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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이 '일베'?…홈플러스 노무현 대통령 희화화 사진 게시 논란

입력 2013-05-21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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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이 '일베'?…홈플러스 노무현 대통령 희화화 사진 게시 논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4주기를 앞둔 19일 대형 유통업체 홈플러스의 매장내 컴퓨터 바탕화면에 노무현 전 대통령을 희화한 사진이 게시돼 논란이 일고있다.

19일 홈플러스 대구 칠곡점 내의 한 이동통신사 매장 스마트TV를 찍은 사진 몇 장이 SNS와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에 유포되면서 네티즌들의 관심을 모았다. 스마트TV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닭에 비유해 희화한 사진이 게시돼 있었다. 이 사진은 노 전 대통령과 치킨브랜드 또래오래의 캐릭터를 합성한 사진으로 극우성향의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일베)에서 '노래오래'라는 이름으로 떠돌던 합성사진으로 알려졌다.

인터넷에서는 대형 유통업체가 전임 대통령을 희화화한 사진이 매장에 버젓이 게시된 모습은 네티즌들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특히 이같은 사진이 유포된 19일에는 서울 시청광장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선 노 전 대통령의 서거 4주년을 맞아 추모행사가 개최됐던 터라 논란은 더욱 확산됐다.

성난 누리꾼들은 홈플러스 고객센터 홈페이지에 공식입장과 사과를 요청하는 한편,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홈플러스 '불매 운동'을 벌여야 한다는 글들이 속속 올라오기 시작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19일 오후 홈플러스는 회사 공식 트위터를 통해 "CCTV 확인결과 가족과 함께 방문한 초등학생이 한 짓으로 확인됐다"며 "저희 회사는 물론 해당 통신매장 직원과도 전혀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직원이 '일베'?…홈플러스 노무현 대통령 희화화 사진 게시 논란


그러나 홈플러스의 이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더욱 확산됐다. 특히 문제가 된 사진이 바탕화면으로 깔린 컴퓨터가 직원용으로 고객이 접근하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초등학생 고객이 한 짓이라는 홈플러스의 해명이 진실성이 없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 네티즌은 "디스플레이 밑에 계산기도 있고 전표도 보이는데 딱 봐도 직원용"이라며 "(홈플러스가)직원이 한 짓을 고객이 한 짓으로 감추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논란이 좀체 가라앉지 않자 홈플러스측은 19일 오후 늦게 홈페이지에 '고 노무현 대통령 사진 논란에 대한 사실을 설명 드린다'며 공식입장을 밝혔다.

홈플러스는 공식 입장에서 "이날 오전 11시20분경 입점한 한 이동통신사 판매코너 내 스마트TV 화면에 사진이 노출됐으며, 직원이 발견 즉시 삭제했다. 여러 사람이 시연하는 과정에서 누군가 특정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 접속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현재 보다 정확한 사실관계 파악을 위해 경찰에 조사를 의뢰했으며 정확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후속조치를 강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본의 아니게 저희 매장에서 발견된 사진으로 인해 노 전 대통령과 유가족, 고객과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데 대해 깊은 유감과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직원이 '일베'?…홈플러스 노무현 대통령 희화화 사진 게시 논란


홈플러스가 경찰 조사를 의뢰한 다음날인 20일 대구강북경찰서는 노 전 대통령의 합성사진을 인터넷에 유포한 20대 남성을 붙잡았다고 발표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남성은 홈플러스 칠곡점 외주업체에 근무하는 계약직 직원 노모(20·대구 달서구)씨로 매장에 설치된 고객 시연용 노 전대통령과 닭을 합성한 배경화면을 띄우고 이를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어 '일간베스트'(일베)스마트TV에 해당 사진을 게재했다. 노씨는 경찰에 재미삼아 사진을 올렸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노씨를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한편 외주업체 계약직 직원이 사진을 찍어 올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네티즌들은 홈플러스의 어설픈 대응에 질타를 보내고 있다.

실제로 홈플러스 홈페이지 고객 게시판에는 "일베충(일간베스트 회원을 비하하는 말)이 직원?", "직원관리 쩌내" 등의 비난글이 쏟아지고 있다.
또 한 네티즌은 인터넷 커뮤니티에 "애초에 초등학생 장난이라고 거짓말은 왜 했나. 파장이 커지니까 나중에서야 경찰조사 하겠다고 한 것부터가 잘못"이라며 홈플러스를 비판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 관계자는 "회사 트위터에 올라온 글은 자체조사 과정에서 고객의 자녀가 했다는 거짓말을 믿고 칠곡점이 올린 것으로 회사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며 ", 다시는 이와 같은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매장 및 입점업체 직원 교육에 더욱 만전을 기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형구 기자 ninelee@joongang.co.kr

Tip 일베는...

온라인 커뮤니티 '일일베스트 저장소(www.ilbe.com)'의 줄임말이다. 본래 유머 자료를 모으던 게시판이었으나 보수성향 사용자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극우성향 사이트로 바뀌었다. 일베 사용자들은 5.18을 폭동으로 비하하거나, 전라도 사람들을 '홍어'라고 비하하는가 하면, 전두환 전 대통령을 '전땅크'로 부르며 찬양하는 등 극우적인 성향을 보인다. 또 일부 일베 사용자들이 게시판에 조선족 여자 아이를 강간하겠다는 모의 범죄 공모 내용, 오늘의 유머를 한다는 이유로 초등학생을 때리고 '일베 만세'를 외치는 동영상, 강아지와 수간하는 내용 등 혐오감을 불러 일으키는 글을 올려 일베에 반감을 가진 네티즌들은 일베 회원들을 '일베충'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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