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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100만대 시대…카푸어, 차량 이용 범죄에 내몰린다

입력 2014-10-13 15:21 수정 2014-10-13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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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100만대 시대…카푸어, 차량 이용 범죄에 내몰린다


#1. 금융감독원은 고급 외제차를 이용한 보험사기 혐의자 37명을 적발해 수사기관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자기차량손해' 및 '렌트비용담보' 특약에 가입한 뒤 2010~2013년 551건의 자차 사고를 고의로 반복해서 내 자차보험금 29억9000만원, 렌트비 1억5000만원을 챙겼다. (2014년 8월5일 보도)

#2.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고급 외제차로 일부러 교통사고를 내고 보험금 수억원을 챙긴 송모(25)씨 일당을 적발, 송씨를 사기·공갈 혐의로 구속하고 공범 김모(28)씨 등 2명을 과 강모(22)씨 등 75명을 각각 사기·공갈, 사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송씨 일당은 지난해 9월22일 서울 노원구 월계동 동부간선도로에서 아우디A8 차량을 급제동해 고의로 추돌사고를 일으켜 보험금 1900만원을 챙기는 등 지난해 1월부터 지난 2월까지 25차례에 걸쳐 모두 6억원 상당의 보험금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2014년 9월29일 보도)

#3.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재벌 2세로 속여 미혼 여성들로부터 거액의 금품을 뜯어낸 김모(34)씨를 사기 등 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빌린 고급 외제차를 타고 다니며 박모(30)씨 등 피해여성들에게 '대기업 회장의 아들'이라며 접근한 뒤, "아버지와 사업 때문에 사이가 좋지 않아 신용카드와 돈을 다 뺏겼다"고 속여 총 3억여 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피해여성들은 김씨의 외모와 행동, 고가의 외제차량 등에 현혹돼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2014년 4월3일 보도)

◇고의사고 내고 억대 보험금 챙겨

최근 급증하고 있는 카푸어(Car Poor) 문제는 해당 수입차 소유주 개인적의 경제적 문제에 국한되지 않고, 사회적으로는 범죄의 또 다른 이유가 될 위험성이 있다. 충동 구매한 수입차로 인해 빚 독촉에 시달리게 된 일부 카푸어가 최근 빈발하고 있는 수입차 이용 보험사기 사건들에 관한 각종 보도를 접하면서 '나도 한 번 해볼까?'라는 유혹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을 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수입차가 보험사기에 이용되기 쉬운 것은 역시 높은 '수리비' 때문이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수입차의 평균 수리비는 국산차의 5.4배에 달한다. 부품 값은 6.3배, 공임은 5.3배, 도장료는 3.4배가 더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미수선 수리비'라는 수입차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한 제도가 좋은 지렛대 역할을 한다. 실제로 앞에 열거한 2건의 보험사기 사례는 모두 수입차에 대한 미수선 수리비 제도를 이용한 범행들이었다.

미수선 수리비는 차량 사고를 당한 수입차 소유주가 차량 수리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보험사로부터 수리비 등 추정 보험액을 미리 받아내는 것이다. 일부 수입차의 경우 부품을 구하기 힘들어 수리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 이럴 경우 해당 사고 수입차를 대체하는 차량의 렌트비가 천정부지로 불어나게 된다.

보험사는 손실을 최소화 하기 위해 수입차 소유주가 요구할 경우 미수선 수리비를 지불하고 서둘러 합의하려고 한다. 보험사는 미수선 수리비가 자칫 보험사기에 악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받아들인다. 미수선 수리비가 실제 수리비의 80%선에서 책정되는 만큼 수리비를 낮출 수 있고, 빨리 해결할수록 렌트비 등 추가 부담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손보사가 연간 미수선 수리비로 지급한 보험금은 지난 2010년 6936억원, 2011년 7226억원, 2012년 8373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최근 5년 간 미수선 수리비 연평균 증가율은 국산차의 경우 10.5%인 반면, 수입차는 29.1%에 달한다. 또 수입차는 평균 240만원으로 국산차(62만원) 대비 3.9배나 높다.

하지만 피해자가 보험사로부터 받은 돈으로 차량을 수리하지 않아도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보험사기는 이 점을 악용하는 것이다. 특히 미수선 수리비는 다른 차와의 접촉사고 유발(#2) 등 위험을 무릅쓸 필요 없이 자차 사고(#1)로도 충분히 받아낼 수 있기 때문에 수입차 소유주라면 누구나 손쉽게, 별다른 죄의식 없이도 보험사기를 저지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돼 있는 셈이다.

◇수입차, 부유층 2세 증명서?

수입차를 타고 다니면서 부유층 행세를 해 호감을 갖게 된 여성들에게 사기를 치는 사건(#3)은 '유구한' 역사를 자랑한다.

피해 규모의 차이가 있을 뿐 연인으로 발전한 여성으로부터 현금이나 카드로 용돈을 뜯어는 일은 일부 수입차 소유자들 사이에서 행해지던 '전통적인 용돈벌이 수법'이기도 했다. 실제로 기자가 2000~2002년 한창 활동했던 한 포털사이트의 대형 자동차 동호회에서는 이런 문제가 불거져 일부 회원들이 추방되는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피해 규모가 작았고, 연인 사이에서의 일로 끝나면서 형사 사건으로 비화되지는 않았다.

요즘도 일부 수입차 소유주 중에는 그런 일을 벌이는 일이 있다. 여기서 10여 년 전과 달라진 것은 당시에는 연식이 조금 지난 수입 중고차가 주로 이용됐으나 최근에는 고가의 수입 신차가 사용된다는 사실이다. 또, 용돈뿐만 아니라 아예 애초부터 유예리스의 상환유예원금 조달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도 있다는 점이다.

포털사이트의 유명 수입차 동호회 운영자 S씨(33·자영업)는 "클럽 회원 중 20대 연예인 지망생이 한 명 있었다. 원래 중고 독일산 스포츠카를 타니던 그가 2012년에 갑자기 1억원이 호가하는 독일제 스포츠 세단을 타고 나타났다. '로또라도 맞았냐'고 물으니 '유예할부로 샀다'면서 '3년 동안 내가 뜨든지, 안되면 돈 많은 여자를 꼬셔서 유예원금을 책임지게 하면 된다'고 공공연히 떠들었다"며 "요즘 전해 듣기에 그는 아직 연예인으로서는 아직도 성공하지 못했지만, 차 값은 새로 만난 30대 골드미스 여자 친구가 이미 다 갚아줬더라. 그가 '곧 유예할부를 이용해 다른 수억원대 수입차를 살 것이다'고 떠벌린다는데 예전에는 헛소리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충분히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고 귀띔했다.

◇이용 범죄, 수입차 대중화에 찬물

수입차를 이용한 각종 범죄의 창궐은 선의의 절대 다수 수입차 소유주들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다.

실제로 미수선 수리비를 노린 보험 사기 문제가 심각해지자 금융감독원은 손해보험사들에 대해 미수선 수리비 지급에 대해 신중을 기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아직 각 손보사에게 주의를 당부하는 차원이다"면서도 "하지만 계속 관련 보험사기가 발생할 경우 금감원 차원의 대책 마련에 나설 수도 있다"고 전했다. 과거 다수의 운전자 보험에 가입한 뒤 고의로 사고를 일으킨 뒤 손보사들로부터 중복해서 보험금을 타내는 보험 사기가 빈발하면서 실손보상제로 변경돼 선량한 보험가입자가 피해를 보게 된 것과 같은 사태가 재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일부 수입차 소유주가 여성을 유혹하는 데 차를 앞세우고 있는 것은 1987년 수입차 자유화 이후 기나긴 인고의 세월을 보내면서 간신히 해소한 수입차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다시 확산시킬 수 있다.

대림대 자동차학과 김필수 교수는 "수입차 수리비, 합법의 탈을 쓴 일부 할부금융, 해외 브랜드들의 국내 소비자 홀대 등은 정부 당국이 자세히 살펴 정책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이지만, 차를 아직도 재력을 과시하는 수단으로 여기거나 판단의 기준으로 삼는 것은 국민들이 먼저 반성하고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다"면서 "특히 카푸어는 한 사람의 인생을 망치고 더 나아가 사회를 무너뜨릴 수도 있는 심각한 문제라는 데 국민과 국가가 인식을 같이 하고 하루 빨리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다"고 지적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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