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긴급출동] "함께 죽자" 동반자살 카페에 무슨 일이

입력 2013-10-16 08:53 수정 2013-11-23 18:53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앵커]

여러 사람이 모여서 동반 자살을 시도했다는 소식, 저희가 여러번 전해드렸는데요. 주로 인터넷 카페를 통해서 만난다고 하죠. 이 인터넷 카페에서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고 방법을 공유하고, 실제로 자살을 함께 시도하는데까지 가게 되는 거잖아요. 그런데 이 인터넷 카페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어서 막을 방법도 없다고 합니다.

자살을 부추기고 있는 인터넷 카페의 실태, 오늘(16일) 긴급출동에서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 10일, 오전 11시. 경기도 가평군 청평면 춘천 방향 도로에서 승용차 두 대가 추돌하는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피해 차량 운전자 : 앞차가 서 있기에 저도 서 있는데 뒤에서 받은 거죠. 큰 사고는
아니고 충격은 있었어요.]

번호판이 약간 찌그러질 정도의 경미한 사고였지만 가해 차량에 타고 있던 세 명 중 한 명이 숨지고 한 명은 정신병원에 입원했습니다.

취재진은 사건의 내막을 알아보기 위해 관할 경찰서를 찾았습니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2주 전 인터넷 카페를 통해 만나 동반자살을 시도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가해 차량 안에서 다량의 술병과 신경안정제가 발견됐고, 보조석 의자에는 번개탄을 피운 흔적이 남았습니다.

[황수환/가평경찰서 교통관리계 경위 : 청평 장소 미상의 고가도로 밑에서 번개탄을 피고 자신들이 준비했던 수면제와 신경안정제 한 250알 정도 되는 걸 나눠서 똑같이 먹었다고 진술돼 있습니다.]

이들은 왜 동반자살을 시도했던 걸까?

취재진은 사고 당시 차량을 운전했던 이 모 씨가 입원해 있는 병원을 찾아갔습니다.

[OO 병원 간호사 : 보호자 전화번호 아시면 여쭤보시든지 하셔야 할 것 같아요. 일단 면회는 안 돼요.]

정신과 폐쇄병동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이 씨는 현재 면회가 불가능한 상황.

여러 번의 시도 끝에 보호자로부터 이 씨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모 씨 동생(음성 대역) : 형은 지금 자살에 실패한 것 때문에 스스로한테 굉장히 화가 나 있고요, 우울증이 굉장히 심각한 상태예요.]

취재진은 동반자살 하려는 사람들의 심리를 알아보기 위해 세 사람이 가입했던 인터넷 카페의 회원을 어렵게 만났습니다.

김정민 씨는 3년 전 교통사고로 한쪽 눈을 잃은 뒤, 자살을 생각해 왔다고 합니다.

[김정민(가명)/자살 관련 인터넷 카페 회원 : 사고 때문에 저도 좀 많이 힘들어서 그렇죠. (지금도 (자살할 생각을) 하고 계신 거예요?) 여전한데 용기가 없어서 실천을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하고 마음은 항상 그런(자살 하고 싶은) 마음이죠.]

막상 스스로 목숨을 끊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는 김씨는 자살 관련 인터넷 카페에 가입했다고 합니다.

[김정민(가명)/자살 관련 인터넷 카페 회원 : 정말 큰 용기가 있어야, 생각이 있어야지 가능한데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 있으면 그래도 조금 더 (두려움이) 줄어드니까 아무래도….]

이곳에서는 자살을 암시하거나 동반자살을 권유하는 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수정/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 : 혼자서는 용기가 나지 않아서 생각만 하고 있다가 누군가 옆에서 조력자가 있는 경우에는 자살을 정말로 실행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 때문에 동반 자살을 선택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사람들은 인터넷 카페에서 함께 자살할 사람들을 만나고, 자살 방법에 대한 정보들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김정민(가명)/자살 관련 인터넷 카페 회원 : 번개탄에 그냥 그렇게 하는 거예요. (자동차) 빌려서 펜션 잡아서 연기 피워놓고 약 먹고….]

얼마 전, 카페에서 만난 사람들과 동반자살까지 계획했었다는 김 씨.

자살을 결심한 마음엔 여전히 변함이 없다고 합니다.

[김정민(가명)/자살 관련 인터넷 카페 회원 : 마음은 항상 그래요(자살하고 싶어요). 지금 어떻게 할 수가 없어서 마지못해 있는 거지. 어떻게 할 수가 없어서….]

그는 마음이 맞는 사람이 생기면 언제든 다시 자살을 시도할 것이라고 취재진에게 마지막 말을 남겼습니다.

[이수정/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 : 인터넷이 (자살에) 일종의 촉진적인 역할을 하는 그런 상황이죠. 온라인상에서 자살 예방에 대한 노력을 어떻게 집행을 할 건지 하는 것들에 대한 보다 심층적인 연구가 지금은 필요한 단계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

그 배경엔 자살을 방관하는 인터넷과 우리 사회의 무관심이 있습니다.

자살을 예방하기 위한 방안이 사회 전반적으로 필요한 시점입니다.
광고

관련키워드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