입증해야 합니다.

[앵커]

부모님이 산 주택을 자녀가 대신 갚아주는 형식도 자식연금으로 인정받을 수 있나요?

[기자]

없습니다.

서울행정법원은 올해 초 김모 씨가 아버지로부터 아파트 입주권을 받은 대가로 6년 4개월 동안 매월 100만 원씩 돈을 보냈다며 증여세 취소소송을 냈는데 기각했습니다.

이런 경우는 아버지에게 빌린 돈을 갚은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앵커]

계약서는 반드시 써야 효력이 있나요?

[기자]

쓰는 게 훨씬 낫다는게 변호사들의 판단입니다.

이번 사례에선 계약서는 없었지만, '자식연금'이라고 입증하기 위한 여러 가지 정황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거든요.

계약서를 만들어 놓으면 입증 하기 한결 쉬워집니다.

그리고 소유권 이전 등기는 바로 하는 것 보다는 부모님에게 최소 수 년 동안 돈을 보낸 뒤 하는 것이 증여가 아니라 부양을 위한 것을 증명하기 수월해 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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